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 14] 내앞에서는 모두 멈춰!!... but 오늘은 럭키 데이!
이곳 엘에이에서 살다보면 바삐 운전하고 길을 갈 때 저의 맥을 탁! 풀리게 하는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바로 기차 건널목에서 기차가 지나갈 때, 그리고 정차한 스쿨버스를 만날 때에요.
엘에이에는 롱비치라는 곳에 커다란 항구가 있어서 수출입 물류량의 많은 부분을 기차로 나릅니다. 그래서 엘에이 도심 곳곳에 많은 화물용 철도가 뻗어있고 특히 도시계획이 잘 되지 않은 지역일수록 이 철도망과 주택가 그리고 공업단지가 뒤섞여 있어서 여기저기 건널목도 참 많습니다.
평소엔 기차가 잘 다니지 않다가도 어쩌다 기차가 지나간다는 벨소리와 함께 눈 앞에 빨간불이 점등되고 가드레일이 철커덕하고 내려지면 그때부터 저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ㅎㅎ 그냥 마음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이따금씩 정말 길다란 기차가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눈앞에서 가드레일이 내려져서 차를 정지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차가 몇 량인지 한번 세어보다가 결국 포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ㅎㅎ 정말 화물 기차 칸수가 70여개가 넘어갈 때도 있더군요!! 무슨 은하철도999도 아니고... 도무지 끝이 없습니다. 그것도 속도가 아주 느릿느릿 가는데 얘네들이 다 지나가기까지 무려 6-7분이 훌쩍 시간이 가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뭐 제가 바쁘지 않을땐 그러려니 하지만 만약 어디 약속장소에 제가 늦는 상황에서 이런 상황에 걸려버린다면? 매우 기분이 안좋아지는 거죠. ㅎㅎ 엘에이에 온지 얼마 안되서 이 길다란 화물용 기차에 걸렸던 날, 다른 길로 우회하면 빨리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샛길로 틀어서 빠져나가보려 했는데 글쎄 이 철도가 제가 가야할 방향으로 쭉 걸쳐져 있어서 결국은 포기했던 적도 있네요.
이 화물열차 만큼의 "인내력 테스트" 레벨은 아니지만 스쿨버스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노란색 스쿨버스가 달리는 장면은 평소에도 길에서도 많이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이따금씩 얘네들이 학생들을 태우거나 내리기 위해서 길에 정차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스쿨버스는 아예 학생들의 교통사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버리기 위해서 스쿨버스 몸에 붙은 스톱사인을 날개처럼 펴고 임시적으로 주변을 정지 구간으로 선포하게 됩니다. 그러면 뒤에 늘어선 차량들은 이 스톱사인이 다시 오므려들때까지 미동도 할수 없이 서있어야만 하는 것이죠.
사실 단 몇분간입니다. 한 정류장에서 학생들이 들고 나가는 것이 얼마 안되니까요. 그런데 아까도 이야기한 것처럼 내가 약속장소에 늦어 마음이 분주할 때... 눈앞에 이 스쿨버스 스톱사인이 들어오게되면... 빨리빨리의 DNA가 넘치게 흐르는 한국사람인 저는 많이 힘들어지게 되는거죠. ㅎㅎ
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이 모든 것에 대해 살짝 내려놓고~ 기왕이면 좋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기차 건널목에서 기차를 만나는 것과 스쿨버스의 스톱사인을 매일 마주치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두번인데, 그리고 엘에이 지역 사는 모든 시민들도 다 겪는 일인데, 이것에 대해 답답해 하거나 짜증을 낼 바에야 그냥 좋게 생각하자~ 뭐 가끔인만큼 둘 중 하나에게 걸리는 날은 그냥 역으로 기분좋게 생각하는 게 어떨까?하고 마음을 먹었답니다. 그리고 그날은 매우 운빨이 터지는 럭키데이로 여기자라고 마음을 다잡았더니 그런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더군요! ㅎㅎ
며칠 전에도 운전해서 어딜 바삐 가는데, 오랜만에 스톱사인을 펼친 스쿨버스를 눈 앞에 만났습니다. 그리고 마음먹은대로 바로 오늘은 럭키데이라고 외쳤죠. 생각 하나를 바꾼건데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더군요. ㅎㅎ 스쿨버스에서 내리는 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버스 뒤에서 잘 기다리고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 지난번 미국일상 13 글에서 소개한 그 만나기 어렵다는 트레이더죠 김밥 2개를 득템하게 된거에요! ㅎㅎ
[미국 일상 13] 드디어 만났다!! 트레이더죠 김밥 리얼 후기~
이 스쿨버스들은 이제 저에게 행운의 상징이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스쿨버스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것에 대해서 잠깐 더 서술하고 글을 마칠까 해요. 이 노란색 스쿨버스들은 미국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어린 시절부터 자주 봐오는 차량들이니 그들에겐 정말 다양한 추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놀라지마세요~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하루에 전국적으로 48만 대 이상의 노란 스쿨 버스가 대략 2,600만 명의 학생들을 학교로 통학시킨다고해요! 뉴욕주 스쿨버스 조합 사이트에 나오는 자료입니다.
또한 이전에는 지금보다 스쿨버스를 더 많이 이용했다고 하니까요. 그리고 미국 어딜가나 이 비슷하게 생긴 클래식한 디자인에 샛 노란 색상 때문에 가끔 유치해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 차량들의 강도와 내구성면에서는 너무 튼튼해서 감히 비교할 차량이 없다고 전해집니다. 특히 아이들을 태우는 것이라 안전에 무지 신경을 쓴 나머지 이 스쿨버스와 한번 부딪히게 되면 정말 스쿨버스는 별 이상이 없는데 상대방 차가 많이 망가진다고 해요. 미국 전역에는 약 10개정도의 스쿨버스 전문 제조사가 아래 나오는 4가지 종류의 스쿨버스를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우리 동네엔 Type B가 제일 눈에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 스쿨버스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고 합니다. 미드나 미국 성장기 영화들을 보면 스쿨버스 장면들이 한두번씩 꼭 나오죠. 그리고 많은 일들이 이 버스 통학시간에 벌어지곤 합니다. 학생들간 짝사랑, 시기, 질투, 다툼... 등등 말이죠. 그런데 그게 정말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네요. 나와 사이가 틀어진 학생도 스쿨버스 안에서 계속 봐야 한다던지, 그리고 거의 내 집 문 앞에 스쿨버스가 정차하기에 내 주소가 다른 이들에게 노출된다든지 하는 여러가지 이유로 점차 스쿨버스를 이용하는 학생수들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스쿨버스는 공짜가 아니라 학기 시작 전에 미리 신청해서 버스 비용도 입금해야 합니다. 이 비용도 결코 싸지는 않으니까요. 그냥 아빠나 엄마 중 한명이 출퇴근 하기 직전과 직후에 자신의 차량으로 자녀들을 라이드하는 것이 요즘엔 더 일반적인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아이들 통학에 스쿨버스를 이용해본 적은 아직 없고, 학교에서 외부로 소풍이나 필드트립 등을 갈 때 이용하는 것을 봤습니다.
벌써 29년이 다되가는 영화이긴 하지만 재미로 아래 유트브 장면을 클릭해서 보세요. 포레스트검프 영화에서 스쿨버스가 등장하는 장면인데 좀 찡합니다. ㅎㅎ 한쪽 다리가 불편한 어린 포레스트검프는 학교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스쿨버스 안에서 고되고 힘든 사회생활을 시작하네요. ㅎㅎ 불쌍한 주인공을 위해 옆자리를 내주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고... 눈치주고 싫은 티 팍팍 내는데, 마지막 여학생 한 명과 같이 앉게 되면서 운명적인 짝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스토리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ViyWS8GbRI
그리고 오늘도 저는 스톱사인을 활짝 펼친 스쿨버스를 보았어요! 이 버스가 서 있는 것을 못보고 가다가 급하게 서긴 했지만요. 그러니 오늘은 저에겐 가끔씩 찾아오는 럭키데이입니다. 마치 오늘 정말 좋은 일들이 펼쳐질 것만 같은 예감이네요.
여러분들의 럭키데이는 언제이신가요? ㅎㅎ 살면서 좀 골치아픈 일이 정기적으로 생기시더라도 저처럼 그날을 럭키데이로 정해버리신다면 아마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무쪼록 오늘 여러분 모두 럭키데이를 보내시길 기원하면서 오늘의 일상글을 마칩니다!^^
'뭐해오늘! - 미국과 한국의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일상 09] 2023년 하반기 악전고투를 함께 한 충신, 닥터 페퍼(Dr. Pepper) (80) | 2023.12.12 |
---|---|
[한국 일상 08] 어느 힘들었던 날, 지하철 자판기 앞에서 (51) | 2023.12.03 |
[한국 일상 07] 벌써 보름, 회사 야구팀 아재들 첫 게임에서 승리 (42) | 2023.11.01 |
[미국 일상 13] 드디어 만났다!! 트레이더죠 김밥 리얼 후기~ (15) | 2023.10.29 |
[미국 일상 12] 우리 엘랑이 바이바이 ㅠㅠ~ 카맥스에 다녀왔습니다. (10) | 2023.10.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