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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11] 목적지가 대체 어디일까? 퇴근 길 그 분...

꿈꾸는 차고 2023. 9. 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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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11] 목적지가 대체 어디일까? 퇴근 길 그 분...


 
 

 
오늘 퇴근 길에 있었던 일입니다.

집을 향해 운전을 하고 가다가 백미러를 보고 정말 깜놀!했습니다... 어떤 분이 반대편 차선에서 역방향으로 걸어오는게 보이는 거에요. 달리는 차들 사이로 터벅터벅 지나가는데... 도로에 차들이 순간 별로 없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당연히 놀랜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그랬죠. 그래도 그분은 무심한 듯 신경을 꺼버린듯 이번에는 양쪽 찻길 사이 좁은 블럭 위로 옮겨 계속 걸어오시네요.  양 손에는 큰 비닐봉지에 무언가를 담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하필 그곳은 공장들도 많고 다리들도 많은 좀 위험한 지역이거든요. 주변에 주거지역이 좀 먼 곳입니다. 그분은 무표정으로 계속 걸어오세요.

 

대체 어디서 부터 걸어온 것인지? 그리고 목적지가 어디인지... 9월의  늦은 오후임에도 여기 엘에이는 아직까지 햇볕이 따갑습니다. 오랫동안 햇볕 아래 있으면 견디기 힘들어요. 그런데 그늘 하나 없는 찻길에서 이런 고통스런 발걸음을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 그분도 나름의 퇴근 길이지만 다만 차를 탈 형편이 못되었던 건지... 잠시 차가 막혀 제 차가 서 있는 동안 저는 오만 상상을 해봅니다.  
 
 


 




막힌 차들이 풀려서 다시 제 차가 출발하게 될 즈음 그분이 좀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양쪽 봉지에 가득 담았지만 제가 보니 별 쓸모없는 잡동사니들인걸 보면 정신이 온전하지는 않은 분같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엘에이 시내 다운타운이야 이전부터 별별 사람들이 다 있기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사실 요즘들어 엘에이 시내에서 먼 인근 위성도시 곳곳에도 비슷한 분들이 많이 눈에 띄긴 해요. 안타깝게도 그분들은 제대로된 가방이 없어서 큰 비닐봉지에 옷가지며 잡다한 물건들을 가득 들고 이동합니다.

 

팬데믹 이후로 더 자주 보이는 이런 모습들... 아무래도 극심했던 팬데믹 때의 상황들 때문에 직장과 집을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경우가 늘어난 부분도 있겠지요. 여기는 출퇴근 때 제가 자주 다니는 평범한  길입니다. 이 길이 그 분으로 인해 잠시 소란해졌으나 곧 수많은 퇴근 차량 행렬에 묻혀서 저는 더이상 그분을 백미러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분이 찻길 한가운데로 꼭 걸어야만 했던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잠시나마 그저 충동적으로 찻길을 걸어본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그분도 보람있는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는 길이셨기를... 무거운 짐들고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고 따독여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무엇보다 그분이 별 탈없이 온전하게 가고자 하는 목적지까지 잘 도착하셨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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