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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년 전 글이다. 왜 썼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2016년 8월 3일에 써두었던 글을 우연히 보니, 꽤나 정성을 들여썼구나 싶어서 한 번 놀라고, 시간이 참 빠르구나 실감하며 두 번 놀란다. 그 때 생각을 그대로 옮겨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여, 오탈자와 어색한 문장만 고쳐서 그대로 옮겨본다.
벌써 8년 - 대동법과의 인연 #2 잠곡 김육 연구 (tistory.com)
(2편으로부터 계속)
그 후에 이정철 박사의 논문을 한 편 읽고, 잠시 (한 6개월 이상) 관련 독서를 하지 못했다. 사실 '잠곡 김육 연구'보다는 이정철 박사의 짧은 논문이 더 재밌긴 했지만, 논문을 찾아서 읽는 게 부담을 더 주는 형태이기도 하기에 열심히 대동법 관련 책을 찾아보았는데, 여전히 읽을만한 책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다 온전히 대동법에 관한 내용은 아니지만 이정철 박사의 책이니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산 책이 바로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였다. 총평하자면 어느 블록버스터 영화보다도... 무협소설보다도 재미있었다. 애초에 이정철 박사가 교양서로 생각하고 쓴 이유도 있을 테고, 조선시대를 통틀어 손꼽힐만한 네 경세가 이야기를 모았으니, 히어로물 중에서도 어벤져스 같은 느낌이랄까.. 또한, 주인공 경세가들의 인생이 전란과 겹친 경우도 많으니, 더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위인 넷을 모은 평전 같은 느낌을 주는 홍보문구와 달리, 이정철 박사는 경세가 넷의 일대기를 통해서 조선시대의 병증(민생과 괴리되는 지배층)을 진단하고, 개혁방안을 고안하고 시행하는 과정을 좀 더 쉽게 계속해서 대중에게 이야기한다. 물론 그 중 가장 어려운 단계인 개혁안의 시행을 김육이 거의 완수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이이와 조익, 이원익이 없었다면 김육도 활약할 수 없었음을 저자는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은 이정철 박사의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지만, 깊이 있는 책을 내시기에 기약이 없을 듯 하다. 그리고 이제 눈코뜰새 없이 바빠질 내 인생도 드물게 어떤 주제에 대해서 밀도있는 독서를 했던 이 1년을 그냥 추억으로 뭍어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에서 이정철 박사가 '박사과정 내내 잡다하게 써왔던 메모를 모았더니 대동법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라고 회고한 것처럼 내 독서 중 가장 뚜렷한 변곡점을 대동법이 만들어준 건 분명한 사실이다.
만약 내가 대학시절에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을 만났다면? 그랬다면 오히려 가슴 쓸어내릴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대학원 진학을 강행했거나 대학전공을 바꾸려고 했을지 모르니.. 너무 좋아하는 건 취미로 남겨두는 것이 낫다는 궤변을 나는 요즘은 믿는다.
언젠가 대학원에 진학해서 스스로 주제를 결정하여 논문을 써야한다면, 전공이 무엇이든 간에 이 글을 다시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주제가 꼭 대동법은 아니어도 '이식위천(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과 '좋은 말로는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 두 글귀는 반드시 가슴에 새기고 논문준비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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