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보니, 표지의 여자 그림이 엄청난 미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시간에 쫓겨 책을 읽을 때는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다시 보니 주인공 베르테르가 완벽한 여인이라 생각했던 롯데의 모습으로 연상되지는 않는데, 아마도 중세와 지금의 미인상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재미있는 건, 여기저기서 들었던 이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을 떠올려보지도 않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기에 불안해보이는 남자의 시선과 여자의 미모 등은 신경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말 사람은 의도한 대로 보고, 생각한만큼 발견하는 모양이다.
대단히 재미있는 소설, 괴테
2024년에 읽어도 괴테는 대단히 재미있다. 초반부 중세시절에 대한 묘사와 옛스러운 이야기 전개에 좀 적응이 어렵지만, 그 고비를 넘어 본격적으로 삼각관계가 시작되면, 마치 욕하면서 끝까지 보게되는 TV드라마처럼 그 다음 전개가 너무나 궁금해서 멈출 수 없는 그런 소설이다.
과학적으로도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다고 한다. ㅎㅎ
의사 선생님 주장으로는 과학적으로 봐도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너무 좋다는 것.. 특히 이성적으로 끌리는 것도 결국은 호르몬 분비로 봐야 하는데.. 일정기간이 지나면 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는 것...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하면서 내 삶의 이런저런 순간을 떠올리면서.. 내가 청년이었어도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멤버 중 가장 어리고 아직은 싱글인 친구는 자기도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말했다.
사랑의 열정을 주체하지 못해 죽음을 선택하는 베르테르와 지금 우리들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겠지만, 정말 근원적인 사랑, 누군가를 이유 없이 좋아하게 되는 그 감정에 대해 여럿이 이야기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 고전은 꽤 위대한 이야기다.
주인공이 '평민'이었던 이 로맨스 소설의 등장은 당시 기준으로 문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이었다.
읽어보지는 않았어도 제목은 한 번 쯤 들어봤을 법한, 이 소설은 어떤 면에서 그렇게 대단한 작품일까? 재미있는 사랑이야기를 끝까지 다 읽어도... 사실 정말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을 들여다보면 이 작품이 처음 출간된 18세기 후반까지 대부분 로맨스 소설은 주인공이 귀족이었고, 자유롭게 사람을 만나고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흔치 않았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당시 사람들에게 충분히 충격적이고 자극적이면서도 매력적이었을 테고, 그렇기에 감정이입에 용이했으리라. 결론적으로 신화와 같은 이야기 바탕의 소설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독일에는 아직도 롯데의 생가가 보존되어 관광자원화되어 있다.
본인이 원치 않았지만, 어쨌든 독일의 슈퍼스타가 된 실존인물 롯데의 삶의 자취는 엄청난 관광자원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는데... 원치 않는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그 삶도 어찌보면 불행한 삶이다.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는 걸 보면, 이 작품이 그렇게까지 내게는 인생작이 아니었고, 또 그 삶의 자취를 느껴보는게 것에 대한 불편함도 조금은 있는 듯 하다.
롯데의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자기 아내의 마음을 살피지 않는 알베르토는 뭐하는 사람인가?
어장관리? 이런 표현이 적절할 지 모르겠지만, 약혼자가 있음에도 분명 롯데도 베르테르에게 오해할만한 행동을 했고, 베르테르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녀도 그를 사실은 사랑했지만, 현실을 벗어날 용기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약혼자와 베르테르 사이에서 저울질을 했지만, 약혼자를 선택한 것일까? 이 의문은 애매하고도 양쪽 해석 다 가능하기에 더 이야기거리가 되고, 오랫동안 회자된다. 특히, 삼각관계에 관련된 건이니 얼마나 더 그럴까.
개인적으로는 그녀 또한 베르테르를 마음에 두었던 것 같다. 한 사람만 사랑해야하는 것도 사실 사람이 정한 룰이고, 중세시절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자가 겪었을 혼란을 생각하면,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결국 약혼자를 택한 롯데의 선택도 지극히 일반적이다. 좋은 추론은 간명해야 한다고 했던가. 서로 마음이 통했지만, 현실 때문에 감정을 감춰야 했던 여자...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순간 바로 감정에 전해지는 가정인가.
자살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베르테르 효과 라는 개념이 언론에도 자주 등장할 정도로 이 작품 결말인 주인공의 자살은 유명하고, 그 자체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OECD 국가 중 수위를 다투는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은 자살 자체가 커다란 사회문제이자 현상이어서, 유명인이 자살하면 지금도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기사 등이 종종 나오고 한다.
한 멤버는 자신은 자살은 분명 치료받아야 할 질병을 제때 치료하지 못한 부작용으로서, 근절되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세상이 확고한듯 보였지만, 그래도 개인 선택이라는 입장도 의식하는지 생각을 물어왔는데... 표면적으로 모든 멤버가 당연히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대화가 재미없어서... 나는 그래도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행중이라는 합법적 자살도... 앞으로 확대될 사회현상으로 보인다라는 말을 했는데... 순간 다른 멤버들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았다. 나도 자살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나타나는 사회현상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우매한 일이기에... '합법적 자살' 제도 자체는 눈여겨봐야할 현상이자 사회제도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강한 유교문화 잔재가 가치관에 뒤섞여 있는 한국이기에 이런 제도가 단시일 내에 합법화될리는 없겠지만, 사회제도의 변화의 한계를 먼저 설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위험한 일이다.
괴테 작품은 여기까지.... 찍먹으로 충분하다.
학창시절에 파우스트를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은 읽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멤버들 중 이 책과 파우스트 정도를 읽어본 사람이 있었는데... 난 웃으면서.. 괴테 작품은 여기까지.. 더 읽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따. 그냥 어디가서 쾨테 책도 한 권 읽어봤다. 괴테문학 맛은 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니 됐다고 하면서 찍먹으로 만족한다고... 한 마디 덧붙였다.
평민 문학의 지평을 연 괴테라지만... 굳이 따지자면 톨스토이 같은 광활한 느낌은 없었고, 역사책 같은 빨려들어가는 느낌은 없었다. 나중에 파우스트나 다른 작품을 읽으며 이 치기어린 발언을 반성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때가 오면 기꺼이 반성하는 것으로... 지금은 생각을 정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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