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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490

이제 다시 원점 - KOVO 2024-25 시즌 23차전 페퍼저축은행 0:3 패배

무섭다 도로공사  여전히 하위권에 있지만, 타나차가 가세한 도로공사는 적어도 페퍼에게는 매우 무서운 팀이 되었다. 1월 23일(목) 벌어진 시즌 23차전 한국도로공사와의 시합에서 페퍼는 셧아웃 완패를 당했는데, 드러난 스코어보다도 갈수록 무너지는 경기내용과 선수들의 무거운 몸놀림이 더 문제였던 경기였다.  한심하다. 충격적이다. 아마 수준이다. 여러 비난을 쏟아낼 수 있겠지만, 팬으로서 시즌 36 게임 리뷰를 함께 하기로 마음먹은 처지에... 왜 졌는지도 짚어보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는 그렇다. 그리고 이왕 할 거면, 좀 침착하게, 짧게나마 이것저것 되짚어보고자 한다. 도로공사 플레이는 페퍼보다 훨씬 훌륭했다. 승점을 가져오기에는 두 팀의 플레이 수준 격차가 꽤 커보였는데, 분명 이겨본 적도 있는 팀인데...

아직은 꼴찌 마인드 - KOVO 2024-25 시즌 22차전 페퍼저축은행 0:3 패배

아직은 약체팀을 상대하는 마인드 혹은 여유가 부족한 페퍼 작년까지 리그에서 꼴치를 도맡아 하고, 승점자판기 노릇이나 했던 팀이었다. 올해 3연승을 기록하며 상위권 팀도 잡아내고, 팀 역사상 최다 승, 최다 연승, 최초 트리플 크라운 등 여러 기록을 줄줄이 달성하고 있지만, 아직 마인드 자체는 꼴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확대해석은 하지 말자. 여전히 형편 없다 그런 단편적인 의미는 아니다. 이제 중위권 팀으로 상위권 팀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전력을 갖추었지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페퍼를 상대로 업셋을 노리는 약체팀을 상대하는 강팀으로서 마인드를 갖추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페퍼에게 지금 순위표와 리그 분위기 자체는 모두 낯설다. 그래서인지 이제 GS칼텍스 상대..

명배우들이 축하한 하정우 감독 데뷔작 - 허삼관(2015, 하정우 감독)

영화는 두 가지 눈에 띄는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우선 톱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이고, 유명한 (중국)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했다. 첫 번째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화려한 조연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장르가 코믹 가족드라마이다 보니, 출연한 많은 배우들이 유독 사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도 울고 웃는 장면 장면을 매우 강조하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영화 자체도 커다란 가족모임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정우-하지원을 필두로 많은 조연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게 이 영화 큰 장점이자, 재미이다. 영화에 출연한 수많은 조연들이 한 화면에 잡히진 않았지만, 꽤나 많은 명배우들을 한 컷에 볼 수 있고,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시작된 결혼의 한 장면이었기에 꽤나 기억..

달리기 - KOVO 2024-25 시즌 21차전 페퍼저축은행 2:3 패배

달리기  창단 후 첫 3연승을 거두는 등, 달라진 면모를 과시한 최근이었지만 사실 페퍼저축은행(이하 '페퍼')이 어떤 팀을 상대로도 승리를 낙관하기는 힘들다. 상대가 아무리 최근 페이스가 바닥인 흥국생명이어도, 어쨌든 1위 팀이고, 무엇보다 김연경 팀인데 만만할 리 없다.. 물론 팬으로서 내심 기대가 컸지만.... 결과는 풀세트 접전 끝 패배.. 그야말로 석패라고 부를 만한 아쉬운 패배였다. 이상하게 16일 시합 결과를 확인하고 영상을 본 후에 '달리기'라는 노래가 계속 떠올랐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듯한 가사로 늘 수능시즌에 방송을 많이 타기도 하고, 윤상의 작곡 실력이 잘 녹아있는 노래다 보니, S.E.S가 부른 버전도, 최근에는 옥상달빛의 커버도 화제가 되었다.     왜 이 노래가 떠올랐을까..

독서53 -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2023, 크리스 밀러)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알려주지 않는 책  세심하게 반도체 역사를 잘 설명해 주지만, 정작 제목에서 호기롭게 던진 의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다. 미중 패권전쟁에 있어서 반도체가 주요 전쟁터이자, 핵심 무기라는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세계 현대사에서 어떻게 실리콘밸리가 반도체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와중에 어떻게 일본-대만-한국이 끼어들기 시작했는 지를 한 편의 '논픽션 스릴러' 형태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충분하지만, 엄청난 두께의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니... 그래서 누가 이긴다는 거지..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다는 생각에 원문 제목을 찾아보니, 'Chip War - The fight for he world;s most critical technology'이다. 오역이나 초..

독서52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2016, 김수현)

요즘 서점에 가보면, 당연하다는 듯 독자를 위로하기 위한 에세이가 판매대 맨 앞을 채우고 있다. 그만큼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많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도 많은 요즘이다.  각자의 삶은 누구나 쉽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애정이 있다면, 조언 혹은 위로를 하고 싶어지고, 마침내 듣는 사람에게 잔소리로 다가오게 되면, 애초 의도와 선의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독자들에게 당신은 삶은 괜찮다고 위로하는 책들이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기 어려운 이유이다. 뻔한 잔소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위로라는 것은, 특히 책을 통해 만나는 위로는, 참신하면서도 알맹이가 있어야 하고, 남 얘기 같으면서도 내 얘기처럼 공감이 되어야 하고, 메시지가 분명하면서도 겸손함이 느껴져야 한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펼쳤던, 이 책은 ..

독서51 - 불편한 편의점(2021, 김호연)

1. 편의점의 양면성,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의 양면성 이제는 한적한 시골 마을을 가도, 대로변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의점’ 목 좋은 곳에서, 24시간 불을 켜고, 언제든 들어가면 친절하게 날 맞아주는 곳. 하지만, 수많은 자영업자를 울리는 악덕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비난받기도 하고, 때로는 비행청소년이나 취객들의 범죄 대상이 되는 곳.  이렇게 소설의 공간 자체가 양면적인 것처럼, 공간의 등장인물들도 양면적이다. 그리고 그 양면성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염여사는 세상 걱정 없을 것 같은 퇴직교사 겸 편의점 사장인데, 폭탄급 문제아 아들이 있다. 독고씨는 구제불능 노숙자였는데, 불과 한달만에 건실한 편의점 야간알바가 된다. 든든한 알바 시현은 공무원시험을 향해 착실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

창단 후 첫 3연승 - KOVO 2024-25 시즌 20차전 페퍼저축은행 3:1 승리

창단 후 첫 3연승, 그것도 상대는 현대건설 이제는 더 이상 승점자판기가 아니다. 창단 후 첫 3연승을 거뒀고, 4세트 24:22로 몰린 상황에서 4점을 연달아 득점하며, 역전했다. 그것도 2강으로 꼽히는 현대건설을 꺾었다. 승리 순간 선수들의 환호와 감격에 겨워하는 코칭스태프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 어제 1월 12일(일) 리그 4라운드 2차전에서 페퍼는 예상을 깨고 현대건설을 꺾었다. 그것도 풀세트 접전도 없이 4세트를 역전하며 승점 3점을 빼앗았다. 리그 1위를 넘보는 현대건설과의 총력전 끝 승리라 더욱 달콤했고, 선수들에게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만한 그런 한 게임이었다. 리그 최장신팀의 위엄 승리의 요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리그 최고의 높이를 자랑해 왔던 현대건설을 높이 우..

독서50 - 로마인 이야기(2007, 시오노 나나미)

“그 것이 그애들한테 어울리는 무덤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일지라도, 전체15권에 이루는 양을 보면, 정확한 뜻도 모르는 대서사시라는 단어가 떠오르기까지 한다. 그 15권을 너무나 흥미롭게 때로는 탄식해가며 다 읽어내린 내게, 이상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유명한 카이사르의 연설도, 타키투스의 냉소도,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도 아닌 한 여성, 아니 한 어머니의 담담한 한 마디였다.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 코르넬리아의 한 마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접어들기 전, 혼란기로 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로마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연이어 모든 것을 던진 형제, 그들이 받은 것은 결국은 비참한 죽음이었지만, 민중은 무덤조차 허락되지 않은 그들의 빗돌 앞을 찾았고, 그의 어머니는 지금 내 심금을 울리..

독서49 -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 이금이)

1.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새로움 문학 등 예술이 역사의 행간을 메워주고, 외연을 확장해주는 것은 익히 알려진, 대표적인 순기능이다. 한국 또한 근현대를 거치며 깊은 굴곡을 겪었기에, 많은 예술작품이 순간순간을 기려왔다. 특히, 여러 소설이 역사적 사건을 조망하여, 의미를 찾아내고, 그 안에 인간이 있었음을 알려왔다.  하지만,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매우 새로웠다. ‘하와이 이민’이라는 한국 역사를 입체적으로 다루면서도, 이야기가 슬픔에 젖어있지 않다. 참혹한 현실에 부딪히면서도 모든 등장인물은 너무나 열심히, 생동감 있게 살아간다. 슬픔으로 가득찰 법한, 사기극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민과 결혼을 다루면서도, 계속해서 희망을 보여주고, 그 조선인들이 얼마나 그 희망을 잡기위해 노력했는지를 절절..

독서48 -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2024, 수바드라 바스)

초월번역? 원제 'UNCIVILISIZED'  이쯤 되면 번역자의 초월번역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원제목 uncivilisized를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으로 번역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어울리지 않은 번역인 것 같은데, 일단 작가가 의도한, 과연 누가 문명화되었고, 누가 문명화되지 못했는가?라는 비판의식이 엉뚱한 방향으로 희석되는 번역이고, 번역자가 프레임이라고 칭한 과학, 교육, 문자, 법... 등등도 전부 프레임이라고 정의(혹은 구분) 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제시한 여러 신념 혹은 도구들이 세계를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세계가 움직인 결과인지도 불분명하다. 여러 면에서 무리한 번역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왜 전문지식을 갖춘 번역자는 이러한 문구를 택했을까? 확실치..

트리플 크라운 - KOVO 2024-25 시즌 19차전 페퍼저축은행 3:2 승리

팀 1호 트리플 크라운 테일러  테일러가 해냈다. 공격성공률은 26%에 불과하고, 범실을 10개나 했지만, 어쨌든 23 득점을 기록했고, 그 와중에 팀 역사에 길아 남을 첫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공격효율은 형편없었지만, 어쨌든 자기 장점을 잘 살려서 어떻게든 득점을 내고, 상대 흐름을 끊어주는 건 주전 OP다운 모습이었다. 팀도 이제는 테일러보다는 두 OH 위주의 공격 패턴을 주로 구사하면서, 오히려 상대 팀에게 역으로 혼란을 주는 느낌인데, 조금만 범실을 줄인다면, 이제는 트리플 크라운에 걸맞은 공격도 자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육서영 꿈에 나오겠다. 테일러  시합 중 게시판에 쏟아지는 응원을 보다가 그야말로 빵터지는 댓글을 발견했다.   "육서영 꿈에 나오겠다. 테일러"  ..

멀고도 험한 요약의 길 - 임시정부기념관 방문기 3개를 700자로 줄이기

글을 써달라고 부탁받은 적이 거의 없다. 지시를 받은 적은 많다. 물론 좋아서 쓴 글도 꽤 있다. 이 블로그에 쓴 글도 그저 내가 좋아서 쓴 것들이다. 그 낯섦 때문인지, 이미 포스팅했던 글을 요약해서 정리하는 것도 꽤 힘들었다. 포스팅 3개를 700자로 요약하려니 쉽지 않은 것도 당연하고, 아무리 엄청난 완성도를 요구하는 글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공식적인 요청이기에 조금 더 부담이 되었다. 어쨌든 마감날은 다가오고, 계속 전에 썼던 포스팅을 보고 또 보면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과감하게 혹은 아... 내가 이런 글을 썼구나 생각을 하면서 글을 줄이고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결과물은 100%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분량도 많이 초과되어서, 편집자에게 고민을 안기지 않았나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

[한국 일상 29] 일본 고베 여행(20241213~16)-02_일본이 고베 대지진을 기억하는 법, 메리켄 부두의 메모리얼 파크(神戸港震災メモリアルパーク)

벌써 30년 전이네요. 아직 어린 학생이였기에, 옆 나라의 엄청난 비극에 큰 관심은 없었습니다. 물론 한창 공부하고, 놀 궁리를 하느라 하루하루 바쁘던 학생이었기에, 뉴스를 볼 시간도 볼 이유도 없었지만, 그래도 고베 대지진이 얼마나 큰 재앙이었는지는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일본의 지명이라는 도쿄, 오사카 정도 밖에 모르던 옆 나라의 청소년에게도 고베라는 지명을 뚜렷하게 기억하게 해준 것 자체가 그 지진의 피해가 얼마나 컸는 지를 보여준다 하겠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사망자가 무려 6,000명이 넘고, 부상자도 40,000명이 넘네요. 이 정도의 피해규모라면 재산 피해는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죠. 단 20초 간의 지진이 이렇게 많은 피해를 남긴 걸 보면, 자연 앞에 인간은 참 무력합니다. ..

꼴찌 팀을 3위로 만들어도 감독 자리는 안돼 - KB손해보험 배구단 레오나르도 아폰소를 새 감독으로 선임

여러 악재가 겹쳤던 KB손해보험 배구단의 2024-2025 시즌. 하지만, 어느새 3위   올해 KB손해보험(이하 'KB')처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KOVO에 있었던가? 맥없이 연패를 기록하며, 꼴찌로 쳐졌던 KB는 나경복, 황택의가 합류하며, 거짓말처럼 3위까지 질주했다. 물론 1~2위 팀과의 승점 차이는 꽤 크고, 여전히 주전의존도가 높기에 후반기 체력이나 부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지만, 이 정도면 전문가 예상을 뒤엎을 정도의 반전이다.  특히, 시즌 개막 전에 외국인 감독이 도망가버리고, 멀쩡한 줄 알았던 홈구장에서 안전문제로 쫓겨나고, 스리슬쩍 국대 라미레스 감독을 겸직으로 데려오려다가 KOVO 이사회로부터 된서리를 맞는 등... 경기외적 문제로 다사다난했던 전반기를 생각하면, 승점을 쌓..

[한국 일상 28] 일본 고베 여행(20241213~16)-01_고베 산노미야 라면집 라멘타로 토아로드점(らぁめんたろう トアロード)

가족과 함께 고베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엄격히 말해서 한국 일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힘들었던 일상을 벗어나 훌쩍 떠났던 며칠간도 소중한 제 삶이었기에, 억지로라도 일상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평소 사진 찍는 것도 몹시 귀찮아하는 성격이고,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도, 다녀온 후 기록하는 것도 영 소질이 없는지라, 제대로 된 여행 후기를 웹에 남겨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바빠서 자주 가지도 못하는 여행.. 뭐라도 남겨놓자는 생각에... 두서 없이라도 몇 줄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마셜의 일본 고베 여행 후기 첫번째, 토마토 라멘집 이야기입니다.  궁하면 통한다  찾아보니 어엿한 속담이네요.  그 때 상황도 그랬습니다. 12월 15일 일요일 여행 3일차, 여유롭게 서양인 정착마을도 돌아보고..

2차 대전과 흑인 여성의 설 자리 - 6888 중앙우편대대(2024, 타일러 페리 감독)

차별받던 흑인, 차별받던 여성, 차별받던 흑인 여성 군인  아주 가끔은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알고리즘도 쓸 만하다. 물론 이 영화는 그저 최신작이었기에 추천한 것 같기도 하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쟁영화라 볼 수도 없고, 별다른 전투장면도 없는데, 내 취향에 맞춰 추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런 2차 대전을 다룬 영화다운 이런저런 요소를 모두 날려버리고, 영화는 정말 미국의 '역사'를 다룬다. 남북전쟁 중 노예해방선언이 있고, 흑인차별 철폐가 법제화된 지는 이미 한참 지났지만, 2차 대전 시기 얼마나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했는지, 그리고 그중에서 흑인여성에 대한 대우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좋은 역사공부로 이 영화를 추천하는 건 분명 타당하다.  킬링타..

이제 두 자리 승수를 향해 - KOVO 2024-25 시즌 페퍼저축은행 전반기 결산

시작과 끝을 승리로 장식한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2024-2025 시즌 전반기    배구 포스팅을 보러 가끔 들리는 스포츠 블로거 분의 블로그,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아 심심한 배구 팬의 눈길을 끄는 제목의 포스팅이 있어 클릭해 보았다. 다른 팀에 대한 이슈 정리도 재미있었지만, 2024년 기준으로 지난 시즌 후반기와 이 번 시즌 준비기간까지 합쳐 보니, 페퍼저축은행(이하 '페퍼')은 참 다양한 이슈를 시끄럽게 생산한 팀이다. 물론 그러한 이슈 중에 흑역사가 더 많았고, 특히 팀 내 괴롭힘 사건은 자비치 교체 등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팀 근간을 흔들었던 지라, 되돌아보니 올해 있었던 외국인 교체는 그저 통상적인 뉴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2024년 여자배구 7개 팀에는 어떤 이슈들이 있었을까? 총정리를 해..

독서47 - 두 리더: 영조 그리고 정조(2020, 노혜경)

독서모임, 힘든 일상에서도 책을 읽게 해주는 즐겁고도 효율적인 장치이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 간은 이리저리 치이는 하루하루에 사과를 연발하며 겨우겨우 버티는 수준이었고, 힘들게 일정에 쫓겨 읽은 책들에 대해서도 몇 글자 적어놓는 것이 참 힘들었다.   이 책도 그랬다. 영조와 정조라는 듣기만 해도 귀를 쫑긋하게 되는 두 명군에 대한 이야기였고, 책도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한 시간에 넘게 모임 멤버들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낼 에너지가 없었다. 이제 조금은 여유를 찾고 나서, 다시 책을 꺼내 들어 목차부터 찬찬히 살펴보니, 재미있었던 책 내용만큼이나 힘들었던 몇 달 전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영조의 근엄한 초상이 겉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책은 분명 사학 박사가 쓴 것이고, 많은 온라인 서점에서도 ..

해외여행 중 만났던 공항판 저강도 액션 팝콘 무비 - (2024 자우메 코예트세라 감독)

짧은 해외여행 중, 호텔방에서 켠 넷플릭스, 거기서 발견한 반가운 얼굴과 팝콘 무비  힘든 일상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이었다. 이제는 밤늦게 돌아다닐 체력도 없고, 하지만 일찍 잠들기에는 아쉬워서, 유튜브로 이런저런 탄핵 뉴스를 보다가... 뭐 없나 싶은 생각에 문득 넷플릭스를 켰다. 넷플릭스 알고리즘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지만, 인기순위는 꽤 신뢰하는 편인데, 인기순위 안에 들어와 있는 신작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 태런 에저턴까지. TSA 제복은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한 번 클릭해 보기에 충분했다. 별다른 사전정보가 없었지만, 영화 초반부만 봐도... 괜찮은 액션 팝콘 무비라는 느낌이 왔고.... 나른하게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에서, 감상하기 적당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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