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독서모임은 책을 읽게 해 주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새로운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만은 않았는데... 그 와중에 한 멤버가 전에 읽었던 책을 추천한 후, 몇 년 만에 다시 읽어보니 좋더라는 소회를 듣게 되자... 솔깃했다. 나도 전에 읽었던 책 중 하나를 골라서 멤버들 의견을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나마 가진 역사책 중 쉽고... 추천할 만큼 수준 높은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를 골랐다.
역사비평사의 사정이 원활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온라인 서점의 역사책 재고 수급 사정이 좋지 않은 건지... 멤버 둘은 온라인 주문 후 며칠을 기다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역사책 치고는 쉬우니 짧은 시간에도 읽을 수 있다고 안심시키며, 넷 중 이이 편은 다소 어렵지만, 나머지 셋은 소설만큼 재미있고, 시간이 부족하면 김육 편만 읽었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추천했다. 그리고 모임 당일, 걱정했던 대로 멤버 셋은 책을 완독 하지 못했고... 그래도 역사 이야기는 재미있었고, 그중에서도 대동법 이야기, 그리고 김육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반응이 좋았다.
모임에서 나왔던 멤버들의 코멘트를 옮겨본다.
- 이이가 사림의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림으로부터 존경을 받았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었다.
- 김육이라는 인물을 잘 몰랐는데, 성리학자 이황 보다 훨씬 와닿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많았다면 조선도 다른 길을 걷지 않았을까?
- 대동법, 왜 시행이 그렇게 힘들었을까… 공물을 쌀로 바꾸어 납부하는 게 누가 봐도 합리적인데 왜 쉽게 시행되지 않았을까?
- 조선시대 사림의 이런저런 논쟁과 공방은 다시 봐도 한심하다. 민생과 전혀 무관한 일로 정파 간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지금의 후진적 정치판과 다를 바 없다.
- 조선시대에 크게 관심이 없는데, 임용한 박사의 ‘조선국왕 이야기’를 통해 인종까지 역사를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잘 몰랐던 그 후 시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이원익 이야기가 재미있다. 행적에서 감동을 받았다.
- 임용한 박사도 저술에서 대동법을 다룬 적이 있는데, 김육과 완전 시행에 200년에 걸린 것에 대한 분석이 있었다. 임용한 박사 책과 다시 함께 읽어보고 싶었는데, 시간문제로 그러지 못해 아쉽다.
- 조선이 좀 더 발전하려면, 결국 시장이 열렸어야 하는데, 조선시대 역동성을 받아들이기엔 어렵지 않았을까. 고을별 형평성, 쌀 운송의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혔을 것이다.
- 이이가 정승을 역임하지 못하고, 판서직에 머물렀던 이유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요절했던 탓이다. 결국 건강이 최고이고, 장수해야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 사림이 주도한 붕당 다툼의 한심함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들이 추앙했던 조광조의 실체를 봐야하지 않는가.. 사림은 진정 한심한 사람들이다.
- 조선 전기에 화폐경제가 잘 발달했으면 어땠을까. 이 시기라도 세금을 화폐로 거둘 수 있었다면 획기적이었을 텐데, 여러모로 아쉽다.
- 성리학이 한국을 망쳤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많이 들었다.. 특히, 사농공상 등 경직된 사고관이 너무나 아쉽다.
- 조선시대에 최고위직을 역임한 관료는 능력치에서 육각형으로 모든 것을 두루 갖춘 사람들이었다.
- 이이의 사망원인은 아마도 고혈압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 만약 10만원권 지폐가 발행된다면, 김육이 화폐 인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은 몇 년 전부터 수차례 읽었던 책이고, 대동법과의 인연을 짚어보는 포스팅에서도 짧게나마 다룬 바 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역사 이야기는 늘 재미있고, 대동법과 김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래도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의무감에 위 코멘트 하나하나에 몇 마디씩 내가 덧붙인 설명(혹은 중언부언)이 있었는데, 이는 다른 포스팅으로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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