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39 - 핵무기의 모든 것 : 인류가 낳은 인류 파괴 button(2023, 기획집단 MOIM)

마셜 2024. 8. 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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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보문고)

 

 지금도 그런 지 모르겠지만, 첫 직장에서 신입사원 시절을 보낼 때,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여러 서비스 중에 '도서요약본 제공' 이라는게 있었다... 북코스모스였던가... 이제 제목도 기억이 흐릿한 그 서비스는... 책은 시간을 들여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는 내게 큰 관심을 끌지 못했고... 아 그냥 이런게 있구나... 바쁜 회사원들에게는 도움이 되려나.. 하는 짧은 생각과 함께 잊혀졌었다. 

 

 잘 요약된 족보 같은 책 - 핵 무기의 모든 것 

 

 기억 속의 그 요약본 제공 서비스가 지금 떠오른 이유는 이 번에 읽은 '핵무기의 모든 것'이 슬림하고도 요약이 잘 된 시험족보처럼 과학 문외한에게 핵심만 잘 짚어주는 책이었기 떄문이다. 사실 슬림하다고 하기에는 다소 분량이 많아서 172쪽에 달하는 양장본이다. 하지만, 절반 정도는 일러스트 형식의 그림이고, 과학 지식 또한 정말 기초적이고 결론적인 부분만 다루고 있어서, 초등 수준 Why 책 처럼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Why 책과는 무엇이 다른가? 결국은 마지막 한 문장

 

 만화로 과학상식을 다루는 베스트셀러 Why 책과 이 책이 다른 이유는 결국 메시지가 분명한 마지막 한 문장이 있기 때문이다.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자면 다음과 같다. 

 한반도에 핵무기를 둘러싸고 분쟁이나 갈등이 조장되지 않도록 우리는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나는 몰라. 알아서 하라고 해.' 하는 태도를 갖기보다는 주인 의식을 가지고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비록 우리가 나서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을지라도, 그 길만이 한반도의 주인으로서 우리 운명을 우리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책 175p 중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 뻔한 문구가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이런 뻔한 문장만 가능한 건 아마도 그만큼 한반도 비핵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국민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기 위해서 비핵화는 필수적이지만, 너무나 많은 나라의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건전한 토론조차 힘든 것이 비핵화 현실이다. 

 모든 국민이 핵무기의 위력과 그 역사를 알아야 하는 한반도 현실이지만, 정작 해법을 적극 제시하기는 어려운.. 동북아의 고래 싸움에 등터지는 새우 신세가 현재 한국 모습은 아닐까. 

 

 

  반가운 이름 조지 마셜

 

- '매카시즘' 중에서 
 
...........................
이뿐만 아니라 마셜 플랜(Marshall Plan, 유럽부흥계획=European Recovery Program)의 주인공 조지 마셜 전 국무장관까지 청문회에 소환당했죠. 
.......................... 

 "유럽을 지켜 주려고 마셜 플랜을 세우고 경제 지원도 해 줬는데, 나를 빨갱이로 몰아? 이건 또 무슨 경우야? 내가?" 

 

 조지 마셜은 언제 만나도 반갑다. 워낙 대단한 인물이기에 이즈음 현대사를 보면 자주 이름을 볼 수 있지만, 매카시즘과 관련되어 청문회에 소환당환 것은 처음 알았다. 평생 참군인이었고, 유럽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한 1등 공신 마셜까지 공격을 받았다니, 당시 매카시즘이 그야말로 얼마나 광풍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학자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오펜하이머의 뒤늦은 후회

 

 영화 오펜하이머 덕에, 맨하탄 프로젝트와 미국 핵무기 개발 역사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아마도 이 책이 도서관 신간 코너에 자리잡은 것도 어느 정도 영화 덕을 보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맨하탄 프로젝트 참여 과학자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가장 눈에 띈 것은 핵무기를 개발한 과학자들의 후회와 반핵운동이다. 

 본인들이 만든 핵무기의 엄청난 위력에 놀라고, 정부의 공격적 핵무기 사용과 엄청난 속도의 확산에 항의도 해보았지만, 이미 과학자들의 경고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당시 핵무기 개발 및 보유가 강대국 인증과 같았던 정서를 생각해보면, 국가 수뇌부가 이미 손에 넣은 첨단 무기의 활용을 과학자 고언만으로 포기하거나 축소하지 못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다른 기록을 보면, 당시 수뇌부를 찾아가 핵무기 개발 축소 등을 건의했던 과학자들은 자신들을 맞이하는 냉랭한 태도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순수했던... 아니면 조금은 나이브했던 과학자들의 태도가 눈에 띈다. 어찌보면 너무나 빨리 변하는 세상의 시작과도 같았던 핵무기.... 개발 후에 그 위력적인 무기를 인류 스스로 통제하고 자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인류를 너무 믿었던 건 아닐까. 

 

 

물 흐르듯 잘 읽히는 책 내용을 받쳐주는 참고문헌

 

 기본기가 튼튼한 책이기에 참고문헌이 나와있을까를 기대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간결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뒷받침해줬을만한 도서, 논문 및 보고서, 언론사 및 웹사이트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도서
<핵과 인간:아인슈타인에서 김정은.트럼프.문재인까지>
<핵무기와 국제 정치>
<핵의 세계사: 스탈린 대 트루먼, 박정희 대 김일성, 아인슈타인에서 김정은까지>
<한국 탈핵: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
<탈핵: 포스트 후쿠시마와 에너지 전환 시대의 논리>
<세계를 바꾼 연설과 선언>
<화학대사전>

논문 및 보고서
<북한 핵프로그램의 시작과 성장: 1950년대-1960년대를 중심으로>
<리비아 모델을 통한 북한의 핵 정책 평가와 전망>
<북한의 핵보유와 남북관계 개선의 가능성>

                                                                                                                 - 본문 174쪽 중, 저자 및 출판사 생략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한 번쯤 도전해보고픈 자료를 잔뜩 던져주고, 책은 끝이 났다. 밋밋하지만 그렇기에 핵심만, 상식만 만 담은 청소년용 책의 장점을 잘 보여준 책이기에... 아낌없이 칭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무엇보다도 읽는데 1시간이면 충분한 책, 자녀에게 권하기 전에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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