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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의 여우 신세 - 2024~2025 KOVO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 신인지명

마셜 2024. 9. 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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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OVO 인스타그램)

 

 

 트레이드 실패의 뒷맛은 쓰고 진했다. 

 

 이제는 진실게임 중인 오지영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1순위 지명권을 내주면서 페퍼저축은행은 올해도 반쯤은 구경꾼 신세였고, 단 2명만을 지명하며, 단촐하게 드래프트는 끝이 났다. 여전히 취업율은 높았고, 오랜만에 190cm 장신 유망주가 등장하는 등, 화제거리가 없지 않은 드래프트였지만, 올해도 결국 페퍼는 포도밭의 여우 신세였다. 

 

 이솝우화 '여우와 포도'에서 여우는 꽤나 고생을 한 끝에 정신승리를 택하며 돌아서는데, 사실 페퍼 신세는 이보다 더 안 좋다. 오지영이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팀을 떠났기에 페퍼는 그야말로 지명권 대신 손에 쥔 게 하나도 없게 되었고, 그나마 순위 추첨에서도 세번째가 걸리며, 전체 12번째 2라운드 5순위로 남성여고 오선예 선수를 지명했다. 

 

 그래도 어쨌든 소중한 새 식구, 여전히 뎁스가 얇은 페퍼 입장에서는 한 명 한 명 가능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프로가 된 두 젊은이의 가능성과 스타일을 한 번 살펴보자. 

 

(출처: KOVO 홈페이지)

 

2라운드 5순위 오선예 157cm L

 

 제한된 짧은 영상, 그나마도 고교배구에서 강하지 않은 서브와 공격을 받아내는 하이라이트로는 오선예 선수의 강점을 제대로 보기는 어려웠다. 리베로를 우선한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작년 오지영과 문슬기가 동시에 팀을 이탈하고, 채선아가 부족한 OH 포지션으로 가끔 출전하면서, 순간 황폐해졌던 리베로 포지션을 생각해보면, 일단 가능성이 있는 리베로 자원을 수집하려는 건 합리적이다. 

 다만, 영상에서 본 오선예 선수가 당장 팀에 보탬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다혜 백업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작년보다는 조금 사정이 나아진 OH를 떠나 리베로로 채선아가 자리잡는다면, 세번째 리베로 자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데, 물론 장기레이스를 치르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오선예가 한다혜, 채선아를 밀어내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일단 발이 빠르고, 몸이 아주 단단해 보여서, 적절한 코칭이 이루어진다면 리베로로서 기량 향상을 기대해볼만하다. 다만, 생각외로 폼 자체가 높아보이는데, 이러면 디그는 몰라도 리시브에서 애를 먹을 가능성이 높다. 전체적인 느낌으로도 빠른 발과 민첩성으로 코트를 넓게 커버할 수는 있지만, 세터 머리 위에 정확히 공을 띄우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론적으로 지금 페퍼에 필요한 자원이고, 약점을 메우는 영입이기는 하나... 바로 경기 출전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조급함을 내려놓고, 기본기를 착실히 닦는 것이 2~3년 후, 리베로 주전 경쟁에 뛰어드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수련선수 민지민 181cm OP(MB)

 

 민지민 선수는 영상에서 흥미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큰 키를 이용해 쉽게 쉽게 공격을 했는데, 엄청 민첩하거나 기민하지는 않았지만, 본인 키를 믿고 편하게 공격하는 모습이었고, 공격도 꽤 힘이 실려 묵직했다. 중앙에서도 많은 공격을 성공시켰는데... 딱히 MB로서 별다른 스킬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개인시간차 비슷한 모습이 있었지만, 약간 어설펐고, (물론 고교배구에서는 충분히 통했겠지만) 이동공격도 보여줬지만, 프로에서 위력적일지는 의문이다. 

 결국 180이 넘는 훌륭한 신체조건을 살리고자 뎁스가 얇은 팀에서 이것저것 다한 모양인데, 많은 경험을 한 건 좋지만, 이러면... 팀 내에서 리시브 면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수비능력이 없다면 결국 갈 수 있는 포지션이 OP 아니면 MB인데, 프로에서 외국인 OP와 경쟁해서 살아남기는 너무 어렵고, 선택지는 MB 밖에 없다. 하지만, MB로는 181cm라면 크지 않은 키.. 딱히 민첩성이나 공격스킬을 가지지 못한 단신 MB가 한 자리를 차지하기는 너무 어렵다. 물론 OP보다야 낫겠지만....

 MB로서 가능성은 장소연 감독이 너무나 잘 볼 수 있을 테고, 쉽지는 않겠지만 OH에 도전해보는 것도 생각해봤으면 한다. 물론 한국여자배구 현실에서 180이 넘는 OH는 거의 없지만, 어차피 원포인트블로커가 아니라면 출장도 쉽지 않을텐데, 착실하게 한 번 수비를 배워보는 건 팀이나 선수 개인에게 해볼만한 도전이 될 것이다. 왼쪽 다리의 보호대가 심상치 않아 보이지만, 어쨌든 180이 넘는 선수는 소중한 자원... 능력을 극대화 하는 차원에서 도전해볼 가치는 분명히 있다. 

 

 

 겨우 2명 만을 지명했다고 팀을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작년 신인 3명도 꼴찌팀 페퍼에서조차 거의 기회를 받지 못한 게 한국 여자배구 현실이다. 올해 얇은 뎁스로도 좋은 성적을 내며 주목받은 청수고에서 한 명을 지명한 것을 오히려 칭찬하고 싶고... 좀 더 좋은 성적으로 구단주의 마음과 지갑을 열어서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선수를 지명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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