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과잉 - 단순한 기록

독서38 - 어나더 경제사 1(2023, 홍기빈)

마셜 2024. 7. 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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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보문고)

 

 오랜 친구 같은 홍기빈 소장과의 만남


 대중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저술가이자 학자의 책을 한 권 읽었다고,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분명 지나친 면이 있다. 알면서도 그렇게 적은 것은, 다른 이가 홍기빈 소장의 책을 읽자고 제안한 게 그만큼 반가웠고, 홍 소장의 글을 처음 본 것이 무려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기빈 소장 글을 읽게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면 너무 길어지니... 일단 책 얘기만 해보려고 한다. 잠깐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생각해보니, 처음 홍 소장 글을 읽었을 때부터, 이런저런 일들을 적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별도 포스팅으로 정리해봐야겠다. 

 

 

 아직 3권은 나오지 않았다. 

 

 '어나더 경제사'는 꽤 두꺼운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경제사라는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드러나듯이 인류의 역사에서 경제라는 것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자본주의라는 특이한 현상(제도)에 어떻게 이르게 되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런 저런 새로운 관점, 하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듯한 설명, 결국은 페르낭 브로델과 칼 폴라니

 

 결국 자본주의와 화폐가 왜 유럽에서 선도적으로 발달되었는지로 경제사는 압축되는 면이 있다. 오리엔탈리즘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압도적인 생산력과 상품경제가 나타난 건 분명하기에, 이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도전하여, 다양한 설명을 내놓은 것은 일면 당연해보인다. 

 홍 소장은 이 다양한 입장 중 칼 폴라니와 아날학파의 브로델 입장에 많이 동의하는 느낌을 준다. 현재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서술 곳곳에서도 마르크스와 베버의 고전적인 자본주의 설명을 넘어서서 시대구분을 넘어서 혼란한 와중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자본주의적 현상이 발생되며 발전해왔음을 설명한다. 

 

 

관점(혹은 성향)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서문 

 

 개인적으로는 서문을 집중해서 읽지도 않았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었는데... 보수성향이 강한 멤버는 서문에서부터 좌파적 성향이 강한 저자의 글에 답답함을 느꼈음을 토로했다. 사실 이제 홍 소장을 좌파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사회변화를 꿈꾸고 있고, 활동하는 저술가 중 좌파사상을 이만큼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기에, 독자에 따라서는 충분히 반감을 가질 수 있겠다 이해도 되었다. 

 반감을 가진 독자는 나처럼 그저 재미있네 책장을 넘긴 독자보다 많은 헛점을 찾아냈다. 

1. 구석기시대 인류가 농경시대에 비해 삶의 질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은 자의적 해석이 아닌가?
2. 단일작물이 왜 위험한가? 미국에서는 옥수수 등 단일작물을 엄청나게 생산하는데?
3. 결국 유럽 지역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자본주의를 낳은 원인이 아닌가? 가장 중요한 원인을 외면하고 있다. 
4. 케냐 사례와 물물교환 사례는 충돌함에도 외면하고 서술 했다. 
5. 유사역사학이라는 표현이 과연 적절한가?

 

 새로운 관점의 지적은 늘 혼란을 주고, 혼란이 가라앉으면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적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정리하게 되는데, 내 의견은 2번과 5번에 집중되었다. 

 

 일단, 단일작물은 다소 위험하다. 그만큼 종 다양성이 깨질 가능성이 높고, 더 많은 농약 등 부수적인 에너지 등이 소모되어야 유지될 수 있다. 다만, 단일면적당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고, 특히, 한국 등 비옥한 농토로 관리되어온 농업지대에서는 단일작물이 생산성을 높이는데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생태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이다. 

 

 유사역사학이라는 표현은 나도 다소 의외였다. 물론 본인이 공부해온 포스트모던 관점의 자본주의 분석을 생각하면 화폐 발생 등에 대해 별 역사적 근거도 없이 그럴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서술해온 학자들이 답답하겠지만, 대중서에서 '유사역사학'이라는 표현을 쓰면, 이는 독자들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나머지 지적에 대해서는,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으나, 반박할만큼 확신이 없었다. 물론 그 중 하나 구석기시대와 농경시대 인류의 비교에 대해서는 최근 읽었던 '케임브리지 세계사 콘사이스(메리 위스너-행크스 저)'에서도 비슷한 설명이 있어서, 주류 학계에서도 변화가 있는 설명이자 설득력있는 가설로 느껴졌는데, 이를 반박할만큼 확신이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책은 무척 재미있다. 

 

 저술 목적이 연구성과 발표 혹은 개론서 발간이 아니라 대중들에게 경제사를 알리고자 한 것이라면, 일단 '재미'를 주었다는 측면에서 책은 성공했다. 경제사라는 재미없고 지루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홍 소장처럼 쉽게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박학다식하고도 경험이 풍분한 학자는 드물다. 

 영어 soldier의 기원이 어디서 나왔는지, 폴 스위지와 모리스 돕의 논쟁이 지금 관점에서 얼마나 올드한 것인지를 이렇게 짧게 풀어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사례들을 수없이 쌓아가면서 경제사 얘기를 끌어간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는 작업이고, 도전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비판과 칭찬, 그리고 코멘트가 쏟아졌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음 책으로 어나더 경제사 2권을 택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사실 역사공부를 하는 내 입장에서야 논란이 있어도 자본주의 정립까지를 보고 싶지만, 가벼운 시사 책을 원했던 멤버들에게는 원치 않는 난이도에 원치 않는 성향이었으리라. 그래도 거대 담론에 도전한 것에 박수쳐줘야한다는 내 말은 공허하게 남았지만, 여전히 난 홍 소장의 저술활동이 의미있다고 믿는다. 유튜브에서도 활약하시는 모양인데, 알고리즘에서 한 번도 추천한 적이 없는 걸 보면, 내 유튜브 라이프 성향이 이미 홍 소장 성향과는 거리가 먼 듯하여 웃음이 나왔다. 

 2권을 읽든, 아니든 유튜브 채널은 한 번 접속해봐야겠다는 다짐으로, 더 적극적으로 멤버들의 비판을 방어하지 못한 미안함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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