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상 12] 우리 엘랑이 바이바이 ㅠㅠ~ 카맥스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주말엔 그동안 저와 정이 많이 들었던 우리 "엘랑이"와 바이바이하는 날이었습니다. ㅠㅠ 엘랑이는 제가 회사 통근용으로 구매했던 조그만 SUV인데요, 엘랑이는 제가 지은 애칭으로서 "엘에이를 유랑하는 차" 라는 뜻입니다. ㅎㅎ 지난 기간 동안... 이 차를 타고 엘에이 구석구석을 정말 많이 다녔었죠. 팬데믹 이후로 미국 기름값도 폭등하고 차량 유지비도 만만치 않게 높아지자 저는 그 차량 모델 중에 옵션도 하나도 없고 사양도 가장 낮은 걸로 사서 그동안 잘 쓰고 잘 다녔었습니다.
혹시 많은 분들이 미국 기름값은 당연히 한국보다 쌀 것이라고 예상하시는데... 다른 지역은 몰라도 캘리포니아의 대도시 지역은 최근 몇년 들어 기름값이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요즘 엘에이는 한국과 기름값이 업치락뒷치락 비슷한 수준입니다!! 엘에이를 다니다보면 도처에 석유를 퍼올리는 유전이 눈에 보이는데, 미국이라는 산유국이 그리고 텍사스와 더불어 미국에서 손꼽히게 석유를 많이 생산하는 캘리포니아가 도대체 왜??? 저같은 서민이 자세히 알 도리는 없지만 캘리포니아는 소비자 기름값에 각종 세금과 환경규제 명목의 비용이 미국의 다른 주보다 갑절로 붙어서 그렇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제가 엘랑이를 사서 타게 되었던 것이죠.
엘랑이로 말할 것 같으면 차가 어찌나 가볍던지 ㅎㅎ 운전을 하다보면 때로 약간 무거운 오토바이를 타는 느낌이 들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전 중에 조금이라도 패인 도로를 지나가게 되면 노면의 굴곡이 가감없이 그대로 허리에 전해지는 야생의 느낌 ㅎㅎ 하지만 기름은 정말 가끔 채워주는 그야말로 가성비 끝판왕의 자동차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고생하는 아내에게 차라도 좀더 좋은 것으로 바꿔주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아내가 타던 차를 제가 받고, 제가 타던 이 출퇴근용 엘랑이를 팔아서 아내에게 새 차를 사주는데 보태기로 한 것이죠.
의사결정이 된 날 저녁, 저희는 바로 미국 중고차 대형 매매 체인인 CARMAX, SHIFT, CARVANA 등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엘랑이의 모델, 연식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고 예상 차량 판매 가격을 요청했습니다. 그동안 개인간 거래나, 지역 중고차업체를 몇번 이용해본 뒤로는 그 과정이나 흥정이 복잡하고 골치가 너무 아파서 몇년 전 부터는 그냥 이렇게 중고차 대형 매매 체인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ㅎㅎ 이전에 차 한대를 SHIFT에서 좋은 가격으로 판매한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SHIFT에서 판매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었지만, 왠걸 SHIFT측에서 이메일로 온 답장에 의하면 가격 산정에 좀 시간이 걸리니 미안하다라고 하더군요!
SHIFT가 최근에 미국 중고차 대형 매매 체인 업계에서 신흥 강자로 돌풍을 일으키는 듯 했는데 요즘 폼이 많이 죽었나 봅니다. 하지만 저와 같은 고객들은 이런 늦거나 애매모호한 답변에 절대 기다리거나 자비를 베풀어주지 않죠 ㅎㅎ 바로 SHIFT를 대상에서 제외해버리고 다른 업체들을 확인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CARVANA 는 역시나 너무 낮은 가격으로 답변이 와서 이곳도 제외, 그나마 여러 업체들 중에 CARMAX가 적절한 것 같아서 바로 답메일을 보내 시간 예약을 했습니다.
카맥스는 별칭이 "자동차 슈퍼스토어"인데, 말하자면 차량 매매 계의 월마트처럼 다양한 물건을 갖추고 시원시원하게 차량들을 매매하겠다 뭐 이런 의미로 지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전략으로 미국에서 지난 30여년간 운영해왔기에 정말 요즘엔 어느 동네에 가던지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죠. 이름 자체도 카맥스! 정말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쉽네요. 고객의 차를 "최대한" 값을 많이 쳐주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고객으로부터 "최대한" 이익을 많이 뽑아내겠다는 것인지는 그들만 알겠죠?ㅎㅎㅎ
색상도 파란색 노란색을 조합해서 어디에서 봐도 굉장히 눈에 잘 띕니다. 중고차를 개인 간 거래하면 가격은 좀 잘 받을 수 있어도 협상도 너무 머리아프고 서류작업도 다 본인이 해야되니 복잡한게 많죠. 카맥스는 이런 모든 잡다한 일들을 전부다 대행해주니까 정말 편한 면이 있습니다.
게이트에서 실내로 들어서자 커다란 데스크가 저를 맞이해줍니다. 바쁜지 응대하는 직원이 어디 가고 없네요. 주위를 둘러보자 여기저기 손님들이 담당자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카맥스에 올 때마다 일단 홀이 크고 천장이 높아서 시원한 느낌이 들어 좋더라구요. 잠시 기다리자 환한 미소로 응대 직원이 저를 부릅니다. 모니터에 시간과 예약 손님 이름이 실시간으로 떠서 확인하는데 편리했습니다. (* 사진에 고객들 이름은 모자이크처리 했습니다) 응대 직원이 곧 저를 담당할 직원의 위치를 가르켜주고, 이메일로 제가 이미 받은 차량 판매 가격이 과연 합당한지 직접 직원들이 차량을 확인하는데 4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러고는 휴게실 방향을 알려주면서 휴게실에 앉아있으면 담당자에게 전화가 올 것이라고 알려주네요.
휴게실은... 솔직히 동네 중고차 매매 업체 휴게실보다 좀 그저 그렇습니다. 동네 중고차 매매 업체 휴게실엔 이것저것 간식거리, 잡지에 소파도 편안하니 좋은데 이곳은 딱히 그런 부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래 앉아 있지말고 어서 일보고 얼른 가시라는 의미인건지? ㅎㅎ
시간이 되자 저에게 할당된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그가 있는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많은 손님들을 대한 탓인지 담당자 얼굴이 좀 피곤해보였지만, 나름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주더군요. 직원들의 체 차량 확인 결과 이메일로 카맥스에서 제시한 판매금액을 그대로 해주겠다는 확인을 덧붙였습니다. 뭐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어서 우리도 그 금액으로 차를 판매하겠다고 바로 결정하자 담당자는 방긋 웃어주더군요. 담당자들도 이래라 저래라하는 진상 고객이 걸리면 골치아프니 저는 어디가서도 딱히 트집을 잡지 않는 편입니다. 그러고는 후속 서류 작업에 한시간 반정도 소요되므로 자유롭게 있다가 시간에 맞추어 서류작업 창구로 가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여기까지 속전속결! 뭐 아웅다웅 할 필요도 없었고, 담당자와도 아주 빠르게 처리가 끝났습니다. 시간이 남아 이곳저곳을 좀 둘러봅니다. 카맥스의 메인 홀은 마치 대학교 건물의 큰 카페 공간처럼 보이는 곳에 수많은 직원들과 손님들이 이야기하는 중이네요. 이미 인터넷 이메일로 가격 산정을 받고 마음에 결정한 뒤 온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고 아주 좋습니다. 음악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요 ㅋㅋㅋ
드디어 시간이 되어 비즈니스 오피스라는 곳에서 후속 서류 작업을 했습니다. 제 앞에 사람들이 좀 있었지만 금방금방 사람도 빠지고 크게 어려움없이 모든 작업이 끝나더군요. 이래서 사람들이 가격을 좀 덜 받더라도 카맥스를 찾지 않나 싶습니다. 안그래도 매일의 생활이 스트레스의 연속인데 차를 팔고 살때 마저 스트레스를 받는 다면? 이것을 끔찍히 싫어하는 고객들에게는 카맥스 같은 곳이 정말 안성맞춤인 것이죠.
서류 작업이 모두 끝난 후 엘랑이를 판매한 금액에 해당하는 수표를 받았습니다. 그동안 잘 타고 다녔던 우리 엘랑이... 떠날 때 마저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다시 한번 주인에게 감동을 주다니~ 고마워 엘랑아 ㅎㅎ 뒷자리 의자에 이전에 애들이 흘렸던 음식물 자국을 완벽히 없애려고 밤새 알콜로 닦았던 보람이 좀 있었습니다. 카맥스를 나서기 전 그래도 엘랑이 한번 더 보고 가야겠다 싶어서 밖으로 나왔네요. 그동안 엘랑이와 다녔던 무수히 많은 곳들이 머릿속에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이제 아내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카맥스 바로 맞은편 동네 중고차 업체의 현수막이 눈에 쏙 들어오네요, 뭐야 저건? ㅎㅎ "WE BEAT THE MAX !!" 누가 보더라도 이 뜻은 "우리 업소가 카맥스보다 가격 잘 쳐주니까 여기로 오세요!!"라는 의미 인거 같습니다. WE BEAT THE CARMAX라고 하면 카맥스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도 있으니 교묘하게 맥스만을 써서 연상하도록 한 거 같네요.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 똑같이 노란색 파란색 조합에 풍선들도 많이 달아 놓았습니다. ㅎㅎ 최근들어 사람들이 자꾸 카맥스같은 중고차 대형 매매 체인으로 몰려가니 살아남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입니다. 순식간에 지나친지라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집에 와서 구글맵으로 다시 찾아보니 ㅋㅋㅋ 구글맵에 그대로 있네요. 이 업소는 수년간 이렇게 현수막을 달아왔나봅니다.
이렇게 오늘 그동안 많은 추억이 깃든 엘랑이를 잘 떠나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엘랑이에게 한마디...
" 잘가 엘랑아...그동안 고마웠어, 나보다 좋은 주인 만나서 더 행복하게 잘 살아~ ㅎㅎㅎ
그동안 세차 자주 못해줘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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