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친구 - 스포츠

굿바이 오리온스 - KBL 10구단 체제는 존속될 것인가?

마셜 2022. 5. 26. 20:02
728x90
반응형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오리온 농구단이 결국은 매각되었다. 

 

 사실 오리온의 매각은 그다지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농구팬이라면, KBL 몇몇 구단은 과연 모기업의 구단 운영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는 것 정도는 알 것이고... 그 중 대표적 구단이 바로 오리온이었다. 원년멤버로서 대구동양이라는 나름 탄탄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농구단이 야반도주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옮긴 것도 벌써 옛날 얘기.... 포워드 군단을 앞세운 우승 후, 뚜렷한 업적을 쌓지도 못하고.. 최근에는 이해할 수 없는 감독 인선과 외국인 선발로 욕을 사서 먹었던 구단...

 

 

고양 오리온 매각·인수 시인하기까지 막전막후… 마무리 절차 가속도

고양 오리온 매각·인수 시인하기까지 막전막후 마무리 절차 가속도 단독 보도 그후

www.chosun.com

 

 이제와서 이 농구단 역사의 끝이 새삼 아쉬운 것은 아니다. 김동욱-이승현-최진수-허일영-장재석-문태종 으로 이어지는 상대방 3~4번을 압살하는 포워드 군단은 KBL 최고 외국인 포인트가드 조 잭슨과 함께 우승까지 이뤄냈고, 추일승 감독은 그 포워드 군단의 수장으로서, KBL에 선진농구를 실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포워드 라인업만 써 보니... 정말 상대방 입장에서 공포였을 듯....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제 그 포워드 군단 중 남아있는 선수는 이승현 뿐이었고, 구단명 이외에 그 시절의 매력적인 오리온 농구를 기억하는  팬은 별로 없었다. 그 스토리를 함께 했던 나 같은 매니악한 팬만 있었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뉴스를 클릭했더니, 정작 놀라운 포인트는 따로 있었다. 너무나 생소한 모기업, '데이원자산운용'... 작년 전자랜드를 인수한 가스공사도 놀라웠는데... 데이원자산운용이라는 이름은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 갸웃하면서 검색을 해보았다. 온통 거론되는 것은 농구단 인수 뉴스 뿐....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기에 더 촘촘하게 검색을 해보았다. 번듯한 홈페이지 하나 찾기가 쉽지 않고, 그나마 회사 이름이 확인되는 것은 사람인 사이트... 당당하게 중소기업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농구단을 인수를 했다??? 선수단 연봉만 해도 1년에 수십억인데?? 도대체 매출이 얼마기에??!!

 

 물론 강소기업일수도 있지.. 생각하고... 더 검색해보았다. 마침내 드러난 숫자... 물론 공신력 있는 정보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뉴스를 종합해보면 이 정도 숫자가 타당해보이기도 한다. 

 

 

 

데이원자산운용 작년 매출.jpg - 농구 갤러리

12억

gall.dcinside.com

 매출이 12억원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물론 기업을 설명할 때, 매출이 전부는 아니다. 특히, 농구단 운영은 현재 수익을 남기기 위한 비즈니스도 아닌게 지금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도가 좀 심하다..

 다른 계열사 매출이 몇 천억원이어도.. 그 계열사는 관련이 없음을 주장하고 있고... 그저 한숨만 나온다.. 도대체 얼마를 들여서 인수하는지는 알 수 없고, 기업의 자금도 재무제표에 드러난 것만으로 짐작해서는 안되겠지만... 디씨인사이드 댓글처럼.. 유력 선수 FA계약금액도 못 미치는 매출액을 가진 회사라니...

 

 그런데 허재가 등장했다. 

 

 

데이원자산운용, 프로농구 오리온 인수…최고 책임자 허재

데이원자산운용이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을 인수했다. 허재(57)는 구단의 최고 책임자로 4년 만에 농구계에 복귀한다. 자산운...

www.hani.co.kr

 이제는 웅/훈이 아버지로 더 유명한 허재.. 농구팬 중 그 영향력을 모르는 사람은 없고, 감독으로는 최근 평이 급속도로 좋아진 중대 후배 김승기를 데려고, 본인은 구단 경영을 맡는다니.. 나름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신생구단으로서는 화제거리를 양산할 수 있는 선택이다. 

 

 뒤를 이어, 전성현을 영입하고, 이승현을 풀어주는 행보.... 이제 내가 전혀 모르는 낯선 구단이 되었구다라는 이질적인 느낌과 더불어... 

 

 대기업이 서로 줄을 서서 들어오려했던 농구판이 불과 25년만에 이렇게 되다니.. 격세지감이다. 여기서 드는 근본적인 의문.. 한국 농구 현실에 과연 10개 구단이 필요한가... 아니면 중소기업이 들어오더라도 임금체불만 없다면 10개 구단이 유지되는 것이 맞을까?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농구판에서 어느 것이 맞는 판단인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농구판의 영광을 보면서 청춘을 보냈던 나로서는 그저 씁슬한 뿐이다. 

 

 암튼 그 씁슬함의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작별한 시간이다. 잘가요 오리온스.. 그리고 추일승 감독님. 막강 포워드 군단으로 우승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2015-2016 시즌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허재 단장님.. 제발 구단이 재밌는 농구 할 수 있도록 잘 운영해주세요. 제발..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