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내겐 너무나 소중한 책 선물 - 총 다섯 권

마셜 2024. 8. 1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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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

 
 대학 시절부터 책 선물을 주고 받는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아니 어쩌면 대학을 졸업했으면서도 나 혼자 그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주 가끔 각각 다른 이에게 각자 사정에 맞춰 책 한 권 선물하는게 좋았고, 그 사람이 설사 그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완독하지 않더라도 뭔가 주고 싶은 마음을 전한 것만으로도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책 첫 장에 몇 글자 적는 것도 부담이 되고, 워낙 톡 메시지 한 줄로도 커피부터 한우까지 각양각색 선물을 할 수 있다보니, 책 선물을 주고 받는 것도 현저히 줄었다. 사진에 등장한 책 다섯 권도 한 권, 한 권 내게 너무나 소중하지만, 모두 같은 사연으로 내게 온 것은 아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내 좁은 서가에 한 자리를 차지한 다섯 권에 대해 몇 줄씩 기록해두려고 한다. 각각 선물해준 사람들도 다르거니와 각각 내게 보내준 이유도 달랐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이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를 보내준 건, 대학교 동아리 후배다. 서로 책을 선물하는 같은 문화 속에서 대학을 다녔고, 지금도 가끔은 인상적으로 읽은 책이 있으면 생일을 맞아 보내주곤 한다. 미술에 대해서 문외한이고, 딱히 관심도 없는데다가, 독서모임과 대학원 공부에서 읽어야 할 책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기억은 하지만, 손댈 여유는 없는 그런 베스트셀러였다.  그럼에도 책 제목을 기억한 걸 보면, 대단한 베스트셀러인 건 분명한 모양이다. 

(출처: 알라딘)

 
 고맙게도 생일선물로 책을 보내면서, 후배는 톡을 덧붙였다. 자기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보는 것이라며, 읽어보면서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었다는 소회를  즐겁게 이야기했다. 곧 다가올 개강 압박과 별도 논문 관련 숙제 때문에 독서모임에서도 역사서 중  가벼운 것이라도 추천 책으로 끼워넣는 실정이라... 언제 숙제를 하고 후배에게 즐겁게 이 책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몇 년 후가 되더라도, 즐겁게 읽었던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책을 좋아하는 동아리 생활을 한 덕에 누릴 수 있는 행운이다. 
 
 

종교개혁의 시대 1250-2590

 
 
 운이 좋다. 누나도 나와 함께 책을 선물하는 문화 속에서 대학을 다녔다. 이 번 생일선물도 먼저 뭘 사줄까 라고 물어왔지만, 난 미련 없이 책을 골랐고, 누나도 그래 책 좋네 하면서 읽고싶은 책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고른 책이 위풍당당한 616쪽 두께를 자랑하는 역사책, '종교개혁의 시대' 이다. 

(출처: 알라딘)

 
 예수회 역사 관련으로 논문을 쓰려면 필독해야할 기본서라고 교수님께서 추천해주신 기본이다. 
 사실 지금도 이 책을 생각하면 조금은 머리가 아프다. 점점 다가오고 있는 학위논문 준비를 위해서 읽어야할 필독서지만, 아직은 당장 떨어진 숙제의 무게에 펼쳐보지도 못했다는게 마음이 무겁지만, 그래도 언젠가 넘어야할 장애물을 이제 가까히 두고, 이리저리 뜯어보고, 목차와 난이도라도 먼저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한 걸음 아니 반 걸음 정도는 시작을 했다고 할 수 있으려나..
 
 

고국 1권

 
 
 대하역사소설은 늘 반갑다. 왠만하면 재미있다. 굳이 삼국지를 떠올리지 않아도, 이문열의 '대륙의 한' 도 재미있었고, 김진명의 '고구려'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대학교 동창인 친구는 책을 엄청 읽지는 못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대하역사소설을 생일선물로 보낸 것이 신기했다. 

(출처: 알라딘)

 
 더욱 신기한 건, 책 앞뒤 표지의 소개글로 추측해보건데, 책이 '환단고기' 느낌의 유사역사학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친구가 유사역사학에 관심이 있었던가? 하면 혼자 살짝 웃다가... 습관처럼 저자약력을 살펴보았다. 30년이 넘는 금융권 근무 경력.... 아..... 친구의 동종업계 선배님이 쓰신 책이구나, 하면서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사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정사로 인정받는 삼국사기의 톤과 서술방향이 답답하다는 이야기는 많은 역사강의에서 들은 바 있다. 역사, 소설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삶을 열심히 살아오신 분이 이 답답함을 타개하고자 새로운 대하소설을 쓴 건 신기하고도 환영할 일이나, 내용이 어느 정도 유사역사학과 닿아있는지에 따라 오글거림을 느낄지, 상상력에 박수를 치게 될 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바쁜 삶에 1년에 한 번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지만, 늘 만나면 반가운 친구와 할 이야기거리가 하나 더 늘었기에 반갑다. 설사 오글거림에 완독도 못하고 유사역사학 비판의식만 고조되더라도, 친구와 만났을 때는 저자와의 인연만 캐물으면서 꼭 재밌게 이야기 나눠야겠다. 
 
 

역사논문 작성법

 
 
 역사를 공부해서 학위를 받아봐야겠다고 고민을 할 때, 그 고민을 현실과 연결시켜가며 이런저런 앞서가능 걱정만 하고 있을 때, 그 얼토당토 않고 우왕좌왕하는 내 이야기를 모두 들어준 후배가 있다. 훌륭한 한국현대사 전공자인 후배는 고생 끝에 박사학위를 받고 이제 다음 학기 첫 강의를 시작한다. 훌륭한 학자의 길을 가고 있는 후배는 고맙게도 긴 고민 끝에 늦깎이로 역사공부에 도전하는 내게 정말 필요한 책을 선물해주었다. 

(출처: 알라딘)

 
  이 책 또한, 아직 몇 장 읽어보지 못했다. 당장은 코스워크 공부를 따라가기도 생각보다 힘이 들고, 어떤 주제로 논문을 써야할지도 결정 못하고 갈팡질팡했을 뿐 진도를 빼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마술과 같은 존재 '마감'이 곧 다가오기에... 정말 논문 쓰는 법에 대해서도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노교수의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고, 풍부한 사례로 뒷받침되는 책은 정말 기본기를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지금 직면한 고민을 예견한 듯, 아직은 입학에 설레이고 있을 때 책을 건넨 후배의 배려와 걱정이 느껴져서 내게 소중한 책이다. 
 
 

신학과 철학 2023 겨울

 
 
  선물받은 다섯권 중 가장 부담스러운 책이다. 서점에 판매될만한 책이 아닌 학술지라서만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듣기만해도 기피할만한 신학과 철학 관련 내용이라서도 아니다.  게재된 논문도 재미있는 주제가 눈에 띈다. 인공지능의 책임에 대한 논문도 있고, 메타버스 시대의 기독교 윤리도 특집으로 다뤄진다. 교회 재산 관리자의 근면과 의무라는 주제 또한 다른 면으로 눈길을 끈다. 

(출처: 서강대학교 신학연구소)

 
 이 학술지가 내게 엄청난 부담이 된 이유는 바로 이 선물과 함께 엄청난 숙제가 따라왔기 때문이다. 숙제가 엄청나다는 건 다분히 중의적인데, 그 숙제를 완수한다면, 내게 엄청나게 탄탄하고도 넓은 정도(正道)가 열리기에 엄청난 것이다. 동시에 엄청난 고민과 고통을 수반하기에 엄청난 것이기도 하다. 
  숙제의 첫 걸음인 논문 '통독'은 해냈지만,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아니 사실 알았다. 그래도 어려워도.. 내가 어떻게든 지금쯤이면 두 세 걸음 가고 있을 줄 알았는데, 바쁜 일상과 건강을 핑계대지만, 어쨌든 예상 밖으로 더 어렵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각각 다른 의미로 소중한 다섯 권, 다 읽지도 않았기에 그저 생각나는 몇 마디를 적어보려 했는데,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 책 이야기는 역시 재미있다. 그래도 안 읽은 책 이야기는 다시 안 하겠다 맹세를 해보면서, 각각 책을 선물해준 다섯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되새기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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