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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일상 19] 갑오징어와 스콘 그리고 타임빌라스 - 3월 24일 의왕 백운호수 여행

마셜 2024. 3. 28.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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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4일 일요일 날씨가 엄청 좋았습니다. 

 미세먼지도 없는 화창한 날씨에, 봄기운이 느껴지는 따뜻한 날이었죠. 

 모든 '일'을 가진 이들에게 일요일은 안식을 위한 날일테지만, 이 날도 아침은 몹시 피곤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는지, 아침 일찍 머리를 좀 다듬고 온 뒤, 가족들과 무작정 어디든 가자고 선언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거의 점심을 향해 가고 있었고, 어딜 갈지 별 고민도 해보지 않았기에 멀지 않으면서도 뭔가 점심 맛집이 있는 그런 곳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급히 떠올린 곳이 바로 전에 갔었던 의왕 백운호수였습니다. 

 사실 전에도 호수 전경을 즐기거나 근처 산책길을 걷지는 않았어요. 그저 근처에 가서 맛있는 걸 먹고, 다시 예쁜 까페를 찾아서 커피를 마시는 걸로도 기분은 충분히 좋았죠. 

 

 이 번 백운호수 행도 출발시간이 늦었고, 걷기에 불편한 사정이 있었기에 맛있는 걸 먹는 거에 만족해야겠다.. 생각하면서 출발했습니다. 다행히 길도 별로 막히지 않고, 날씨는 여전히 화창했습니다. 서둘러 차를 몰아 향했던 점심 맛집은 바로 '조가네 갑오징어'였습니다. 

 

 

네이버 지도

조가네갑오징어 백운호수점

map.naver.com

 

 전에도 와서 먹었던 곳인데도 하도 오래전이라 가물가물했지만, 도착해서 웨이팅 순서를 받으니 기억이 되살아나더군요. 오후 2시 넘어서 도착하면, 그래도 점심 인파가 빠져나갔을 줄 알았는데 그 시간에도 40분 넘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대단한 인기를 실감하며, 대기장소인 테라스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햇살이 따스하고, 앉아서 기다리기에 테이블과 의자도 충분히 편했습니다. 

조가네갑오징어의 대표메뉴, 갑오징어

 

 40분을 기다렸지만 갑오징어는 충분히 맛있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와서 기억이 안 났던 유의사항들과 기억해둘만한 팁을 몇 가지 적어봅니다. 

 

  • 세 명 정도가 먹기에는 2인분만 시키면 충분합니다. 3인분을 시키면 볶음밥을 먹기엔 양이 많습니다. 
  • 매운 강도에서 '덜맵게'를 선택하지 않을 걸 많이 후회했습니다. 생각보다 매워요. 
  • 기다릴 때 데스크에서 파는 호박엿을 사 먹으면 시간을 보내기에 좋습니다. 
  • 요리에 생각보다 버섯이 많은데, 대부분 밑바닥에 깔려있습니다. 섞어서 먹지 않으면, 나중엔 버섯만 먹게 돼요

 어쨌든 기다린 보람이 있을 만큼 요리는 맛있었고, 기분 좋게 두 번째 목적지인 카페 '명장시대'로 향했습니다. 

'1인 1음료' 안내가 다소 짜증 섞여 보입니다. ㅎㅎ

 

 식당에서 나오는 길에 눈치 빠르게 좌회전을 하지 않고, 순진하게 내비 안내를 따라 우회전을 한 탓에 계원예술대를 지나 한참을 돌아왔지만, 뭐 지나고 나니 그냥 피식 웃을 일입니다. 

 

 

네이버 지도

명장시대 백운호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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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와 타임빌라스가 멀리 보이는 곳에 위치한 '명장시대 백운호수점'은 4시가 다된 시간에도 차들이 진입을 위해 줄을 서더군요. 주차원 분들이 이리저리 잽싸게 차를 정리해 주시는 덕에 그래도 빨리 주차장에 차를 대고... 들어온 카페&베이커리 명장시대는 대단했습니다. 많은 인파도 신기했지만, 빵 종류가 정말 많습니다.. 쿠키, 케이크, 그 외 디저트와 기본 빵들까지... 역시 명장 제빵 기술자 가게는 다른가보다 생각하면서 자리를 잡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결정장애를 일으킬 만큼 많은 빵과 디저트 중에서 스콘과 케이크를 하나씩 골랐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스콘은 다 없어졌고, 케이크도 맛이 대단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만 고르라면, 전 쵸코스콘을 추천하겠습니다. 실제로 집에 돌아올 때도 쵸코스콘을 사 왔습니다. 

 

 

  맛있는 디저트를 즐기며, 따뜻한 햇살을 받으니, 즉흥적으로 챙겨갔던 책도 재미있게 느껴지더군요. 내용도 가벼운 책이거니와 블로그에 대해 고민이 많은 요즘이기에 야외에서도 집중이 잘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책 읽으며 시간을 보내니... 기분 좋은 일요일이 서서히 다가왔다가 웃으며 지나가고 있구나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읽었던 책 중 한 구절

 

 디저트를 해치우고도 아쉬워하는 아이를 위해, 뻥튀기를 사러 간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명장시대 바로 앞 카페가 망한 자리 옆에 뻥튀기 차가 와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무려 뻥튀기를 사기 위한 줄이 서 있었습니다. 깜빡하고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뻥튀기를 찍어내는 기계 속도가 야속할 만큼 사람들이 많았어요. 제 평생에 뻥튀기를 사려고 줄을 서본건 처음인 것 같네요. 

명장시대에 보이는 백운호수, 전에 비싼 음식과 음료를 팔았다고 검색되는 까페 건물은 지금은 텅 비어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집으로 향하는 대신 바로 앞에 있는 타임빌라스를 향했습니다. 생각보다는 한산했고, 이런저런 브랜드를 돌아보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아마도 타임빌라스의 시그니처일 중앙정원에 앉아 밖도 내다보았는데, 아직은 한창이 아니라 그런지 별로 예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이미 많이 지쳐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죠. 

 

 

 생각보다는 바빴던 일요일 일정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길도 막히지 않아서, 밤공기를 가르며 돌아오는 길은 남은 뻥튀기를 다 먹어치우기 전에 도착할 만큼 짧았습니다. 다음엔 아마도 이렇게 길이 뻥 뚫리고 공기도 맑은 행운이 없겠지만, 그래도 또다시 백운호수를 찾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억이 좋으면 다시 도전할 마음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혹시나 서울을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다면 추천해 드립니다. 멀지 않은 곳에 적당히 맛있고, 적당히 달달하고, 적당히 화려한 백운호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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