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점에 가보면, 당연하다는 듯 독자를 위로하기 위한 에세이가 판매대 맨 앞을 채우고 있다. 그만큼 위로받고 싶은 사람이 많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도 많은 요즘이다.
각자의 삶은 누구나 쉽지 않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애정이 있다면, 조언 혹은 위로를 하고 싶어지고, 마침내 듣는 사람에게 잔소리로 다가오게 되면, 애초 의도와 선의는 모두 사라지게 된다. 독자들에게 당신은 삶은 괜찮다고 위로하는 책들이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기 어려운 이유이다. 뻔한 잔소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위로라는 것은, 특히 책을 통해 만나는 위로는, 참신하면서도 알맹이가 있어야 하고, 남 얘기 같으면서도 내 얘기처럼 공감이 되어야 하고, 메시지가 분명하면서도 겸손함이 느껴져야 한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펼쳤던, 이 책은 그 어려운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낯설지는 않았지만 기발했고, 마치 내 얘기 같은 부분 부분이 중간중간 독서를 멈추고 생각에 빠지게 했다. 특히, 작가가 정하는 메시지는 준엄하게 느껴질만큼 냉정했다. 세상의 정답에 굴복하지 말고, 진짜 나 자신을 대면하라고 말하는 작가, 시종일관 따뜻하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도, 냉정한 메시지를 담았기에. 잔소리가 아닌 쓴소리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작가의 촌철살인이 끝도 없이 책을 가득 채우지만, 책을 단숨에 읽어내고 나니, 결국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 한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여러분은 모두 개인 본연의 모습으로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 내가 열심히 사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함인데, 가족도 주변사람도 아닌 내가 행복하기 위함인데, 이러한 평범한 삶의 진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준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그 진리가 허황된 미사어구가 아님을 작가는 일관되게 그리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만화만큼이나 눈길을 잡아끄는 삽화가 가득한 에세이가 체계적이라니, 언뜻 이상해보이지만, 다시 살펴봐도 이 에세이는 체계적이다. 사회학이나 사회심리학 내용을 풀어내고 싶었다는 작가 의도가 아니었어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나의 삶을 존중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좋은 삶, 의미있는 삶을 사는 방법까지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작가와의 여행은 심한 비약도 없이, 독자가 지칠 때쯤이면 작가 경험담이 등장, 계속해서 시야를 넓혀가며 결국은 개인이 사회 전체를 관조하게 만든다. 실패도 사랑하고, 나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며, 작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그 마지막이 어른으로 살아가며 역할에 충실하라는 것이라니, 아직도 사회의 가능성을 믿는 나로서는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을 넘어서 넒은 시야로 역할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 명랑한 작가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오해하지 말자. 세상이 100% 낭만적이지는 않다. 그렇기에 작가는 ‘나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기 위한 to-do list’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정량적인 평가에서 벗어나고, 남이 자기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맞서라고 이야기해준다. 만약, 이야기가 여기서 끝났다면 옳은 얘기지만.. 참 세상 힘들다... 어떻게 이렇게 맞서며, 비교를 거부하며 살 수 있을까라고 한탄하며 책을 덮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독자의 이런 좌절을 우려했는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to-do list’에서는 그래도 당신의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준다. 본인 스스로를, 그 삶을 진지하게 마주 보고 질문하고, 나 외엔 다른 무엇이 되지 않으려고, 자중자애하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행복한 삶을 꿈꾸는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가능성과 재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차근차근 얘기해준다. 잘 사는 것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고, 우리는 각자의 답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담담한 마무리에 잊어버렸던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본다.
그런 행복한 기억에 젖기에는 삶이 너무 팍팍하다는 것을 작가도 안 것일까? 작가는 다음 파트를 통해 불안해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불안에 붙잡히지 않기 위한 to-do list’는 어찌 보면 한 사람이 얼마나 강하며, 더 강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다. 충분히 슬퍼하고, 힘이 든다고 말하고, 충분한 과정을 거친다면, 그리고 무작정 열심히 해서 지치지 않는다면, 끝내 문제가 있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한다. 차근차근 쉬운 것부터 본인을 위해 해나간다면, 누구나 진정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함께 살아가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도 작가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사실 각자도생하기 바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너무나 고루한 이야기가 아닌가... 우려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조바심을 버리라고 이야기하는 이 젊은 감성의 작가는 그러한 우려를 가볍게 피해간다. 오히려 너그러운 개인주의자가 되라고 하며, 세상에 호의를 베풀라 이야기한다. 내가 얼마나 바쁜지 아냐고 화낼 준비를 하던 독자가 그야말로 무색해질 수 있는 작은 한 걸음. 그저 호의를 베풀고 예의를 갖추는 것만으로도 함께 살아가기 좋은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고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선문답 같은 이러한 한 마디 한 마디에 작가는 자신의 학창 시절, 직장 경험담과 OECD 통계, 그리고 때로는 인터넷 게시물과 타국 언론의 기사까지 적절하게 끼워 넣어가며 활력을 불어넣는다. 때로는 주석과 해설서가 깨달음에 가까이 가는 지름길이 된다고 했던가. 내 옆의 누군가가 겪었을 것 같은, 내가 어디서 봤을 것도 같은 작가 이야기는, 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가벼운 부채의식마저도 느끼게 해준다.
사회를 향해 시각을 넓혔던 작가는, 결국 개인에게 다시 담담하게 좋은 삶,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이야기하며 에세이를 마무리한다.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실패. 그 쓰라린 경험에 대해, 실수를 받아들이는 관대함이 우리를 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며, 낭비한 시간은 무병장수로 메워보자고 그야말로 기발한 발상으로 웃음 짓게 만든다. 그 모든 과정을 돌고 돌아 조금이라도 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사랑하게 되거든, 자신이 이미 특별한 존재였음을 알게 되거든, 우리 부모님이 그랬듯 그렇게 어른이 된다며, 자신의 역할을 외면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 명랑하고도 현실적인 여정을 끝마치고 나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떨었던 수다 같은 따스함이 함께 한다. 70개가 넘는 따뜻한 조언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가이드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저 덤에 불과하다. 나만 뒤처지고, 행복해지기가 참 어렵다고 느껴질 때, 우선 수다 떨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다면, 그야말로 든든한 기댈 언덕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경험담과 삶의 지혜와 통계까지 섞어가며 너무나 재미있게 수십 가지 팁을 알려준다면, 그런 친구를 가진 당신은 이미 행운이 함께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이 따뜻하고도 체계적인 에세이가 내게는 작은 행운이었다. 비록 내 옆의 친구만큼은 아닐지라도, 책을 읽는 내내 진심으로 누군가 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듯한 기분이었고,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이 내게는 행운이었다.
앞으로도 언젠가 또 남과 비교하며 불행하다 느끼고, 내 존재를 잃고, 완벽함이라는 함정에 빠져 길을 잃으면, 책장을 다시 펼쳐봐야겠다. 왠지 그 때에도 펼쳐진 책장 위의 삽화와 문장 하나가 내가 다시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같다. 끝.
이 글은 ' 2023 포천시 전국 독후감 공모전 ' 에서 장려상을 받았던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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