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41 - 내가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2021, 정재엽)

마셜 2024. 8. 1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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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라딘)

 
 늦었지만, 내가 원했던 역사공부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확신이 없다. 꼭 하고 싶어서 선택했지만, 유망하다 하기 어려운 인문학 분야이고, 내 밥벌이와 큰 관련도 없으니, 학업에 따른 고통과 비례하여, 불안감이 큰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가장 괴로운 부분은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부분인데... 할 일과 읽어야 할 책, 자료는 쌓여있지만,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움과 함께...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코스웍의 한 학기, 한 학기가 더욱 조급함만 불러일으킨다. 
 
 이 책을 처음 본 날도, 그렇게 혼란스러운 날이었다. 공부를 하려고 도서관에 들렸지만, 허리도 영 불편하고... 영어는 너무 어렵고... 시간은 충분하지 않고... 이런저런 사정이 모두 시원치 않던 그런 날이었다. 도서관이 좋은 건, 그럴 때 억지로 참지 않고 한 번 일어나서 서가를 한 번 걸으면 집중력이 좀 돌아온다는 점이다. 그날도 그렇게 서가를 걸으면서 이런저런 책들을 살펴봤는데, 대학원 생활에 관련된 책들이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도움이 될 글귀라도 있을까 싶어, 급히 검색데스크를 찾았다. '대학원 직장인'으로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내가 딱 찼던 책이 있었다. 
 

내가 대학원을 가게 된다면
- 직장인을 위한 슬기로운 대학원 생활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책이었다. 그래. 이 답답한 마음에 솔루션을 주는 책이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바로 책을 찾아 집어 들었고... 표지에 쓰여있는 문구마저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읽어야 할 자료와 책이 쌓여있는 내 독서라이프에서 살짝 새치기하며 들어온 책은 쉽고도 실용적이었고, 경험에서 우러난 다소 아슬아슬한 이야기까지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경영학 박사이자, 기업 임원답게 복습을 위한 10개 토픽을 마지막 페이지에 올려두었다. 책을 파편적으로 리뷰하는 것보다... 이 토픽에 대해 스스로 책을 덮고 답하면서 책 내용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대학원 생활의 A to Z

1. 학교 네임밸류가 정말 중요한가요?
2. 지도교수님은 어떻게 선택하나요?
3. 입학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4. 학업계획서와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작성하나요?
5. 대학원을 진학하는 데 학점이 중요한가요?
6. 일과 학업 중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나요?
7. 논문 주제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8. 학회 활동이 꼭 필요한가요?
9. 네트워크 형성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요?
10. 직장과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하나씩 저자 정재엽 박사가 알려주고 싶었던 것 중, 내 머리에 남은 걸.. 그리고 내 입장에서 중요한 걸 한 번 되짚어보자. 특히, 정 박사는 박사학위 취득을 전제로 설명하고 있기에, 나 또한... 박사학위에 도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책 내용을 바탕으로 스스로 내보고자 한다.
 
1. 학교 네임밸류가 정말 중요한가요?
 
 명문대학교가 그 명성을 허투루 얻은 게 아니라면, 당연히 학위를 위한 학업에 있어서,  명문대학을 선택하는 게 좋다. 저자도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박사학위를 위해서라면, 네임밸류만큼이나, 누가 지도교수를 맡느냐가 중요하다. 박사학위 취득의 가장 큰 관건인 학술논문 발표에 있어서도, 지도교수의 역할은 절대적이며, 학사-석사 시절에 비해 좁은 분야를 깊게 공부해야 하는 박사과정에 있어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학위논문 작성과정을 이끌어줘야 하는 지도교수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중요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네임밸류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내 관심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으며, 내 박사공부를 잘 지켜봐 줄 교수가 있다면, 그 대학원을 선택하는 것을 우선 고려하는 게 낫다. 
 내 경우는? 아직은 박사 도전이 먼 미래 얘기처럼 느껴지지만, 난 박사를 간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 그런 면에서 고민할 여지가 없으니.. 그 부분은 오히려 다행이다. 
 
 
2. 지도교수님은 어떻게 선택하나요?
 
 지도교수는 우선적으로 세부전공, 그리고 최근 연구활동과 내 관심사가 겹치는 분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내 학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줄 분이어야 한다. 이는 첫 번째 질문이나, 뒤이어서 나올 입학 인터뷰 준비와도 연관되는데, 날 도와줄 분... 그리고 그다음이 실력 있는 분... 이런 기준으로 생각해야 한다. 
 내 경우는? 마찬가지로 만약 내가 무리하게라도 도전을 한다면, 이 또한 정해져 있다. 물론 그분이 날 제자로 받아줄지가 문제 될 뿐이다. 
 
 
3. 입학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대학원 입학 인터뷰는 그렇게 전형적이지 않다. 그리고 저자도 인정한 것처럼, 희망하는 연구분야의 교수 실적을 차근차근 찾아보고 어느 정도 학습하고 갔다면 그렇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 내가 아는 바를 섞어서 말해보자면, 석사공부를 충실히 했다면 석사 커리어가 곧 박사 입학 인터뷰의 판단기준이기도 하며, 자기가 학위논문을 열심히 쓰고 석사 종합시험을 잘 준비했다면 인터뷰에 그렇게 부담을 가질 이유도 없을 것이다. 다만, 먼 길을 돌아온 직장인이라면, 실무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과 간절함 등을 인터뷰에서 무리해서라도 어필해야 할 것이며, 직장과 학업의 병행이 무난하게 가능하다는 점도 꼭 어필해야 한다. 
 내 경우는? 사실 인터뷰가 중요하지는 않다. 마음의 준비와 지도교수의 종합적 판단이 더 중요하다...
 
 
4. 학업계획서와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작성하나요?
 
 사실 박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학업계획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이 큰 난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자도 이야기한 것처럼 직장인이라면 본인의 스펙을 잘 드러내고, 삶을 스토리로 잘 풀어내는 정도만 더 신경 쓰면 족하다. 그 외의 것을 무리하게 신경 쓰면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고, 사실 학업계획서와 자기소개서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도 어렵다. 
 내 경우는? 학업계획서와 자기소개서는 인터뷰 때 받을 질문을 예정하는 문건이다. 인터뷰를 통해 교수님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스스로 정한다는 차원에서 정갈한 문장으로 작성해야 한다. 
 

5. 대학원을 진학하는 데 학점이 중요한가요?
 
 학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당연히 교육자로서 교수님들은 학점을 눈여겨보기는 하기에, 스스로도 생각하기에도 학점이 낮다면, 그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구차한 변명일 필요는 없다. 
 내 경우는? 이미 학부 학점은 너무나 과거 이야기다. 기억 자체가 가물가물하다. 박사를 입학한다면... 저자도 설명했듯이 석사 코스웍 학점은 별로 중요하지가 않다. 코스웍은 그저 열심히만 하면 되고, 학점에 신경 쓸 여유가 있다면 논문 준비에 더 눈을 돌려야 한다. 
 

6. 일과 학업 중 어떤 것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절대 사무실에 대학원 공부를 하지 말라는 저자의 일갈이다. 아마 많은 직장인 대학원생이 신경 쓰는 부분이겠지만 매끈하게 끊어내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가정 대소사를 돌보면서도 끊임없이 논문을 읽으라는 조언과 대학원 스케줄이 몰렸을 때는 미리 가족들에게 협조를 구하라는 것도 좋은 팁이다. 
 내 경우는? 사무실 일과 학업은 더욱 엄격하게 분리되어야 한다. 결국 더 집중력을 높이고, 체력 증진에도 신경을 써여한다.  
 
7. 논문 주제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본인이 일하는 실무와 연관된 주제를 찾아낸 저자도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본인 밥벌이에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논문 주제를 고민하기에, 주제를 확정하기 전에도 조심스럽게나마 교수님과 의사소통에 신경을 더 쓰고...  구체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 등 외에는... 오히려 전업 대학원생보다 고민이 적을 수 있는 부분이다. 
 내 경우는? 실무와 큰 관련이 없는 인문학을 택한 나로서, 가장 큰 고민이며, 곧 결정을 해야 할 부분이다. 재교육 지원으로 대학원에 와 있는 점을 감안하고, 조금이라도 장학금을 받아낼 가능성을 고려해 주제를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학금 가능성은 아직 그저 가능성일 뿐이다. 두 번째로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방법이 있다. 이럴 경우, 난 그저 준비가 부족한 석사 논문 준비생이며, 아무런 노하우도 가지고 있지 않다. 일장일단이 명확한 만큼,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픈데, 어찌 보면 이제 인생 마지막 공부 방향을 결정할 기회라서, 정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8. 학회 활동이 꼭 필요한가요?
 
 학회 활동은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분야나 이너써클은 어쩔 수 없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상호인정을 통한 연구 명성이 중요한 연구계에서 가장 큰 생산현장이 바로 학회다. 그리고 이 점을 저자는 잘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내 경우는? 내 성향을 잘 아는 후배는 내가 재미를 느낄 분야로 추천하기도 했다. 실무와 별 상관이 없는 학회 활동을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여러 이유로 학회활동은 버킷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9. 네트워크 형성이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요?
 
 네트워크가 필요하지 않은 분야가 있을까? 다만, 저자는 박사과정 입학동기들이 결국 논문 작성까지 같이 가야 할 사람들이며, 그 네트워크에서 파생되는 사람들이 결국 내 논문을 도와줄 사람이라고 직관적으로 찍어준다. 직무 관련 추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먼 미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저자의 큰 장점이고, 이런 직관적 조언에서 그 장점이 다시 한번 빛난다. 
 내 경우는? 전업이 아닌 내 입장에서는 이런 면에서 많이 불리하다... 조용히 공부만 하는 건 학부시절의 구습...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두드리면서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야 멀리 보는 공부를 해나갈 수 있다. 
 

10. 직장과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는 노하우가 있나요?
 
 사무실에서 공부하지 마라, 절대 수업을 빠지지 마라, 휴가를 적절히 활용하라 등.... 때로는 삶의 진리처럼, 혹은 소소한 팁처럼 다가오는 저자 조언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쉽게 남에게서 듣기 어려운 조언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쉽다는 허황된 위로도 하지 않는다. 자기가 겪었던 고생담도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대단한 노하우는 없지만, 좌충우돌하며 버티다 보면 다른 직장인 박사처럼 끝이 보일 거라는 조언은 꽤 와닿는다. 
 내 경우는? 결국은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것이냐 문제이다. 정신 차리고 앞만 보고 달려가도 가능성이 높지만은 않다. 
 
 책은 경영학, 넓게 봐도 사회과학에 포커싱 되어 있기에 역사학도에게 적용하기 어려운 점도 많다. 필수적이라고 말하는 설문조사나... 해외학술지 발표 등도... 역사학계에서는 이례적이고도 크게 필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정도로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소소하게 짚어준 박사의 글은 실로 오랜만이고 이렇게 겉멋을 내려놓고 진솔한 글을 쓰기 위해 정재엽 박사가 얼마나 노력했을지도 어느 정도는 짐작이 된다. 
 
 15인 인터뷰는 생각보다는 와닿지 않았다. 일단 내 기준으로 이미 이들은 젊은 나이에 박사를 취득했기에... 너무 우등생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분야도 너무 달랐다. 
 
 이제는 포스팅과 함께 도서관으로 돌려보내기에 미련이 남지 않는 지나가는 책이지만, 이 직장인 역사학도에게 그래도 도움이 되는 몇 마디 이야기를 해줬으니, 고마운 책이다. 문과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직장인이 있다면 한 번 찾아보시길... 생각보다는 쉽고, 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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