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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22] 몸의 키 or 마음의 키? 당신의 선택은?

꿈꾸는 차고 2024. 2. 2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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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22] 몸의 키 or  마음의 키? 당신의 선택은?
 
지난 연말, 막내가 서랍장 구석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던 물건을 꺼냈습니다. 신나서 그것을 들고 저에게 달려오더군요 ㅎㅎ 이전에 이케아(IKEA)에서 샀던 두루마리 키재기 벽걸이입니다~ 펜데믹 이후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재미삼아 샀던 것 같습니다. 재작년에 이사할 때 감쪽같이 없어져서 궁금했는데, 막내가 용케 그것을 발견한 것이죠. 
 
 
 

 
 
 

벽걸이를 찬찬히 살펴보니 지난 팬데믹의 시기에 아이들이 성장했던 내용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땐 아이들이 학교도 온라인 수업이니 심심해서 어쩔줄 몰라했고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줄넘기며 덤블링 운동이라도 하라고 무수히 잔소리를 했었죠 ㅎㅎ 그렇게 운동을 시키고서는 얼마만큼 컸는지 재미삼아 키를 재고 적어놓았었네요.
 
그래서 그런지 막내가 이것을 발견했을 때 저도 은근히 반갑더라구요. 오랜만에 벽에 걸고 기념으로 아이들 키를 한명씩 재보았는데, 오호라~ 그새 아이들이 이만큼 컸네요 !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다 봅니다.^^
 
 
 

 
 
 
 
생각해보니 키 표시에 대한 기억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벌써 십몇년이 넘은 꽤 오래 전... 난생 처음으로 어머니 고향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네요. 깊은 산골에서 태어나신 어머니는 고학년이 되자 가족들과 고향을 떠나셨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못내 그리우셨던지,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고향에 대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사실 항상 비슷한 레퍼토리의 반복이었지만 ㅎㅎ 어렸을 땐 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참 재미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동네에서 제일 컸다는 어머니의 집 뒤로는 물고기가 뛰노는 맑은 개울이 흘렀고, 집 주위에 풍성한 과수원이 있어서 사과며, 포도, 감, 배, 밤 등 어머니는 쉼없이 맛난 과일을 드셔서 어렸을 때부터 똑똑해졌다고 하셨어요 ㅎㅎ
 
어린 시절 저는 어머니의 팔베게를 베고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폈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의 고향은 정말 근사하고 또한 멋진 집에서 살았을 거라고 믿어의심치 않았죠.  
 
 
 
 

산골 낡은집 이미지 (출처 : 줌허브)

 
 
 
 
그런데 당시 차를 몰고 몇시간 동안 비포장도로를 달려 동네 어귀에 도착하자... 약간 불안한 생각이 들었어요. 실상은 상상 속의 꿈 같은 그런 동네가 아니었던 것이죠 ㅎㅎ 아니면 수십년 새에 변했을 수도 있구요.

그리고 어머니나 저나 큰 기대감을 안고 도착했던 어머니의 옛 고향집... 주인이 몇번이나 바뀌었을 그 집은... 이제 아무도 살지 않은 채로 초라하게 남은 낡디 낡은 폐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감회에 젖어 눈시울이 붉어진 어머니와 달리, 저는 좀 실망을 하게 되었죠. 솔직히 어머니의 고향집을 잘못 찾은 것은 아닌지 부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어머니의 집이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네요. 
 
바로 대청마루 안쪽... 낡아서 움푹 패인 벽 사이... 나무 기둥에 남아 있는 흔적이었어요. 그것은 어머니의 옛 가족들이 키를 재고 표시했던 자국이었네요! 어머니는 밑으로 남동생들이 아주 많으셨는데, 그 외삼촌들의 이름들이 삐뚤빼뚤 애들의 필체로 적혀있는 것이 바로 외삼촌들의 빼곡한 키재기 표시였던 거에요.ㅎㅎ 몇년을 재었던 것인지 그 흔적도 아주 길었습니다.
 
그제서야 제 마음 속에도 큰 감동이 몰려오면서...이제까지의 실망감이 무언가 뭉클한 안도감으로 변화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현재 그 외삼촌들 중 한 분은 캐나다에~ 다른 한 분은 호주에 계시는데... 그 외삼촌들이 어린 시절 그 집안에서 개구지게 뛰어놀고 서로 키도 재던 그런 장면들을 상상하면서 결국 저는 흐뭇하게 그곳을 나설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키재기 벽걸이를 보다가 ㅎㅎ 어쩌다보니 어머니의 시골 고향집까지 소환이 되었네요~ 집에서 키를 재는 것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평범한 경험이겠지요. 그 오랜 옛날... 저희 외할아버지도 키를 재고 벽 나무 기둥에 표시하던 저희 어머니와 외삼촌들을 바라며보며 비슷한 마음이셨으려나요~
 
오랫만에 되찾은 이 벽걸이가 걸린 방 앞을 지나칠 때마다, 바라기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저보다 키가 좀 더 컸으면 하는 마음입니다.ㅎㅎ 사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다 비슷한 마음이겠지요. 나 보다는 무엇이라도 조금 더 나은, 그리고 큰 아이들로 성장했으면 하는 그런 바램이요... ㅎㅎ 그러나 한편으로 몸의 키보다 마음 속 내면의 키가 저보다 더 크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의 키를 물으신다면?? 그것은 비밀입니다!! ㅎㅎ 제 친구 마셜님은 알고 있죠~ 저의 키와 비율을요~ ㅋㅋㅋ
 
오늘은 이렇게 방문 앞에 걸린 벽걸이를 바라다보며 오랜만에 일상글을 적어보네요. 일상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그럼 오늘도 부디 행복한 하루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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