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끝이 보이네요.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살고, 각자 하루가 힘들기에 행복하게 살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이겠지만, 저도 개인적으로 올해 하반기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제 힘들었던 2023년 끝이 보이니, 힘든 시기 함께 해왔던 사람들, 그리고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거의 한계에 부딪혔던 시기, 무의식적으로 자판기를 찾으면, 고민 끝에 자주 버튼을 누르게 되었던, 제 충신이 바로 닥터 페퍼입니다.
충신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세상 살다 보니, 충신이라는 게 주인에 충성하는 것이 기준으로 판단되는 것이지, 주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삼국지의 심배(審配)를 보면, 원소를 위해 끝까지 충성하고, 목숨까지 내어놓지만, 원담이 아니라 원상을 끝까지 지지한 그의 판단이 원소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원소의 뜻이 셋째 아들 원상으로 이미 기울어져있었고, 원담은 이미 권력쟁탈에서 밀려있었다는 분석도 타당성이 있지만, 그보다는 원 씨 집안을 위해 분골쇄신했으나... 조조로 기울어지는 대세를 막기엔 부족했던 모사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한 교수님께, 조직의 수장이 되면 휘하 측근을 어떤 사람들도 채워야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을 위해 언제나 변하지 않고 '쓴소리'를 할 사람,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키는 일에 대해 군소리 하지 않고 할 사람도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뭔가 위험한 상황에서도 날 위해서 대신 뛰어들 사람도 꼭 있어야 한다..
이런 취지의 유머 섞인 이야기였습니다.
이 세 유형 모두가 조직 수장에게 충신이겠죠.
닥터페퍼는 제게 '군소리 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는 충신'은 아니었을까요.
늘 시간은 부족하고, 예전같지 않은 체력과 집중력에 마음대로 되는 건 없고.... 그럴 때 이런저런 복잡한 변수 없이, 마시면 언제나 같은 청량감을 주는 닥터페퍼는 물론 건강에 좋지 않고, 급할 때 마시면 그때뿐인 효과밖에 없지만... 어찌 보면 제게 간절히 필요했던 '그나마 맘대로 되는', 아니 잠깐의 스트레스해소라도 맘대로 되게 해주는 충신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 위 세 유형 충신 중에 하나로만 측근을 채우면, 조직 운영이 제대로 될리 없다는 건 당연한 것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스트레스해소를 위해 일상을 닥터페퍼 같은 청량감 위주로 채우면 당장 건강에 탈이 나겠죠 ㅎㅎ
몇 개월간 제 곁에서 충신 노릇을 했지만, 이제는 좀 멀리하고, 쓴소리해주는 이를 가까이할 시기가 되었네요.
아무쪼록 내년에는 미리 일을 하는 습관을 들이고, 더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도 찾아서, 닥터 페퍼는 아주 가끔만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가끔 만나서... 청량감은 더해지고... 건강 걱정은 안 하는 1년이 되도록 노력해 봐야겠네요.
다들 2023년 남은 기간 건강하시고, 내년은 올해보다 스트레스 덜받고 행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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