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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는 넘쳤지만 싱거웠던 소문난 잔치 - 2024 한국 이탈리아 남자배구 글로벌 슈퍼 매치

마셜 2024. 9. 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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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VO 인스타그램)

 

 비시즌 KOVO의 야심작이었고, 한국배구의 미래 이우진의 출전으로 더 관심을 모았던, 이탈리아 명문팀 '베로 발리 몬차(이하 '몬차')'의 방한 2연전이 끝났다. 소문난 잔치답게 볼거리도 많았고, 선수들 경기력도 괜찮았다. 몬차의 전력이 100%는 아니었고, 비시즌 선수구성 변화가 심했다고는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들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의 배구에 대한 진심인 태도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2연전 결과는 조금은 싱거웠다. 9월 7일(토) 대한항공이 몬차를 3:1로 접전 끝에 꺾었고, 그다음 날 KOVO올스타는 3:0으로 승리했다. 올스타 매치는 애초에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1차전을 집중해서 보는 걸 택했는데, 예상치 못한 대한항공의 선전에 해설진이 당황하는 게 느껴질 정도로 경기결과는 의외였고, 분위기 자체를 대한항공이 주도했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만 정리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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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갈 길이 먼 이우진. 하지만, 이미 한국 국가대표급 선수

 

 세터 한선수에게 블로킹도 당하고, 목적타 서브도 맞으면서 많은 경험을 한 이우진 선수. 몬차 유니폼을 입고 첫번째 정식 경기를 한국에서 치르게 되어 더 뜻깊은 경기였을텐데, 아직은 어리고 프로경험이 일천한 만큼 긴장한 기색이 그대로 표정에서 드러났다. 미디어데이에서 경고했듯이, 한선수를 비롯한 대한항공 선수들의 목적타가 이우진에게 집중되었는데,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의 지저분한 서브를 받으며 많은 걸 배웠으리라 기대한다. 

 전체적으로 리시브는 보완이 더 필요하고, 공격에서는 직선방향 블로킹을 피할 여유가 없어 보였다. 중간중간 날카로운 대각 공격을 선보인 것에 비하면, 직선 쪽에서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만들지 못했는데, 더 힘을 실어 때리려 하기보다는, 좀 더 여유를 갖고 블로커 손에 맞춰서 어떻게든 성공시키는 쪽으로 보완하면 좀 더 완성형 선수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서브도 기본적으로 예리했지만, 범실이 생각보다 많았다. 서브타임이 길게 가지 못해서 다양한 서브를 보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일단 적당한 강도로 리시브진을 흔드는 서브가 안정적으로 들어가야 팀에 더 필요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설진과 김상우 감독이 모두 입을 모아 평한 것처럼, 이우진은 이미 한국 국가대표 주전급이다. 배구선수로서 모든 재능은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고, 신체조건도 196cm에 팔길이도 길어서 매우 우수하다. 앞으로 10년 이상 국대에서 리시브와 공격 한 자리를 책임져야 하는만큼 몬차에서 더 많이 배우고, 좋은 선례를 만들어서, 김연경 선수가 후배들에게 모범이 된 것 같은 그런 길을 걷기를 바란다. 

 

 

2연전 완승이라니, 한국배구가 이렇게 강했던가?

 

 일단 스포츠는 이겨야 한다. 아무리 몬차가 먼 거리 원정을 왔고, 주포가 빠졌으며, 손발을 맞춰가는 과정에 있었다지만, 이런 완승은 반갑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의 몬차가 무난하게 이기리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라 더욱 즐겁다. 그럼 이러한 완승은 생각보다 한국배구 수준이 높은 걸로 해석되어야 하는가? 사실 그렇지는 않다. 

 우선 국가대표팀은 대한항공이나 이 번 올스타팀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대회에 출전한 적이 최근 거의 없다. 늘 부상선수들이 섞여 있었고, 늘 아포짓 포지션은 허전했다. 그리고 늘 기나긴 리그를 소화한 후라 지쳐 있었다. 이 번 글로벌 매치는 달랐다. 선수들의 몸놀림은 가벼웠고, 물론 임동혁 선수 등 부상선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거의 100% 필요한 멤버를 소집한 대표팀은 달랐다. 노장 신영석과 허수봉 등 신예가 조화된 대표팀은 노쇠화, 경험부족과 거리가 멀었고, 부담 없는 친선게임에 우리보다 강팀을 상대한다는 매우 적당한 동기부여는 선수들이 진지하게 시합에 임하게 만들었다. 

 아시아권에서 한국이 패할 때 보면, 상대방은 한국을 잘 분석해서 나오는 반면, 우리는 상대를 낯설어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 글로벌매치는 반대여서 우리는 몬차의 세계적 선수들의 플레이를 조금이라도 알고 대비한 반면, 몬차는 한국에 대해 전혀 정보 없이 시합에 나섰구나...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정보 비대칭은 한국배구가 가장 약한 미들블로커의 약점을 상쇄했고, 1차전 한선수, 2차전 노재욱은 과감하게 중앙속공을 사용하며 대등하게 게임을 풀었다. 

 마지막으로 작지만 빠른 선수들이 어떻게 게임을 풀어줘야 하는지, 1차전에서 이준, 2차전에서 김정호의 움직임을 통해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건 분명한 소득이다. 일본의 니시다 유지, 타카하시 란은 모두 190cm도 안되는 신장으로 이탈리아 1부에 진출했고, 국가대표로도 엄청난 활약을 했다. 사실 한국배구선수들이 신체조건을 핑계대기에는 반면교사가 너무 가까이 있는 셈... 블로킹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공격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했던 이준, 그리고 역시나 강한 서브로 존재감을 보여줬던 김정호를 보면... 한국의 OH 선수들을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육성해야 하는지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하다. 물론 이우진 선수는 이들보다 신체조건이 훨씬 좋은 완성형 재목이다. 

 

이제는 컵 대회를 향해

 

 이제 화려했지만 매운 맛은 없었던 스파링은 끝나고, 컵대회가 시작된다. 적지 않은 관중과 함께 한국배구의 현재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던 글로벌 매치만큼이나, 컵대회에서도 많은 볼거리가 나오길 바란다. 그리고 KB와 페퍼가 작년의 처참했던 성적을 넘어 가능성을 보여주는 배구를 했으면 한다. 

 

(출처: KOVO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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