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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16] 내가 왕이로소이다! 임페리얼 하이웨이의 주인은 누구?

꿈꾸는 차고 2023. 12. 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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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이에 있는 수많은 길들... 동서남북으로 뻗은 이 길들 가운데 제가 특히 좋아하는 도로가 있습니다. 이 길의 이름은 "임페리얼 하이웨이" (Imperial Highway). 직역하자면 "황제의 길" 또는 "왕의 길" 이지요. 총연장 169 킬로에 달하는 이 도로는 그 일부가 엘에이 지역 중간을 동서로 관통하여 가로지릅니다. 그 덕분에 저는 운전 중 다양한 엘에이의 모습을 대할 수 있어서 비슷한 시간이라면 굳이 이 길로 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또한 가다보면 지면의 고저 차이 때문에 운전하는 재미도 있고요, 무엇보다 이름이 멋지니까 기분이 남다른 것 같아요.ㅎㅎ 

 

임페리얼 하이웨이 위치 (출처 : 구글맵)

 

 

 

며칠 전의 일입니다. 저희 동네 타겟(Target) 마트에 제가 원하는 물건이 없어서 검색해보니... 서쪽 엘에이 지역 타겟에만 재고가 있더군요. 그래서 바로 네비를 찍고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왕의 길로 들어서서 한참을 운전하고 가는데, 제 바로 앞에 눈에 들어온 차는 바로 현대 아이오닉5. 요즘 캘리포니아 전기차 시장에서 독주 중인 테슬라 시리즈들에 대항하여~ 그래도 전기차 대항마로서 좀 비벼볼 수 있는 모델입니다. 이곳 도로에 달리는 전기차들이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요즘 이 아이오닉5가 그 경쟁자 중에서는 판매율 원탑에 속하고 있죠. 

 

 

 

임페리얼 하이웨이 공중뷰 (출처 : compass.com)

 

 

 


하필 이 차와 제가 같은 방향이라 한참을 쳐다보며 운전하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는 그래서 그 디자인의 면면을 좀 자세히 뜯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는데요, 테슬라 모델 시리즈들이 압도적인 미국의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 아이오닉5가 이처럼 치고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달렸죠. 

 

 

 

왕의 길 운전 도중 발견한 아이오닉5 (출처 : 본인)

 

 

 

아이오닉5의 뒷꽁무니를 따라가다보니 왠걸 이 모델이 무언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느낌과 매우 잘 어울린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곡선과 유선형이 많은 테슬라 디자인에 비해서 현대 아이오닉5는 그와는 전혀 다른 직선 위주의 스타일링이 중심을 이루지 않나요? 저는 이것이 묘하게 주변 건축물 디자인 형태와 잘 들어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건축물들은 아직까지도 곡선보다는 주로 직선이 더 많으니까요.

 

미래지향적이어야할 전기차의 디자인을 이렇게 도시의 현대적인 모습을 가지고도 재해석할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첫모델 발표 이후 아직까지도 비슷한 디자인 가지고 약간만 바꿔가면서 재활용하고 있는 유선형 중심 테슬라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지요. 이렇게 테슬라와 정반대되는 확실한 대비감을 보여주면서... 아이오닉5가 테슬라에 이제 조금씩 질려가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를 주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테슬라 모델3 vs. 현대 아이오닉5 (출처 : car magazine)

 

 

 

이때 갑자기 몇 대의 하얀색 테슬라 세단들이 눈앞에 나타나더군요. 그리고 저와 아이오닉5 사이에 껴드는가 싶더니 다시 아이오닉5에 자리를 내줍니다. 백미러로 보이는 두 전기차 모델들이 마치 경주 중에 자리싸움을 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오네요. 하필 "왕의 길"에서 선두 싸움이라 ㅎㅎㅎ

 

타겟까지의 거리가 한참되기 때문에... 운전 중 저는 머릿 속으로 갖은 상상을 다 해봅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바짝 추격 중인 현대가 과연 테슬라를 앞지를 수 있을지...그리고 테슬라와 현대 둘 중에 누가 미래 전기차 시장의 왕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그 때는 언제가 될지 별별 재미난 상상을 해보면서 운전을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타겟을 다녀온 뒤...앗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저 왼쪽으로 보이는 저 빨간 괴물은 뭐지? 신기해서 뒤쫒아가 보니 이 녀석은 포드 머스탱 마크 1 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제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져서 충분히 감상할 여유는 없었지만 1970년 초반식으로 추정되는 이 포트 머스탱 마크 1의 위용은 참으로 대단하더군요... 새빨간 차체가 굉음을 내며 길 한가운데로 나아가자 온 거리의 시선이 그에게로 쏟아지는 것이... 그 차가 가진 존재감이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머슬카인데다가 운전자가 차량의 뒷바퀴를 광폭타이어로 바꿔 달은 덕분에 이게 정말 어마어마한 느낌을 주더라구요. 출시된 지 50년이 훌쩍 넘어가는 모델이지만 그 포스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아까 왕의 길에서 테슬라 세단과 현대 아이오닉5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자리싸움은 정말 귀여운 기억이 되고 말았네요 ㅎㅎ 

 

 

 

 

 

 

어린시절부터 이런 포스를 지켜보면서 성장했을 미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키 위해선 앞으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품질과 디자인 이외에도 고려해야할 것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리 한가운데 모두가 숨죽이도록 만들 수 있는 이 포스! 앞으로 테슬라와 현대 중 과연 누가 이러한 감성을 먼저 보여줄 수 있을 지...  훗날 전기차 시장의 왕관은 누구의 차지가 될까요? 왕의 길에서 시작된 저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네요. 문득 어쩌면 금방 다가올 미래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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