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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오늘! - 미국과 한국의 일상 71

[한국 일상 11] 새해 첫 날 영화관에서 이순신을 만나다

새해 첫 날, 다들 의미있게 보내셨는지요. 벌써 밤 9시가 넘었지만, 아직 새해 첫 날, 첫 휴일이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날에 대단한 의미를 두어 기념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요즘 한 해 한 해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기에, 2024년의 첫 하루는 유난을 떨어보려고 합니다. 아침에 만난 친구는 이순신이 전사한 전투가 명량인지, 노량인지를 헷갈려하더군요. 저만큼 공부를 잘 했을 친구가 헷갈려하는 명량대첩과 노량대첩을 설명하면서, 역사학도가 해야할 일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이제 하루의 마지막은 심야시간에 영화관에 '노량'을 만나려 가는 걸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3부작 중 평이 가장 좋다... 가장 치열한 전투... 등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는 따로 전쟁영화 평으로 올려야겠지요. 그저..

[미국 일상 20] 두둥~ 2024년에는 모두 갈매기의 꿈을!!

[미국 일상 20] 두둥~ 2024년에는 모두 갈매기의 꿈을!! 한국은 오늘 12월 31일이겠네요~ 저는 오늘 애들을 데리고 치과에 왔습니다. 젊은 한인 치과 의사분인데 정말 친절하세요. 항상 미소를 머금고 귀찮은 표정 전혀없이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주십니다... 애들이 갓난아기 때부터 다닌 치과이니 저희에겐 참 오래되었죠. 생각해보니 이사를 하고서도 새로운 치과를 찾지 않고 굳이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려 여기까지 오네요~ 단골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매사에 친절할 수 있는 능력, 변함없이 일관된 모습... 정말 본받고 싶은데요, 별일이 없는 한 계속 이곳으로 오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몇 달만에 방문한 이 치과의 벽에 아래의 사진과 같이 재미난 액자가 새로 걸려 있더라구요. 세계지도인..

[미국 일상 19] 2023년이 하루 남은 오늘,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미국 일상 19] 2023년이 하루 남은 오늘,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요즘 일년에 한 번씩, 연말에 주어지는 일주일간의 크리스마스 휴가 중입니다. 작년 같으면 애들을 데리고 스키장에 간다, 겨울 캠핑을 간다 분주했겠지만... 올해는 어딜 가기보다 주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와이프도 올 해 들어 업무량이 많아진 탓에 좀 지쳤는지 집에서 쉬자고 하더군요. 여행 안 간다고 난리난 아이들에게는 대신 좋은 선물을 해주는 것으로 딜을 하고, ㅎㅎ 오랜만에 여유를 가지고 휴식을 취하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그렇게 저렇게 휴식을 취하다보니, 저의 소중한 휴가도 이제 며칠 안 남았네요. 그리고 2023년도 겨우 이틀만 남았어요! 이거 실화입니까?? ㅎㅎ 한국 시간 기준으로는..

[미국 일상 18] 동심원이론을 아시나요? - 디트로이트 이야기 (2)

[미국 일상 18] 동심원이론을 아시나요 ? - 디트로이트 이야기 (2) 순식간에 고속도로는 제 차로 인하여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제 뒤에 위치한 차들이 앞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쭉 밀려버리는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패닉 상태가 온 저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몰랐죠. 차 사고가 나면 바로 보험회사에 전화해야한다는 일반적인 상식이... 막상 외국에 나와서 환경이 바뀌니 통하지가 않더라고요. 그리고 머릿 속에 잠시 스치는 생각은... 집에서 출발할 때는 뜻밖의 비가 매우 미웠지만, 그때만큼은 너무 고맙더군요. 장대같이 쏟아지는 비로 인해 고속도로 위 자동차들의 속도가 평소보다 높지 않았고, 이 때문에 위험한 상황을 간신히 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저는 그대로 차에 들어앉아 속을 끓이고 있..

[미국 일상 17] 당신에게 마음의 고향은? - 디트로이트 이야기 (1)

[미국 일상 17] 당신에게 마음의 고향은? - 디트로이트 이야기 (1) 여러분들은 살면서 제2의 마음의고향과 같은 동네가 있으신가요? 비록 본인이 태어난 곳은 아니더라도 인생의 어떤 중요한 시기에 큰 영향력을 받았다거나, 무엇인가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곳 말이죠. 현재 주소에서 살다가도 애틋하게 가끔씩 떠오르는 그런 곳... 언젠가는 다시 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요. 저에게는 그곳이 바로 미국 미시간 주의 디트로이트(Detroit)가 아닐까 합니다. 저는 배우 곽도원씨의 연기를 참 좋아하는데, 알고보니 그분에게도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충무로에서 상당한 대접을 받고 있고, 공중파에도 가끔씩 얼굴을 내미는 유명인사가 되었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듯 뜨기 전 젊은 시절에는 매우 ..

[미국 일상 16] 내가 왕이로소이다! 임페리얼 하이웨이의 주인은 누구?

엘에이에 있는 수많은 길들... 동서남북으로 뻗은 이 길들 가운데 제가 특히 좋아하는 도로가 있습니다. 이 길의 이름은 "임페리얼 하이웨이" (Imperial Highway). 직역하자면 "황제의 길" 또는 "왕의 길" 이지요. 총연장 169 킬로에 달하는 이 도로는 그 일부가 엘에이 지역 중간을 동서로 관통하여 가로지릅니다. 그 덕분에 저는 운전 중 다양한 엘에이의 모습을 대할 수 있어서 비슷한 시간이라면 굳이 이 길로 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또한 가다보면 지면의 고저 차이 때문에 운전하는 재미도 있고요, 무엇보다 이름이 멋지니까 기분이 남다른 것 같아요.ㅎㅎ 며칠 전의 일입니다. 저희 동네 타겟(Target) 마트에 제가 원하는 물건이 없어서 검색해보니... 서쪽 엘에이 지역 타겟에만 재고가 있더군요..

[미국 일상 15] 메리크리스마스! 역대급 크기의 사우스코스트 플라자에 가봤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했는데 집에만 있을 수 없어 가족을 데리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오랫만에 쇼핑몰에 한번 가볼까? 제 옷장에 초라하게 걸려있는 몇 장의 티셔츠들을 보니 이제는 좀 갈아줘야 할 때가 온 듯 싶더군요. 출근할 때 항상 반팔 티셔츠와 후드티만 입고 다녀서 딱히 옷을 사본지도 너무 오래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겨울잠바도 하나 좀 골라보라는 와이프의 성화도 있었고요...ㅎㅎ 기왕에 목적지를 아직 가보지 않은 사우스코스트 플라자로(South Coast Plaza) 정했습니다. 알고보니 사우스코스트 플라자는 엘에이지역 10여군데 대형 쇼핑몰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압도적으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네요. 개점한 매장만 300여개에 5개의 대형 백화점들이 한곳에 모여있어서... 이곳을 제대로 ..

[한국 일상 10] 내가 좋아하지 않아도 맛있는 음식

최근에 많이 화제가 되었던 음식이죠. '마라탕' 특히, 여자아이들에게는 인기가 엄청난 것 같습니다. 사실, 전 이 음식을 엄청 좋아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가끔 먹게 됩니다. 그 가끔의 첫번째 경우는 바로 야근할 때입니다. 사무실에서 먹는 컵라면 류도 지겹고, 배달 시키기도 뭔가 지쳤을 떄, 정말 사무실 가까이 있는 마라탕 집은 나쁘지 않은 선택지입니다. 사실 맛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애초에 맛집 추천 포스팅도 아니니 위치를 찍으며 상호를 밝힐 계획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보자면, 메뉴를 고민할 필요도 없고, 밥도 셀프로 퍼올 수 있고... 그냥 편하게 앉아서, YTN을 보거나... 아니면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먹을만한 마라탕이 나오죠. 물론 내용물은 대게 몸에 안 좋은게 잔뜩 들어있습니다만... 두..

[한국 일상 09] 2023년 하반기 악전고투를 함께 한 충신, 닥터 페퍼(Dr. Pepper)

2023년도 끝이 보이네요.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각자 하루가 힘들기에 행복하게 살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이겠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올해 하반기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제 힘들었던 2023년 끝이 보이니, 힘든 시기 함께 해왔던 사람들, 그리고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거의 한계에 부딪혔던 시기, 무의식적으로 자판기를 찾으면, 고민 끝에 자주 버튼을 누르게 되었던, 제 충신이 바로 닥터 페퍼입니다. 충신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세상 살다 보니, 충신이라는 게 주인에 충성하는 것이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이지, 주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삼국지의 심배(審配)를 보면, 원소를 위해 끝까지 충성하고, 목숨까지 내어놓지만, 원담이 아니라 원..

[한국 일상 08] 어느 힘들었던 날, 지하철 자판기 앞에서

지난 11월에 제게는 무척 힘든 시기였습니다. 모든 월급쟁이 다 자기 일이 고달플 것이고.... 세계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일하기로 유명한 한국 노동자라면 더욱 그렇겠죠. 아내가 헌신적으로 다 해주는 데도, 아이 하나 키우는 일도 늘 손이 부족하고... 몸도 요즘은 과거가 그리워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네요. 그렇게 늘 시간에 쫓기며 두 세 가지를 걱정하다 보니, 그리고 책상에 앉아서 스트레스를 풀 수단을 찾다 보니, 묘하게 자판기를 자주 찾게 됩니다. 대학교 졸업한 후 자주 이용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 왜 이렇게 자주 찾는지를 생각해봤는데.... 정말 잠깐의 시간도 미리미리 결정을 못하다 보니, 지하철을 놓치고 나서 멍하니 있다가 바로 앞에 있는 자판기 버튼을 누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무실에서도 가끔 ..

[미국 일상 14] 내앞에서는 모두 멈춰!!... but 오늘은 럭키 데이!

[미국 일상 14] 내앞에서는 모두 멈춰!!... but 오늘은 럭키 데이! 이곳 엘에이에서 살다보면 바삐 운전하고 길을 갈 때 저의 맥을 탁! 풀리게 하는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바로 기차 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갈 때, 그리고 정차한 스쿨버스를 만날 때에요. 엘에이에는 롱비치라는 곳에 커다란 항구가 있어서 수출입 물류량의 많은 부분을 기차로 나릅니다. 그래서 엘에이 도심 곳곳에 많은 화물용 철도가 뻗어있고 특히 도시계획이 잘 되지 않은 지역일수록 이 철도망과 주택가 그리고 공업단지가 뒤섞여 있어서 여기저기 건널목도 참 많습니다. 평소엔 기차가 잘 다니지 않다가도 어쩌다 기차가 지나간다는 벨소리와 함께 눈 앞에 빨간불이 점등되고 가드레일이 철커덕하고 내려지면 그때부터 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ㅎㅎ 그냥 ..

[한국 일상 07] 벌써 보름, 회사 야구팀 아재들 첫 게임에서 승리

벌써 11월 1일, 지난 10월 15일 일요일에 있었던 시합이니, 벌써 보름이 지났네요. 늘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 참 빠릅니다. 긴 연휴, 그리고 여행 끝에 야구 시합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마치 매주 하는 흔한 시합 같지만, 사실상 팀으로 첫 시합이었습니다. 그나마 시합 경험이 있는 저도, 마지막 시합이 지금 중학생인 아이가 신생아였던 시절이었으니, 언제 적인지 기억도 나질 않네요. 그 사이 정말 아재가 되어버린 것은 당연하고요. ㅎㅎ 직원이 많다고 할 수는 없는 직장, 모든 멤버가 모여도 17명에... 다들 바쁜 주말 실제로 모인 팀원은 6명이었습니다. 정식시합이 불가능한 인원, 그나마 상대팀에서 인원을 빌려줘서 서로 8명만 수비에 나서는 식으로 시합을 진행했습니다. 6명 중 3명은 아..

[미국 일상 13] 드디어 만났다!! 트레이더죠 김밥 리얼 후기~

[미국 일상 13] 드디어 만났다!! 트레이더죠 김밥 리얼 후기~ 요즘 해외기사에서 미국 트레이더죠 (Trader Joe's) 김밥이 미국인들에게 아주 인기 많다는 소식을 접한 분들이 있을거에요. 이게 요새 정말 핫해서... 미국의 식료품 체인인 트레이더죠 매장에서 이 김밥을 오전에 대량 입고시키면 금새 동나버리는 사태가 미국 곳곳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합니다. 아니 뭐 김밥 하나가지고 호들갑이냐? 이런 생각이 많으시겠지만, 이곳 미국의 분위기로서는... 이 김밥이 최근까지 양상을 보면 하나의 신드롬 수준이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어느 여자 한인교포가 이 트레이더죠 김밥을 시식하는 장면을 틱톡에 올려 천만뷰를 달성한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리뷰와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광풍이 불었죠. 그외에도 여..

[미국 일상 12] 우리 엘랑이 바이바이 ㅠㅠ~ 카맥스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일상 12] 우리 엘랑이 바이바이 ㅠㅠ~ 카맥스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말엔 그동안 저와 정이 많이 들었던 우리 "엘랑이"와 바이바이하는 날이었습니다. ㅠㅠ 엘랑이는 제가 회사 통근용으로 구매했던 조그만 SUV인데요, 엘랑이는 제가 지은 애칭으로서 "엘에이를 유랑하는 차" 라는 뜻입니다. ㅎㅎ 지난 기간 동안... 이 차를 타고 엘에이 구석구석을 정말 많이 다녔었죠. 팬데믹 이후로 미국 기름값도 폭등하고 차량 유지비도 만만치 않게 높아지자 저는 그 차량 모델 중에 옵션도 하나도 없고 사양도 가장 낮은 걸로 사서 그동안 잘 쓰고 잘 다녔었습니다. 혹시 많은 분들이 미국 기름값은 당연히 한국보다 쌀 것이라고 예상하시는데... 다른 지역은 몰라도 캘리포니아의 대도시 지역은 최근 몇년 들어 기름값이 미친..

[한국 일상 06] 맑은 가을 하늘과 바다, 한국 남쪽의 어느 커피숍

사진을 받았을 때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었는데, 며칠이 지나 다시 보니 텅 빈 커피숍이 약간은 쓸쓸해 보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도시생활에 찌들어 있는 저는 막상 이런 곳에 들어가면 창가에 달라붙듯이 바다 구경을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만큼 전 바다를 좋아하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좋아하는 바다는 상상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까운 바다를 찾으면, 이리저리 쓰레기가 없는 각도로 풍경을 재고, 사람들이 덜 보이는 쪽으로 시선을 둬서 앉을 곳을 찾거든요. 전 다들 그런 줄 알았는데, 제가 유난하다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니,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매사 부정적(혹은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제 성격이 행복을 약간 방해하고 있구나..

[미국 일상 11] 목적지가 대체 어디일까? 퇴근 길 그 분...

[미국 일상 11] 목적지가 대체 어디일까? 퇴근 길 그 분... 오늘 퇴근 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집을 향해 운전을 하고 가다가 백미러를 보고 정말 깜놀!했습니다... 어떤 분이 반대편 차선에서 역방향으로 걸어오는게 보이는 거에요. 달리는 차들 사이로 터벅터벅 지나가는데... 도로에 차들이 순간 별로 없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당연히 놀랜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그랬죠. 그래도 그분은 무심한 듯 신경을 꺼버린듯 이번에는 양쪽 찻길 사이 좁은 블럭 위로 옮겨 계속 걸어오시네요. 양 손에는 큰 비닐봉지에 무언가를 담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필 그곳은 공장들도 많고 다리들도 많은 좀 위험한 지역이거든요. 주변에 주거지역이 좀 먼 곳입니다. 그분은 무표정으로 계속 걸어오세요. 대..

[미국 일상 10] 지구는 둥그니까~자꾸 걸어나가면~!! 레돈도비치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일상 10] 지구는 둥그니까~자꾸 걸어나가면~!! 레돈도비치에 다녀왔습니다. 뭔가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 한국에서는 내가 뭘했었더라?... 생각을 더듬어보니 저는 한강에 꽤 자주 갔었습니다. 맥주 한 캔에 오징어 하나만 달랑 들고 가도, 뭔가 풍요로운 느낌, 그리고 감상에 젖는 그 느낌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종종 고수부지에 앉아 잔잔한 물결과 해지는 서울을 한참 동안 바라보곤 했었죠. 특히 복잡한 일이 있을 때는 머리를 비우러 가기가 딱이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면 허공에 어퍼컷 한방 날리고는 새로운 다짐을 하곤 했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하지만 난 할 수 있다! 난 최고야! 등등ㅎㅎ 영업팀 시절도 생각나네요. 고객사의 접대가 끝난 늦은 밤에 현대 에쿠스 임원 차..

[한국 일상 05] 기나긴 장마의 끝, 썩어버린 사과 한 알

8월 한 달 내내 계속된, 기나긴 장마를 견디지 못한 모양입니다. 가을 햇빛을 받으며, 탐스럽게 익어야할 사과가 커다란 상처라도 입은 것처럼 썩어버렸네요. 지금도 사진을 보면, 너무 속이 상해서 이런저런 사과 이야기를 쓸 마음이 생기지 않네요. 찾아주시는 여러분들은 대부분 행복하고 기분 좋은 사진과 포스팅을 기대하실 텐데, 이 글과 사진만은 그저 제게만 의미가 있어도 꼭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여전한 책임과 그 와중에 제가 선택한 새로운 공부가 시작되는 시기. 제게 꼭 필요한 한 단어가 와신상담(臥薪嘗膽)이기 때문이죠. 보면 잠이 달아날 것만 같은 사진, 삶의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나만의 부스터가 필요할 때, 한번씩 들어와봐야겠습니다. 이 사진 한 컷이 와신상담의 쓸개처럼, 제게 끊임없는 자극과..

[한국 일상 04] 카눈이 지나가던 날, 남쪽은? 그리고 미국은??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던 하루하루.. 전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부모님께서 과수원을 경영하시다 보니 늘 날씨에 예민한 것에 더해서, 비만 오면 이래저래 속 썩이는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죠. 이렇게 답답할 때, 아무런 격의 없이 그저 툭 던지듯이 어떨땐 예의 따위 생략하고 속상한 일을 줄줄 읊을 수 있는 친구가 둘 있습니다. 태풍이라는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 인간이라는 존재는 결국 상황에 따라, 위치에 따라 종속적인 존재.. 이 번에도 그랬습니다. 기나긴 장마 끝에 따라붙은 태풍 카눈은 제게 꽤 큰 피로감을 안겨주었고.. 전 두서없이 한반도 남단에 있는 친구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거기 날씨 괜찮아?" 바닷가 통영에 사는 친구는 예상과 달리 밝게 톡을 보내왔습니다. 와..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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