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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102

독서54 -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2001, 브루스 커밍스)

대학에 들어온 지 6년째가 되는 중닭 사회과학도인 내가 스스로 다짐하면서도 지키지 못하는 것이 바로 '돈 있을 때는 서점에 가지 말자!!'다. 늘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가끔 지갑에 용도가 애매한 돈이 조금이라도 들어있을 때는 서점의 한 켠에 쌓여있는 인기도 없는 사회과학 책을 뒤적이게 되고... 결국은 그 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을 사고야 마는 실수(?)를 하고야 만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점에서 두툼한 양장본 책을 펼치는 순간, 난 가진 돈을 털어서 이 책을 사게 되고야 말았다.  가뜩이나 서구의 학문이 그대로 답습되는 사회과학계의 현실이 비판받는 한국에서 한국현대사에 관한 책으로 미국인 정치학자의 저작을 고른 것에 대한 변명을 먼저 해야할 것 듯 싶다. 사회과학에, 특히..

명배우들이 축하한 하정우 감독 데뷔작 - 허삼관(2015, 하정우 감독)

영화는 두 가지 눈에 띄는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우선 톱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이고, 유명한 (중국)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했다. 첫 번째 포인트는 자연스럽게 화려한 조연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장르가 코믹 가족드라마이다 보니, 출연한 많은 배우들이 유독 사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도 울고 웃는 장면 장면을 매우 강조하는 것도 있지만, 실제로 영화 자체도 커다란 가족모임처럼 느껴질 정도로 하정우-하지원을 필두로 많은 조연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게 이 영화 큰 장점이자, 재미이다. 영화에 출연한 수많은 조연들이 한 화면에 잡히진 않았지만, 꽤나 많은 명배우들을 한 컷에 볼 수 있고,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시작된 결혼의 한 장면이었기에 꽤나 기억..

독서53 - 칩 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2023, 크리스 밀러)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알려주지 않는 책  세심하게 반도체 역사를 잘 설명해 주지만, 정작 제목에서 호기롭게 던진 의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는다. 미중 패권전쟁에 있어서 반도체가 주요 전쟁터이자, 핵심 무기라는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세계 현대사에서 어떻게 실리콘밸리가 반도체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와중에 어떻게 일본-대만-한국이 끼어들기 시작했는 지를 한 편의 '논픽션 스릴러' 형태로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충분하지만, 엄청난 두께의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니... 그래서 누가 이긴다는 거지..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다는 생각에 원문 제목을 찾아보니, 'Chip War - The fight for he world;s most critical technology'이다. 오역이나 초..

독서52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2016, 김수현)

요즘 서점에 가보면, 당연하다는 듯 독자를 위로하기 위한 에세이가 판매대 맨 앞을 채우고 있다. 그만큼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많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도 많은 요즘이다.  각자의 삶은 누구나 쉽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애정이 있다면, 조언 혹은 위로를 하고 싶어지고, 마침내 듣는 사람에게 잔소리로 다가오게 되면, 애초 의도와 선의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독자들에게 당신은 삶은 괜찮다고 위로하는 책들이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기 어려운 이유이다. 뻔한 잔소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위로라는 것은, 특히 책을 통해 만나는 위로는, 참신하면서도 알맹이가 있어야 하고, 남 얘기 같으면서도 내 얘기처럼 공감이 되어야 하고, 메시지가 분명하면서도 겸손함이 느껴져야 한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펼쳤던, 이 책은 ..

독서51 - 불편한 편의점(2021, 김호연)

1. 편의점의 양면성,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의 양면성 이제는 한적한 시골 마을을 가도, 대로변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의점’ 목 좋은 곳에서, 24시간 불을 켜고, 언제든 들어가면 친절하게 날 맞아주는 곳. 하지만, 수많은 자영업자를 울리는 악덕 대기업 프랜차이즈로 비난받기도 하고, 때로는 비행청소년이나 취객들의 범죄 대상이 되는 곳.  이렇게 소설의 공간 자체가 양면적인 것처럼, 공간의 등장인물들도 양면적이다. 그리고 그 양면성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염여사는 세상 걱정 없을 것 같은 퇴직교사 겸 편의점 사장인데, 폭탄급 문제아 아들이 있다. 독고씨는 구제불능 노숙자였는데, 불과 한달만에 건실한 편의점 야간알바가 된다. 든든한 알바 시현은 공무원시험을 향해 착실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

독서50 - 로마인 이야기(2007, 시오노 나나미)

“그 것이 그애들한테 어울리는 무덤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이야기일지라도, 전체15권에 이루는 양을 보면, 정확한 뜻도 모르는 대서사시라는 단어가 떠오르기까지 한다. 그 15권을 너무나 흥미롭게 때로는 탄식해가며 다 읽어내린 내게, 이상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은, 유명한 카이사르의 연설도, 타키투스의 냉소도,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도 아닌 한 여성, 아니 한 어머니의 담담한 한 마디였다. 그라쿠스 형제의 어머니 코르넬리아의 한 마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접어들기 전, 혼란기로 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로마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연이어 모든 것을 던진 형제, 그들이 받은 것은 결국은 비참한 죽음이었지만, 민중은 무덤조차 허락되지 않은 그들의 빗돌 앞을 찾았고, 그의 어머니는 지금 내 심금을 울리..

독서49 -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 이금이)

1. ‘알로하, 나의 엄마들’의 새로움 문학 등 예술이 역사의 행간을 메워주고, 외연을 확장해주는 것은 익히 알려진, 대표적인 순기능이다. 한국 또한 근현대를 거치며 깊은 굴곡을 겪었기에, 많은 예술작품이 순간순간을 기려왔다. 특히, 여러 소설이 역사적 사건을 조망하여, 의미를 찾아내고, 그 안에 인간이 있었음을 알려왔다.  하지만,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매우 새로웠다. ‘하와이 이민’이라는 한국 역사를 입체적으로 다루면서도, 이야기가 슬픔에 젖어있지 않다. 참혹한 현실에 부딪히면서도 모든 등장인물은 너무나 열심히, 생동감 있게 살아간다. 슬픔으로 가득찰 법한, 사기극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민과 결혼을 다루면서도, 계속해서 희망을 보여주고, 그 조선인들이 얼마나 그 희망을 잡기위해 노력했는지를 절절..

독서48 -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2024, 수바드라 바스)

초월번역? 원제 'UNCIVILISIZED'  이쯤 되면 번역자의 초월번역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원제목 uncivilisized를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으로 번역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어울리지 않은 번역인 것 같은데, 일단 작가가 의도한, 과연 누가 문명화되었고, 누가 문명화되지 못했는가?라는 비판의식이 엉뚱한 방향으로 희석되는 번역이고, 번역자가 프레임이라고 칭한 과학, 교육, 문자, 법... 등등도 전부 프레임이라고 정의(혹은 구분) 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작가가 제시한 여러 신념 혹은 도구들이 세계를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세계가 움직인 결과인지도 불분명하다. 여러 면에서 무리한 번역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데, 왜 전문지식을 갖춘 번역자는 이러한 문구를 택했을까? 확실치..

2차 대전과 흑인 여성의 설 자리 - 6888 중앙우편대대(2024, 타일러 페리 감독)

차별받던 흑인, 차별받던 여성, 차별받던 흑인 여성 군인  아주 가끔은 넷플릭스의 영화 추천 알고리즘도 쓸 만하다. 물론 이 영화는 그저 최신작이었기에 추천한 것 같기도 하다...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쟁영화라 볼 수도 없고, 별다른 전투장면도 없는데, 내 취향에 맞춰 추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그런 2차 대전을 다룬 영화다운 이런저런 요소를 모두 날려버리고, 영화는 정말 미국의 '역사'를 다룬다. 남북전쟁 중 노예해방선언이 있고, 흑인차별 철폐가 법제화된 지는 이미 한참 지났지만, 2차 대전 시기 얼마나 흑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했는지, 그리고 그중에서 흑인여성에 대한 대우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좋은 역사공부로 이 영화를 추천하는 건 분명 타당하다.  킬링타..

독서47 - 두 리더: 영조 그리고 정조(2020, 노혜경)

독서모임, 힘든 일상에서도 책을 읽게 해주는 즐겁고도 효율적인 장치이다.  하지만, 지난 몇 개월 간은 이리저리 치이는 하루하루에 사과를 연발하며 겨우겨우 버티는 수준이었고, 힘들게 일정에 쫓겨 읽은 책들에 대해서도 몇 글자 적어놓는 것이 참 힘들었다.   이 책도 그랬다. 영조와 정조라는 듣기만 해도 귀를 쫑긋하게 되는 두 명군에 대한 이야기였고, 책도 재미있게 읽었음에도 한 시간에 넘게 모임 멤버들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낼 에너지가 없었다. 이제 조금은 여유를 찾고 나서, 다시 책을 꺼내 들어 목차부터 찬찬히 살펴보니, 재미있었던 책 내용만큼이나 힘들었던 몇 달 전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영조의 근엄한 초상이 겉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책은 분명 사학 박사가 쓴 것이고, 많은 온라인 서점에서도 ..

해외여행 중 만났던 공항판 저강도 액션 팝콘 무비 - (2024 자우메 코예트세라 감독)

짧은 해외여행 중, 호텔방에서 켠 넷플릭스, 거기서 발견한 반가운 얼굴과 팝콘 무비  힘든 일상을 뒤로 하고,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해외여행이었다. 이제는 밤늦게 돌아다닐 체력도 없고, 하지만 일찍 잠들기에는 아쉬워서, 유튜브로 이런저런 탄핵 뉴스를 보다가... 뭐 없나 싶은 생각에 문득 넷플릭스를 켰다. 넷플릭스 알고리즘은 그다지 신뢰하지 않지만, 인기순위는 꽤 신뢰하는 편인데, 인기순위 안에 들어와 있는 신작 영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 태런 에저턴까지. TSA 제복은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한 번 클릭해 보기에 충분했다. 별다른 사전정보가 없었지만, 영화 초반부만 봐도... 괜찮은 액션 팝콘 무비라는 느낌이 왔고.... 나른하게 심신이 지쳐있는 상태에서, 감상하기 적당한 ..

백윤식과 성동일, 그리고 천호진 - (2017, 김홍선 감독)

신스틸러 혹은 명품조연은 한 작품을 오롯이 책임질 수 있는가?   여기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신스틸러들이 한 작품에 모두 모였다. 백윤식, 성동일, 천호진, 배종옥, 조달환 모두 한국영화팬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편안한, 혹은 어떤 역할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 내는 명품조연인데, 이들이 직접 주연으로 나서서 한 작품을 이끌어간다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 그것도 정말 이제 원로 대접을 받은 분들이 실제 느낄만한 '노년의 설움'과 '노익장'에 관련된 영화라면? 이 두 가지 의문에 직설적으로 답하고 있기에, 영화 '반드시 잡는다'는 장점이 매우 뚜렷한 영화다. 명품조연이 모두 주연급으로 한 작품에서 열연했으며, 이들이 이미 장년층을 지나고 있을 나이, 노년의 설움을 잘 표현했으니, 이 두 가지 만으로도 나처럼..

커피 한 잔의 가치 - 생각 어지르기 혹은 정리

할 일이 산더미처럼 밀려있다. 겨우겨우 요식행위처럼 해냈던 일은 스스로에게 망신과 같은 창피함을 남겼다. 달게 받아야할 지적에도 얼굴은 화끈거렸고, 어두운 밤 집으로 가는 길... 바로 몇 시간 전 그래도 마음을 다잡았건만, 이미 난 자제력을 상실했고, 그저 얼른 집으로 가 눈을 감고 하루를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만 이어졌다. 그렇기에 돌아올 다음 날 미리 휴가를 낸 건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멘탈로 뭘 해도 아마 오늘은 무척 날카로웠을 테고, 주변 사람들과 많이 부딪혔을 거다. 이렇게 휴가를 내고나면, 늘 뭘 해야할지 조바심이 나고... 어느새 가버리는 시간에 오늘 도대체 뭐했나... 후회하게 된다. 오늘도 그렇게 보낼수는 없다는 생각에... 무작정 근처 커피숍에 들어왔다. 왠만하면 ..

독서46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 괴테)

지금 다시 보니, 표지의 여자 그림이 엄청난 미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시간에 쫓겨 책을 읽을 때는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주인공 베르테르가 완벽한 여인이라 생각했던 롯데의 모습으로 연상되지는 않는데, 아마도 중세와 지금의 미인상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재미있는 건, 여기저기서 들었던 이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떠올려보지도 않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기에 불안해보이는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미모 등은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말 사람은 의도한 대로 보고, 생각한만큼 발견하는 모양이다.  대단히 재미있는 소설, 괴테  2024년에 읽어도 괴테는 대단히 재미있다. 초반부 중세시절에 대한 묘사와 옛스러운 이야기 전개에 좀 적응이 어렵지만, 그 고비를 넘어 본격적으로 삼각관계가 시작되면, 마치 욕하면..

독서45 - 국제 분쟁으로 보다, 세계사 - 현대의 주요분쟁들로 이해하는 세계사(2024, 송영심)

1장. 예루살렘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기나긴 분쟁2장. 시리아 내전이 초래한 수백만 난민들의 비극3장. 주변국들의 반대 속에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쿠르드족4장. 영국의 분열 통치로 시작된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5장. 종교 갈등으로 빚어진 비극적인 인종 청소의 현장, 코소보 전쟁6장. 러시아의 침공에 눈물 흘리는 유럽의 곡물 창고, 우크라이나7장. 풍부한 석유 자원을 둘러싼 국제전의 희생양이 된 이라크8장. 저주받은 ‘피의 다이아몬드’를 놓고 싸우는 시에라리온9장. 독재와 빈곤으로 얼룩진 ‘실패한 국가’ 소말리아10장. 로힝야족에게 무자비한 탄압을 가한 미얀마11장. 중국의 소수 민족 지배 정책에 분신과 망명으로 저항한 티베트12장. 바다를 둘러싼 분쟁, 센카쿠 열도를 사이에 둔 중국과..

독서44 - 임진왜란: 상 -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2024, 임용한, 조현영)

임용한 박사를 처음 알게 된, 유튜브 인기프로그램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통해서였다.  그때는 어떤 분이지 전혀 몰랐고, 사실 프로그램 컨셉 자체도 저명한 학자인지, 아니면 그냥 전문가인지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임 박사는 확실히 뭔가 달랐다. 자료 활용도 어려운 앉아서 대화/설명으로만 전쟁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 포맷에도 정확히 사료에 근거한 주장을 펼치고, 세간의 오해를 하나하나 교정해주는 임 박사가 '역사학자'임을 확신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토크멘터리 전쟁사가 안 좋은 모양새로 갑자기 종영되면서,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긴 것도 잠시... 다른 방송에서 바로 출연을 이어갔고... 이제는 적지 않는 나이 때문인지 방송 활동은 좀 줄여가는 느낌이다. 물론 '벌거벗은 세계사..

웃음 말고 모든 걸 빼버린 코미디 - 30일(2023, 남대중 감독)

1. 웃음에 방해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한 영화  영화는 구상 단계부터 '웃음'만을 염두에 둔 듯하다. 장르가 코미디인데, 다른 걸 뭘 염두에 두었겠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애도, 생활고도, 리얼함도, 재벌가도, 삼각관계도 이 영화에는 없다. 길지 않은 상영시간에 녹여낼 수 없는 모든 요소를 치워버리고, 두 청춘스타 주연배우들이 사랑싸움을 보여줄 시간도 아까웠는지 영화는 바로 이혼소송의 마무리단계부터 시작한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영화의 설정과 초반부를 뻔하게 가는건, 장단점이 뚜렷하다. 관객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지만, 그만큼 예상되는 전개에 식상함을 줄 수도 있다. 이 양날의 검을 택한 남대중 감독은 보기 좋게 성공을 거뒀다. 너무나 뻔한 이 커플의 해피..

한국형 아포칼립스의 진화 - 콘크리트 유토피아(2023, 엄태화 감독)

1. 이제는 블록버스터급 작품을 볼 수 있는 한국형 아포칼립스 많은 이들이 한국영화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물론 개봉영화 장르 다양성이 점점 약해지고 있고, 대작이 개봉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뉴스를 쉽게 나오기에 좋지 않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스크린쿼터를 운영하면서도 한국영화가 고사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내게, 많은 자본을 끌어모아 작가적 상상력을 상당한 정도로 구현해내는 한국영화계는 여전히 잘 작동되고 있는 산업분야이고, 블록버스터와 전 세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영화를 동시에 쏟아내고 있는 한국영화계는 정말 빠르게 그리고 많이 성장해 왔다.  그 성장의 한 단면이 아포칼립스물의 등장이다. 헐리우드의 다양한 ..

독서43 -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2013, 이정철)

힘들지만, 독서모임은 책을 읽게 해 주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새로운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만은 않았는데... 그 와중에 한 멤버가 전에 읽었던 책을 추천한 후, 몇 년 만에 다시 읽어보니 좋더라는 소회를 듣게 되자... 솔깃했다. 나도 전에 읽었던 책 중 하나를 골라서 멤버들 의견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나마 가진 역사책 중 쉽고... 추천할 만큼 수준 높은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를 골랐다.   역사비평사의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온라인 서점의 역사책 재고 수급 사정이 좋지 않은 건지... 멤버 둘은 온라인 주문 후 며칠을 기다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역사책 치고는 쉬우니 짧은 시간에도 읽을 수 있다고 ..

백과사전 속의 예수회 - 역사 속의 예수회 (7)

자기 연구를 하고 싶다면, 백과사전의 정의부터 찬찬히 보라는 조언을 받았다. 깊이 공감하고, 도서관을 찾았지만, 추천받은 가톨릭대사전은 이미 너무 오래된 책이라 보관서고로 퇴역한 상태였다. 대신 눈에 띈 사전은 바로 대사전에 비하면 포켓 정도 수준인 『가톨릭에 관한 모든 것 백과사전』이었다. 백민관 신부가 엮은 이 사전은 세 권으로 심플했고, 대사전에 비하면 최근인 2007년에 출간된 덕에, 언제든 도서관에서 쉽게 펼쳐볼 수 있었다.   어차피 기초가 많이 부족한 내게 짧더라도 사전적 정의라는 것을 알려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 ctrl C,V라는 위대한 기능이 있지만, 의미를 되새겨볼 겸 '예수회'에 대한 정의를 한 줄 한 줄 옮겨 적어 본다.  Jesuits [영] Jesuitae [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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