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모습 - 한국사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 조소우호협력조약 복원

마셜 2024. 6. 2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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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종연구소 홍현익 연구위원 리포트)

 
 지난 6월 19일 평양을 방문한 푸틴 러 대통령이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양국 관계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로 격상시키는 조약을 맺었다. 
 대북관계가 매우 좋지 않은 요즘, 한국 입장에서는 북-러 정상회담 만으로도 반가운 소식이 아닌데, 북-러 상호간 유사시 개입이 약속되는 지금 상황은 한국에게 매우 곤란하다. 북-미 관계도 여러모로 소원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국제정세를 봤을 때, 북한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큰 출혈 없이 한국과 미국을 매우 괴롭히는 효과를 거둔 것은 명확해 보인다. 물론 더 중요한 건 한국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인데... 외교적으로, 안보차원에서도 빅뉴스였기에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반가운 이름도 몇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살펴보자. 
 
 북한이 과거 소련 시절 러시아와 군사적 우방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렴풋이나마 시기야 짐작할 수 있었지만, 1961년에 조소우호협력조약을 체결했다니... 한미군사동맹에 맞서, 북한 군사동맹을 통해  그야말로 진정한 냉전이 무엇인지 보여준 셈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에 맞서, 북-중-소 도 언제든 한반도 유사시에 개입할 근거를 갖추고 있었으니, 그 시절 휴전 후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이 얼마나 높았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러 보도가 나왔고, 다양한 분석도 있기에 이 조약에 대한 여러 해석을 보기가 어렵지는 않다. 먼저 중앙일보의 사설을 보자. 
 

[사설] 러시아 행태 당당히 대응하고, 전략적 우방 외교 강화해야 | 중앙일보

지난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되살린 ‘군사동맹’ 성격의 새 조약에 서명하면서 한·러 관계에 대형 악재가

www.joongang.co.kr

 
 유력 일간지의 사설 답게 가장 우리 정부를 질타하고 또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상회담의 전모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당국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렇게 거칠게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전문가 의견보다는 사설의 장점일 것이기에, 자기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보여진다. 
 

북러회담: 북한과 러시아, 밀착 계속될까?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 BBC News 코리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로의 국가를 방문하며 북러 관계 강화를 과시하는 가운데, 전쟁이 맺어준 두 사람의 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김정은은 원하던

www.bbc.com

 
 다른 언론 보도로는 BBC의 분석기사가 가장 양적으로 질적으로 볼만하다.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분야별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가면서 이 외교/군사적 이벤트의 다양한 면을 보도했는데, 두 전문가 의견이 가장 눈에 띈다. 
 
 우선 첫번째로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의견을 들어보자. 

 북중러가 전략적으로 서로를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되는 와중에 북한의 전략적인 가치는 굉장히 높아졌다는 평가로, 그는 북한이 수정주의 국가 진영의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냉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북러 밀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진영 논리 차원에서 “어쩌면 중국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 자기들이 대놓고 못하는 것을 북한이 대신 해줘서 고마울 수도 있을 것

 
 가장 고객가 끄덕여졌던 의견이다. 푸틴이 하루 밖에 머무르지 않았고, 당장은 큰 변화를 가져오기 어려운 조약을 체결한 것에 불과하다는 여러 의견보다는, 북-중-러의 앞으로의 밀착을 우려하는 이 전문가 의견이 훨씬 와닿았고, 각각의 이유로 미국과 대결하고 있는 중-러가 자존심 싸움을 벌이며 협력하기 어려울 때, 북한이 미미하게나마 중개자 역할을 하게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다른 입장으로는 통일연구원 조한범 위원의 의견이 가장 눈에 띄었다. 

.... 북러 관계가 사상 최고 전성기에 들어섰다고 강조하지만 사실상 양국 사이에는 ‘탄약’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야 당장 전쟁 속에 탄약이 절박하니 북한과의 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키기는 했지만, 양국이 도모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계도 아니라는 것이다.

.... 이번 푸틴의 방북은 일종의 답방 성격인 만큼 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급속히 격상되거나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쟁 이후 시베리아 극동자원과 교통망을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북한이 아닌 한국....
....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제한적일 뿐, 러시아가 군사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더라도 구형을 제공할 것....

.... 북러 관계는 전쟁이 만들어준 잠정적인 관계에 불과하다.....

 
 조한범 위원은 국내에서 몇 안되는 러시아에서 공부한 학자로 소련 체제의 붕괴와 그 후 러시아의 극적인 변화를 그야말로 체험한 분이다. 러시아 입장을 정확하게 짚어내기에는 가장 적절한 분인데, 조 위원이 보기에 현재 북-러 관계개선은 그야말로 잠정적인 관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교역규모까지 자세하게 언급하며, 러시아 입장에서 한국이 더 중요함을 강조한 의견은 매우 설득력이 있고,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러시아와의 교역에 있어서 큰 손은 한국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책연구소인 세종연구소 의견은 어떨까? 북-중-러 뿐 아니라 대북관계, 미국과의 외교에 있어서도 폭넓게 의견을 내고 있는 홍현익 위원의 논평이 올라왔기에 꼼꼼히 읽어봤다. 
 

세종연구소

작년 9월 러시아 극동 연해주 보스토치니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맞아 정상회담을 가졌던 푸틴 대통령이 9개월만인 지난 6월 19일 평양을 방문해 10시간 이상을 함께 지내면서 북·러관계를 ‘

www.sejong.org

 
 홍현익 위원을 생각하면 아직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직전, 전면적 침공은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던 모습이 생생하다. 아무리 전문가여도 그만큼 예상하기 어려운 러시아 행보였고, 지금도 러시아가 뭘 얻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활발한 의견을 내고 있는 전문가가 예상이 틀렸던 것은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홍 위원 의견 중 재미있는 부분은 이른바 본인도 '창의적'이라고 언급한 제언이다. 자세히 살펴보자. 

한국의 대응방안 중에서

..... 한편 획기적으로 전략적인 창의성을 발휘하는 방안도 있다. 현재 북핵문제에 대한 북·미 협상과 남북 대화가 막혀있어 한반도 안보 정세가 악화일로로 진행되고 위태로우므로, 한국이 미국의 핵 우산을 쓰고 있는 것처럼 북한도 러시아가 핵우산을 제공하는 상황이 조성된 것을 지적하면서 북한도 안보 우려를 덜고 북·미 핵 협상과 남북 대화를 통해 한반도 안보 정세를 평화와 안정 방향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이를 위해서는 미 행정부에게 보다 확실한 대북 핵 억지 방안을 제공해 줄 것과 함께 북한이 핵 협상에 나올 수 있도록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사항 중 미국 몫 이행을 포함한 보다 전향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제안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

 
 홍 위원도 언급했듯이, 대단히 창의적인 방안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으며, 외교부 당국도 당연히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많은 현실적 장벽은 디테일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북-미 외교당국이 참을성을 가지고 한국의 중재성격 제안에 귀 기울일 이유가 딱히 없는 상황이며, 현재 미국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 집행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더 신경쓸 여력도 없을 듯 싶다. 이 번에 푸틴이 방문한 곳도 북한만이 아닌 베트남 등을 포함한 광폭행보인 것을 감안하면, 굳이 북한에 먼저 뭔가 러시아와의 밀착을 막을 노력을 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어쨌든 다양한 전문가 의견이 쏟아질 정도로 큰 외교적 사건인 이번 조약 체결은 1961년 조약 체결, 1996년 조약 폐기, 2000년 통상 우호 관계 정립으로 이어지는 북러 관계에 있어서 큰 획을 그었다. 24년만에 여러 정세 급변으로 인해 큰 변화가 이루어진 셈인데, 1996년 조약 폐기가 한국으로서는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낭보(?)였음을 생각하면 어떤 각도로 봐도 반갑지 않은 뉴스이다. 
 미국 대선이 끝나고 다음 대통령이 확정되면 뭔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 노력이 지금보다는 더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적어도 그때까지만이라도 북-중-러 간 유대 강화가 미국-일본을 자극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다음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던 간에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좀 더 나서줬으면 좋겠다. 북핵 보유는 절대 용인될 수 없지만, 강대강 대결구도는 한국인으로서 우려할 부분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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