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출처 :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ports/baseball/1065905.html>
LG가 포스트시즌 실패 책임을 물어 유지현 감독과 결별하고 후임으로 염겸엽을 선택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의외의 선택이다. 실망이다 라는 기사와 의견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갔지만... 사실 LG 골수팬으로서 판단이 잘 서질 않았다.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의 졸전과 FA 수탈과 외국인 선수 영입이 더 관심이 갔기에 염 감독은 뭐... 그런가보다 수준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뭐 마땅한 감독감이 없었을 수도 있고, 두 해 연속 정규리그 우승권 성적을 냈던 감독을 경질하고 나니.. 후보가 마땅치 않았을 수도 있다. 이 좋은 전력을 가지고도 회장님께 트로피를 바치지 못했으니.. 무조건 경질은 해야겠고... 어쨌든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법. 경질 자체는 아무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던 중 어느 롯데 골수팬과의 대화... 염 감독에 만족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답하고 묻고를 반복하면서 대화릉 이어가다 보니... 스스로 좀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결론은 '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최선'이다 라는 것이다.
쓰고 나니 참 LG스러운 행보이다. 일개 야구팬이 글로벌기업 스타일을 논할수는 없겠지만, 엄청난 대기업이면서도 도박수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고, 매사 조용히 처리하기를 선호한다는 이미지를 가진 LG. 어찌보면 지금 염 감독 선택도 네임벨류를 가진 감독에게 투자할만큼 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았다고 평할 수 있다.
LG야구에 별 관심이 없는 롯데팬에게도 이해가 안되었던 모양이다. 우승경력도 없고, 건강문제로 중도이탈한 적도 있던 감독을 유지현을 내친 후임으로 데려오다니...
하지만, 올 포스트시즌을 복기해보면, 염 감독 같은 스타일이 뭔가 필요하긴 하다.
우선 LG는 2022 정규시즌을 실패하지 않았다. 우승을 못했으니 실패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겠지만, SSG의 전력은 너무나 강했고, LG도 가진 전력으로 할만큼 했다. 그리고 난 아직도 외국인 선수 영입실패는 감독 책임이 아니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결국 단기전에서 실패한 것인데, LG의 외국인 원투펀치가 나란히 15승을 달성할 정도로 엄청난 것은 사실이지만, 엄청난 스터프로 한 게임을 완봉 각오로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아니기에... 투수 운용도 크게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플럿코가 무너진 것도 아쉽지만, 원투펀치가 나란히 이길 수 없었다고 무조건 실패라고 보기도 어렵다. 뭔가 투수진 변칙운용을 통해 승부수를 던지길 바랬지만(*아래 포스팀 참조), 정공법을 택한 것도 유 감독 탓은 아니다. LG는 정공법으로도 충분히 해볼만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결국 LG는 번트를 제대로 못대서 졌다. 아니면 홈런을 한 두 개 더 쳤다면 달라졌을까.
LG를 상대했던 키움 히어로즈는 아예 정신이 나갔던 플레이오프 1차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번트를 실패하지 않았고, 야무지게 홈런을 치면서, 최강 LG중간계투를 상대로 뽑을 점수를 다 뽑아갔다.
반면, LG는 승부처에서 홈런 하나 뽑아내지 못했고, 번트는 공식처럼 실패해가면서, 감독을 옥죄었다. 믿었던 중간계투도 통산 홈런 1개에 빛나는 키움 임지열 선수에게 대타 초구 홈런을 맞으면서 장렬하게 무너졌다. 집중력을 유지하면서도 큰 스윙으로 노려친 임지열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세밀함에서도 한심한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큰 스윙도 하지 못한다면, 단기전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선발투수가 상대팀에서 점수를 주지 않아야 하는데... 어쩌겠는가.. LG는 안우진, 김광현 같은 스터프 투수는 없고, 시즌 내내 안정감을 투수는 외국인 원투펀치만 있는 걸..
그렇다면 LG가 단기전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번트 연습을 해야한다.
우승에 도전했던 프로야구팀 타자들에게 번트 연습 운운하는 것이 웃기지만...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아니면 평생 홈런을 못 쳤어도 리그 최고 중간계투를 상대로도 대타 초구에 풀스윙하는 대타요원을 기용하던가..
하지만, 번트연습도.. 신묘한 대타기용도 모두 유지현 감독 스타일은 아니다. 왠만하면 라인업도 바꾸지 않고, 선수를 믿는 믿음의 야구... 그 유지현의 야구를 타자들은 지켜내지 못했으니, 선수들의 실패는 결국 감독의 책임이다.
그런 면에서 염 감독 선임은 그럴듯하다.
염 감독은 카리스마가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편안한 스타일 지도자는 아니다. 오히려 까다로운 사람이지. 가능성만 있는 선수를 적절한 포지션에 잘 써먹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 만큼 사람을 세심히 관찰하고, 전체적인 기량 향상보다는 팀에 맞춰 필요한 부분에 즉시 써먹는 것에 강하달까.. 번트연습을 해야한다면, 프로선수들의 자존심을 꺾고, 다른 훈련을 줄여서라도 시키기에는 염 감독이 나을 것이다. 눈치보지 않고 풀스윙하는 대타요원을 길러내고 단기전 승부처에서 기용해야 한다면, 그것도 염 감독 스타일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도 재신임을 받지 못한 유지현 감독이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나, 이 정도의 이별이라면 서로 아쉬움은 없을 터.. 이제는 염 감독이 성적이 내길 바랄 뿐이다.
FA 행보나, 외국인선수 영입, 코치진 선임 등에 역시나 마음에 안 드는 것 투성이지만... 지금은 그래도 희망을 가질 때... 까다로운 지도자 염 감독이 LG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길 간절히 빈다.
'영원한 친구 -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단 급한 불을 끄자 - 페퍼저축은행 오지영 트레이드 영입 (4) | 2022.12.26 |
---|---|
배구감독 경질, 다음은 누구? - 후인정 vs 이경수 (2) | 2022.12.25 |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의 분노 혹은 민낯 - 불가능한 것 요구하지 말라 (4) | 2022.12.22 |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김형실 감독 사퇴 - 실패했어도 모범을.. (4) | 2022.11.29 |
아쉽지만 어쨌든 프로농구 진출 - 아리라 리 프랑스 2부 진출 (2) | 2022.1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