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45 - 국제 분쟁으로 보다, 세계사 - 현대의 주요분쟁들로 이해하는 세계사(2024, 송영심)

마셜 2024. 10. 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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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라딘)

 

1장. 예루살렘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기나긴 분쟁
2장. 시리아 내전이 초래한 수백만 난민들의 비극
3장. 주변국들의 반대 속에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쿠르드족
4장. 영국의 분열 통치로 시작된 인도와 파키스탄의 카슈미르 분쟁
5장. 종교 갈등으로 빚어진 비극적인 인종 청소의 현장, 코소보 전쟁
6장. 러시아의 침공에 눈물 흘리는 유럽의 곡물 창고, 우크라이나
7장. 풍부한 석유 자원을 둘러싼 국제전의 희생양이 된 이라크
8장. 저주받은 ‘피의 다이아몬드’를 놓고 싸우는 시에라리온
9장. 독재와 빈곤으로 얼룩진 ‘실패한 국가’ 소말리아
10장. 로힝야족에게 무자비한 탄압을 가한 미얀마
11장. 중국의 소수 민족 지배 정책에 분신과 망명으로 저항한 티베트
12장. 바다를 둘러싼 분쟁, 센카쿠 열도를 사이에 둔 중국과 일본
13장. 독립을 가로막는 중국과 ‘하나의 중국’에 저항하는 대만

 

역사학의 위기와 점점 다양화되는 역사콘텐츠물

 

 

 모든 인문학이 그렇듯이, 역사학도 위기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교육열이 높고 수준 높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한국의 특성 때문인지, 역사 관련 콘텐츠의 포맷은 계속 진화하며 다양해지고 있다. 

 방송에서 한 영역을 차지한, 특강 형태의 역사 프로그램들은 인문학의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특강 형태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총 13장에 걸쳐 현재진행형인 '전쟁'을 다루고 있다. 통사적인 서술 혹은 역사적 사건 하나에 깊게 들어가는 방식이 아닌 이렇게 주제에 맞춰 병렬적으로 소재를 배치하는 식의 책은 비교적 자주 접한 편이다. 영화를 통해 보는 역사도 그렇고... 전쟁영화를 통해 보는 역사도 있었고.... 게임을 통해 본 역사책도 있었지만... 이 책이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 

 힘들지만 역사 공부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 공부의 목표로 삼을만한 저작이라 일단 반가웠다. 당장 하루하루 숙제에 허덕이는 입장에서 너무 먼 미래 이야기지만, 그래도 구체화된 목표로 삼기에 좋은 책이다. 

 

 아무래도 눈이 가는 건 한국에서 가깝게 느껴지는 분쟁들 - 센카쿠 분쟁, 중국과 대만

 

 

 한국인이 한국인이 쓴 책을 읽다보니, 아무리 세계사 관점의 책이라 해도, 결국 한국과 관련된 혹은 가까운 분쟁에 더 눈이 가고 기억이 남는다. 독도와 너무나 닮은 센카쿠 열도와 남북한 관계와 닮은 듯 많이 다른 중국과 대만 문제가 그렇다. 특히, 아마도 앞으로도 계속 될 독도 이슈를 생각하면, 조금은 감정을 배제하고 국제관계와 역사적 배경, 실질 점유 상태 등만 고려해서 추이와 동향을 볼 수 있는 센카쿠 열도는 좋은 교보재이자 반면교사이기에, 기억에 남는다. 

 (물론 무릎을 탁 칠만한 대안이 있거나, 천재다 느낌을 줄만한 분석은 없지만,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더구나 누구나 쉽게 흥분해버리는 이슈에 대해 역사가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글은 늘 가치가 있다)

 

 결국 계속되는 이 분쟁들은 대부분 종교, 독재자, 민족주의에서 기인된 문제이다. 

 

 

 여러 멤버들이 동시에 '분쟁의 원인이 모두 종교, 독재자, 민족주의'라는 것을 지적했다. 결국 느끼는 것이 비슷하구나 하며엷게 웃으면서 되돌아보니, 전쟁의 원인이 대부분 종교과 이념이라는 것은 그다지 새로운 지적도 아니다. 물론 그 내면에는 경제적 이해 등이 복잡하게 얽히기 마련이며, 양측이 생각하는 원인이 서로 다를 수도 있지만, 종교과 이념, 그리고 민족 정도라면 전쟁의 '명분' 쌓기에는 충분하다. 

 종교가 참 문제라는 지적을 들으며, 이제는 한국이 걱정해야할 '이슬람포비아'로 연결되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과연 이슬람이 문제인지, 아니면 이슬람을 둘러싼 환경이 문제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문제인지... 정작 한국에서 이슬람 인구는 아직 미미하기 그지 없는데, 전세계의 사고뭉치라는 인식이 이렇게 쉽게 자리잡는 걸 보면, 한국인들은 역시나 위험 감수성이 예민하고, 전세계 종교인구로 손에 꼽히는 이슬람은 참 넓게 퍼져서, 적극적으로 다양하게 투쟁하고 있다. 

 

 이렇게 분쟁이 계속되는데, UN과 같은 국제기구가 좀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

 

 한 멤버는 많이 다르지만 결국은 안타까운 전쟁을 다루는  13가지 비슷비슷한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는지, 대안을 이야기했다. UN이 이러한 크고작은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지는 않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냐는 취지는 십분 이해가 되었지만, 현실적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인이야 UN 이름으로 많은 국가가 6.25전쟁에 참전하여 공산화를 저지했기에, 강력한 국제기구로 강한 인상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그 후 UN의 활동이 그 이름에 걸맞는 위상을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건 누구의 잘못이다라고 할 수 없는 것이 애초에 UN 상임이사국이 강대국 5개국인데, 이들 전원동의가 없으면 군사조치를 할 수 없는 구조가 너무 견고하기에 이러한 분쟁(혹은 전쟁)에 적극적 조치를 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13개 분쟁 중 상임이사국이 직접 전쟁을 일으킨 우크라이나전쟁을 빼더라도 기나긴 분쟁을 야기한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분쟁 원인을 제공한 영국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이들이 전쟁이 원인이라면 원인이기에, 자기가 일으킨 전쟁에 UN의 군사적 개입을 원할리 만무하다. 즉, 6.25전쟁에서의 대규모 UN군 참전은  당시 국제정세에 따라 가능했던 것이지, 상시적으로 UN이 정의로운 전쟁에 나서거나 군사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물론 강자가 치사하고도 집요하게 약자를 두들겨 패고, 약자는 약자대로 저항을 이어가며 장기화된 분쟁을 만들고 있는 걸 보면, 결국 UN의 역할을 생각할 수 밖에 없고. 계속 가야하는 길임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당장 어떤 분쟁을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모여서 의논하고, 또 의논하고, 다시 의논하는게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정말 고유한 인간만의 가능성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출처: 알라딘)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책

 

 출판사 풀빛에서 꽤 힘을 주었는 지, 내용에 맞는 이미지와 지도 등 자료도 눈에 띄고, 평생 교육현장에 계셨던 분께서 쓰신 글 답게 정말 쉽다. 

 한 멤버는 저자가 반미주의자이냐 좌파이냐를 이야기하며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사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살아온 과거 인류의 행적을 공부해야하는 역사가 입장에서 사회 진보를 이야기하는 건 크게 그 자체로 비판받을 일이 아니기에 그닥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중고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절하신 듯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어른들도 쉽게 읽을 만한 좋은 책이다. 한국이야 늘 남들이 쳐들어와서 전쟁이 났다지만, 도대체 왜 이렇게 지겹게 세계곳곳에서 죽고 죽이는지 궁금하다면, 한 번 도서관을 찾아보시길 추천한다. 꼭 앞에서부터 읽지 않아도 관심가는 분쟁만 찾아봐도 충분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글 구조의 밸런스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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