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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계를 넘어 한국의 현실 - 송산고 배구부 해체 결정

마셜 2024. 8. 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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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미지 출처: 송산고 건학 이념)

 
1. 학교법인 소농학원의 전횡인가?
 
 국가대표 세터 황택의와 리베로 박경민을 배출한 송산고 배구부가 해체를 결정했다. 일단 의외이고, 동시에 안타깝지만, 운동부 해체는 어디까지나 학교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고, 이미 학생들이 전학을 가고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소문이 났던 문제로 보인다. 발표가 최근이었을 뿐... 남자 배구 고교부 팀이 이제 21개 팀으로 줄어든다는 것도 배구계에는 충격이지만, 현역 국가대표를 배출하고, 계속 배구 명문대에 선수들을 진학시켜온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가 배구를 배출한다는 건, 어느 팀도 절대 해체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걸 뜻하기에 더욱 충격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체를 학교 측의 일방적인 전횡이라고 볼 수는 없다. 
 충격이 크더라도, 사학재단 치고 운영 학교가 많은 것도 아니고, 배구부 역사가 아주 긴 것도 아닌 송산고에서 배구부 해체는 분명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이다. 당장 운영비가 절감될 거고, 학생들 면학 분위기에도 나쁠게 없다. 게다가 송산고 배구부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어서, 동문회 등에서 반대하고 나설 명분도 적다. 물론 이렇게가지 하는 이유는 따로 있을텐데... 궁금해져서 하나씩 보도된 기사들을 살펴보았다. 기사들을 살펴보며 든 생각을 몇 가지 적어놔본다. 
 

배구 명문 송산고등학교 ‘고사’ 위기, 화성시가 수십억원 지원했는데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배구 명문고 송산고등학교가 배구부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10년여 전, 화성시와 화성시체육회가 팀 창단을 위해 20억원 이상 투입한 게 소용이 없어졌다. 김달호 송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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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박희상 전 감독의 전횡인가?
 
 의외다. 국가대표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어쨌든 프로 감독까지 역임했던 박희상 감독이 송산고의 감독을 맡았던 것도 의외지만, 학교 측과 갈등 끝에 감독을 그만두고 관련해서 경찰 조사 까지 받았던 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프로 감독까지 했던 분이 학교스포츠에서 무법적인 행태를 보이지는 않았을 터, 억울함에 공개적으로 인터뷰에 응한 박 감독 기사를 보면, 적어도 감독 때문에 해체를 결정할 정도의 잘못을 한 건 아니다. 물론 이런 첨예한 갈등의 경우,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겠지만, 학교 측은 이런 모든 잡음이 싫어 해체를 하겠다는 것이니, 딱히 추가적인 입장을 낼 이유도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박 감독이 인정했듯이 취임 직후 높은 눈높이에 학생들과 갈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 후 이런저런 민원의 원인에 박 감독의 잘못이 크다는 것은 입증되지 않았다. 그리고 박 감독은 명예를 걸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고로 아직은 박 감독 탓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해체 위기’ 송산고 배구부 박희상 전 감독 “학교가 잘못했는데 지도자와 학부모 탓하는 것,

“학교가 많은 잘못을 해놓고 나간 사람을 탓하며 배구부를 없앤다는 주장은 너무 비겁하다.” 경기 화성시 송산고 배구부 박희상 전 감독(52)이 한 말이다. 박 감독은 최근 본지와 만나 송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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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물론 학교 측에서 애초에 해체하려고 작정했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런 정황증거도 없다. 
 
 결국 누구 잘못인지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 측이 애초에 해체를 염두에 두고, 별 것 아닌 민원을 빌미로 사태를 만들었다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이 또한 내막을 아는 누군가 입을 열기 전에는 그저 추측일 뿐이다. 또한, 학교라는 조직이 '민원'이라는 공격수단 앞에 얼나마 무기력한지를 감안해야 한다. 학생 300여명에 교직원 30여명이 운영하는 크지 않은 학교 송산고에서 이유가 어찌되었든 터지는 민원폭탄은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권한 범위 안에서 해체를 결정한 학교장에게 이런 진실게임은 의미가 없고, 시간은 선수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배구부가 없어지길 기다리는 학교 편이다. 
 
 
4. 아까운 지원금 20억원+@
 
 위 스포츠 경향 기사를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화성시는 2008년 배구부 합숙소 건설에 3억3000만원, 2009년 배구부 차량 구입에 5500만원, 2011년 체육관 증축공사에 17억원 등을 지원했다. 지도자 인건비, 용품 구입비, 대회 출전지원금으로 지난해에는 5000여만원, 올해도 3000여만원이 지원됐다. 

 
 다 필요한 돈이었을 테고, 배구부가 성과를 내니 지원하는 것이었겠지만, 어쨌든 배구부 해체를 목전에 두니... 나갔던 돈이 아까운 건 당연한 돈이다. 결국 이 돈은 그냥 줄줄새는 혈세였던 걸까?
 
 
5. 한국 배구 현실에서 남자 고교 배구부는 몇 개를 목표로 유지/발전되어야 하나?
 
 올림픽 본선 출전은 커녕, 아시아권에서도 이제 이길 팀이 별로 없는 한국배구는 이제 선수 감소에 더해서, 학교 수마저 줄어드는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학교들도 선수를 채우지 못해, 외국인 학생을 영입해서 출전시키고 있다는 관계자 전언도 있었는데, 이제 냉정하게 그럼 고교 배구부는 몇 개를 목표로 운영해야하는 지 되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 
 가파르게 줄어드는 학령인구, 형편 없는 국제대회 성적, 형편 없는 프로리그 경쟁력... 이런 상황에서 학교 배구부 수가 늘길 바라면 도둑놈 심보일지도 모른다. 의욕 있는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며, 조금이라도 기대를 되살리고 있는 배구협회가 중심이 되어 학교 배구부는 어떻게 지원하고, 어느 수준까지 팀 수를 늘릴지 (아니면 유지할지) 심도 있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 
 
 
6. 마지막 질문 - 결국 엘리트체육인가 생활체육인가?
 
 결국 한국 스포츠가 갈 길은 엘리트체육인가? 생활체육인가? 만약 이 배구부 생활체육 연장선상에서 운영되었다면, 일반 학생들과도 충분히 연결되는 활동이었을 테고,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가며 해체를 택했을 가능성도 낮다. 
 물론 지금까지의 모든 스포츠가 엘리트체육으로 성과를 내왔고, 이 번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모두 엘리트체육의 산물이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의 태풍 속에 엘리트체육 희망 청소년을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면, 이또한 생활체육으로 전환하며 다른 가능성을 모색할 분명한 이유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신임 농구협회 정재용 부회장 또한, 이런 위기의 근원을 잘 알기에 일본 인터하이를 벤치마킹한 생활체육 결합 대회 구상을 발표한 건 아니었을까? 
 

꿈이 크면 그 깨진 조각도 크다 - 정재용 대한농구협회 부회장의 꿈

정재용 부회장의 취임을 알게 된 건 재린 스티븐슨의 귀화에 대한 업데이트 기사를 본 덕분이었다. 아들이 다니는 대학 티셔츠를 입은 아버지 문태종, 그리고 재린 스티븐슨과 함께 찍은 사진에

george-marshall.tistory.com

 
 물론 스스로도 아직은 꿈이라 표현했지만, 배구계에서도 송산고 해체 철회를 위해 애쓰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발전방안을 고민해볼 때가 되었다.
 

배구계는 어느 쪽을 원하는가?
세계적 배구 선수 1명 vs 배구를 좋아하고 경기를 즐기는 일반 학생 1,000명

 
  이 질문을 무게감 있게 먼저 받아들일 수 있어야, 배구계를 위한 진짜 발전계획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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