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LG트윈스 홈페이지)
LG는 더 이상 하위권 팀이 아니다.
LG 트윈스는 최근 10번의 시즌 동안 6번 가을야구를 했다. 이제는 하위권 팀이라고 하기에는 준수한 성적이지만, 여전히 마지막 우승은 1994년, 어린 야구팬들에게는 태어나기도 전 이야기이니.. LG가 우승한다고 하면, 그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일지 모르겠다.
2위가 확정되었다.
1990년도와 1994년도 우승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내게는, 우승이란 여전히 멀지만.. 안될것도 없는 그런 목표이다. 왜냐하면 불과 5년만에 더 강해진 팀으로 더 쉽게, 압도적으로 우승하는 걸 본적이 있거든.. 하지만, 이제 모두 옛날 이야기... 이런저런 전력보강이 많이 성공하여, 많은 팬들을 만족시키며 순항해온 2022년 시즌도 결국 LG는 정규리그 우승에 실패했다.
이제 확정된 정규리그 성적표를 들고, 가을야구를 준비하며 시즌을 정리해야하는 10월 초... 지금 램프의 요정이 나타나 'LG의 우승을 원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난 '그럼요!!!'라고 대답하기 전에 다시 되묻게 될 것 같다.
"올해요? 아니면 내년 2023년이요?"
올해 꼭 우승하고 싶은가?
물론 90% 이상 확률로 유지현 감독은 하던대로 열심히 준비할 것 같다. 하지만, 난 많은 야구게임을 본 아마츄어 팬으로서 지금이야말로 모험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왜냐? SSG 랜더스가 너무 강하거든...랜더스가 강한 건 LG 잘못이 아니다. 애초에 트리플A 수준 외국인 선수가 주를 이루는 KBO리그에서 현직 메이저리거인 김광현, 추신수가 가세하고 그 외에도 박종훈 같은 S급 선발을 보유한 랜더스가 엄청 강할 뿐이다. 트윈스가 가진 힘을 잘 발휘하여, KT 혹은 키움 혹은 기아를 이기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해도, LG를 기다리고 있는 건 S급 선발을 줄줄이 거느린 최강팀이다.
그럼 승리할 방법은 없는가? 적어도 KBO에서는 어떤 상황이라도 해볼 만한 방법은 있다. 특히, 단기전에서 맞붙는다는 건 약한 팀도 최소한 팀전력은 갖추고 있다는 점, 그렇다면 역대 최강급 언더독인 LG트윈스는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면 어떤 모험을 걸 수 있을까?
1. 변칙운영
트윈스는 리그에서 투수력 최강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선발이 최강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전에서 아주 여유있게 4선발까지 운영한다고 쳤을때, 각각 선발을 예상해보자
<LG - SSG>
1. 켈리 - 김광현
2. 플럿코 - 폰트
3. 김윤식 - 모리만도
4. ????? - 박종훈
당장 김윤식 부터 현저히 위력에서 밀리는 느낌인데, (물론 후반기 김윤식 선수의 투구는 감동 그 자체지만, 한게임을 놓고 모리만도 선수와 격돌했을 때, 위력이 앞서리라는 느낌은 없다.) 4선발은 임찬규와 이런저런 선수들 중 딱히 낙점할만한 선수조차 없다. 그렇다고 켈리와 플럿코가 상대인 김광현, 폰트를 압도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구속 모두 SSG 두 선발이 S급인 것에 비해, LG 두 외국인은 매우 준수하지만, 150km를 던지기 어려운 특A급이다.
이렇게 밀리는데, 어떻게 LG는 시즌내내 투수력 최강으로 군림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극강 중간계투-마무리의 힘이다. 사실 LG의 중간계투진은 상대타선 입장에서는 공포 혹은 짜증 그 자체인데, 5회가 끝났는데 지고 있거나 팽팽하다고 가정하면 LG의 무한한 중간계투진이 가동된다.
이정용-김진성-최성훈-정우영-김대유-최동환-진해수-송은범-백승현
우투수는 모두 145 이상을 던질 수 있고, 사이드암과 정통파가 섞여있다. 이 중 대부분은 2이닝 정도의 롱릴리프도 가능하다. 우투수가 올라왔으니, 좌타 대타요원을 올리면, 3명의 좌투수가 대기하고 있는데, 이들은 베테랑 진해수를 필두로 해서, 커브볼러 최성훈, 좌완 사이드암-언더핸드 김대유까지.. 9명의 계투는 승전-패전 구분이 따로 없고, 다른 투수들이 든든하기에 한두타자 결과가 좋지 않으면 바로 교체해도 큰 부담이 없다. 진정 든든한 투수진인데... 이게 단기전에는 정규리그만큼의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왜냐? 상대도 총력전으로 나와 투수를 쏟아부을 수 있고, 무엇보다 단기전에 많은 점수를 낼 만큼 LG타선이 강하질 않거든... 물론 LG의 타율, 출루율 등 타격지표는 훌륭하다. 하지만, S급 투수가 충분히 쉬고 나와서 150km 이상 공을 총력전으로 던질때, 3~4점을 빼줄만한 타선인가? 안타깝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LG선발이 절대 선취점을 주지 않아야 하는데.... 물론 특A급인 두 외국인 선수가 난타당할 확률은 적다. 그렇다면 예상 스코어는? 4:2정도? 4:2로 한 게임, 한 게임 내주고, 게임스코어 4:2로 한국시리즈도 내줄 가능성이 크다. LG투수진은 충분히 강하기에 SSG타선을 9회 4점으로 무난하게 막겠지만, LG타선은 무난하게 2점 밖에 못낼 것 같거든.
결국 이런 더블 4:2 예상을 뒤집으려면 투수진, 타선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 힘을 내줘야하는데,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기 전에 유지현 감독이 한 번 파격적인 모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모험수는 바로...
'정우영 1차전 선발 등판!!!!'
많은 전문가들도 비웃을 테고, 위험하기도 하다. 실제로 정우영은 홀드 1위에 빛나는 최고 중간투수이고, 선발전환에 실패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투심 직구 하나만 던지는 원피치 투수이다.
안다. 이 모든 제약을 알지만, 그래도 1차전을 잡으려면... 이렇게 생각하면 자꾸 떠오른다. 자 생각해보자. 정우영은 150km을 쉽게 넘는 투심을 던진다. 그리고 한계 투구수는 대략 30개 정도로 1이닝 정도를 던진다. 전력투구 후 충분히 쉬게 해준다고 가정해도 50개 정도가 한계. 하지만, 타선 한 바퀴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3이닝 무실점, 4이닝 1실점 정도를 한 후 켈리 혹은 플럿코에게 마운드를 넘길수만 있다면!!!! 1차전 승리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오프너 역할이 낯설고 위험부담도 있지만, 생각해보자 LG는 10명에 가까운 최정상 중간계투진을 보유했기에 이런 150km 투심 원피치 오프너를 쓸 수 있는 유일한 팀이다.
잊지말자. KBO 단기전에서 1차전 패배는 곧 시리즈 패배이다.
물론 이건 철없는 야구팬의 도박수 아이디어이지만, 무난하게 선수들의 최선을 요구했을 때, 어떻게 무난하게 졌는지를 지난 10년동안 반복해서 보아왔기에... 그리고 역대급 중간계투진에서 정우영 한 명을 빼도 그 위력이 전혀 줄 것 같지 않기에 해볼만한 도박이다.
2. 타선 어떻게든 살려야..
참 LG는 여전하다.
https://www.chosun.com/sports/baseball/2022/10/07/2ICDKBPO7JDM7GFMBIDWRB2U5U/
결국 올해도 LG는 외국인 타자 없이 포스트시즌에 임한다. 가장 큰 홈구장을 쓰는 팀이 가장 타선에 폭발력을 더해줄 수 있는 한 자리를 쓰지 못하고, 대부분 발도 느려 짜내는 야구에도 약한 타선을 데리고 단기전에 임해야한다는 거다.
사실 이건 유지현 감독의 잘못도 아니고, 후반기 시작 전 스카웃해온 외국인선수 스펙으로 가르시아 선수 기록이 나쁘지도 않았다. 다만, 일은 벌어졌고, 여전히 김현수/채은성 중심타선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고, 특히 김현수의 역대 포스트 시즌 기록은 역사가 알고 있다.
이대로 가면 상대 S급 선발이 나와 150km 이상 공을 던졌을 때, 한 게임 2점 정도 안정적 득점할 거다라는 건 정말 불길한 소리가 아니고 예상 가능한 일이다.
결국 뭐라도 해야하는 유지현 감독, 초반부터 과감하게 번트, 런앤히트 등 짜내기식 작전이라도 걸던지, 아니면 이재원 등 장타력을 가진 선수를 가능한 배치에서 한 방을 기대하던지.. 뭔가 선택하지 않고 애매하게 강해보이는 라인업을 구성하면, 순식간에 1차전을 잃고, 또다시 내년을 기약하게 될지도 모른다.
내년에 꼭 우승하고 싶은가?
올해 우승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1. 정우영 선발출격, 2. 타선 정비)이 요행수에 가깝다면, 내년에 LG가 우승할 수 있는 비교적 선명하고도 간단하다.
1. 2루수 FA 영입
LG의 약점이 2루수인것은 전 야구팬이 안다. 가르시아 방출로 어쩌다가 2루 주전이 된 서건창의 올해 성적은 다음과 같다.
10월 9일 기준 0.221을 치는 타자가 정규리그 준우승 팀의 주전 2루수이다. 그렇다고 수비가 엄청 뛰어난가? 에이징커브에 발이 느려져 수비범위가 좁아진 것을 팬들은 안다... 장타력은 애초에 기대했던 툴이 아니니.... 그리고 2루수는 한두해 문제가 아니다. 오죽하면 FA가 임박한 서건창을 선발투수를 주고 트레이드 해왔을까? 야구계 전문가끼리 하는 얘기로 LG는 참 타자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 어려운 포지션을 찾는다... 라고 하는데... 생각해보자 KBO 10개 구단 중 2루수-3루수 포지션으로 외국인타자를 영입한 구단은 LG밖에 없다. 작년에도 그랬다. 물론 일부 구단은 해당 포지션이 든든하거나, 키울만한 유망주가 있어서 그랬을 게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원래 그 포지션은 정말 구하기 어려우니까 그런건 아닐까?
타 구단에 비해 LG가 경쟁력을 보이는 외야수는 그렇다 치자. 결국 1루수에서 외국인을 구하면 될텐데, LG는 늘 2루수-3루수에 외국인을 찾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1루수 채은성이 다른 팀 1루수를 압살할 정도의 타격인가? 물론 훌륭한 A급 선수이고, 포지션 변경에도 이정도 해주는 것도 감사하지만... 외국인선수를 밀어낸 포지션에 이 정도 타격이라면 약간은 입맛이 쓰다.
결국 답은 하나... FA로 2루수를 영입해야한다!
그리고 외국인선수를 1루수로 영입하면 된다. 그럼 채은성은 어떻게 하냐고? 채은성은 지명타자로 가면 된다... 그럼 외야수는? 외야수가 빡빡해져서 피해가 생기더라도, 단기전에서 상대 S급 투수를 공략하려면, 공격력이 준수한 2루수와 파괴력 있는 1루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서건창-채은성 이상가는 선수로..
운좋게도 2023 FA는 수준급 내야수들이 꽤 있다.
일단 NC 박민우
올해 기록이 좀 별로긴 하다. 그래도 서건창보다 4살 젋고, 수비범위 이상없고, 여전히 통산성적 환상적이다. 음주파문이 있었지만, 일단 넘어가자.
다음 NC노진혁
공격력 너무나 훌륭하다. 홈런도 두자리수, 하지만 잠실로 오면.. 일단 넘어가자.. 그런데 나이가 서건창이랑 동갑 ㅠㅠ
NC심우준
늘 0.250 정도를 무난히 해내는 심우준, 하지만 빠른 발로 LG가 엄청 취약한 짜내는 야구를 할 수 있고, 수비도 나쁘지 않다. 나이도 어리다. 하지만, 통산 한 번도 3할 근처에 가보지 못한 건 함정이지만 넘어가자.
삼성 오선진
팀이 고전하는 사이 은근슬쩍 FA에 조용히 다다른 오선진 선수, 기록 훌륭하고.. 은근히 누적스탯도 나쁘지 않지만... 이미 나이가 1989년생...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외 객관적으로 올해 서건창보다 나을게 없어보이는 선수는 제외하고 위 선수 중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2루는 강화된다. 그리고 1루 외국인선수를 선택하면 성공가능성은 높아진다. 유강남 선수를 꼭 잡아야 하니 FA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 난 누구보다도 유강남 팬이지만, 유강남을 놓치면, 양의지, 이재원, 박동원, 박세혁 누구든 잡으면 된다. 주전 포수 다섯이 일제히 FA가 되는 역대급 시장에서 유강남이 폭발적 인기를 끌지는 잘 모르겠다. 채은성은 외야가 가능하기에 불안하지만, 적당한 가격이면 협상에는 성실히 임하리라 본다.
2. 문보경 군연기
타선에서 가장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며, 심심찮게 S급 선수 공도 장타로 연결하는 문보경 선수.. LG타선에서 가장 폭발력을 보여주는 선수라 생각하는데... 3루 수비도 이제 안정적이어서, 타선에서 더할나위없는 효자이다. 나이가 젊은 것도 이쁘긴 한데... 안타깝게도 미필에 영장이 나온 상태이다.
본인에게는 빨리 병역을 해결하고 오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만약 2루수 FA영입과 외국인선수 영입이 잘 이루어진다면, 그리고 올해 정도의 투수력을 유지한다면... LG에게는 다시 없는 시즌.. 군연기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3. 더이상 트레이드는 그만
LG는 이제 정규시즌에서 계산이 서는 강팀이다. 우승이 목마른 것도 알겠고.. 약점이 뚜렷한 것도 알겠지만.. 이럴 때 트레이드를 급하게 하면 안된다. 내가 매우 급해서,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하는 일을 세 글자로 표현하면.. 난 '요행수'라고 부르고 싶다.
잊지말자. 작년초 '양석환/남호-함덕주' 트레이드는 선발을 보강하기 위한 큰 계획이었는데, 그로부터 6개월 후 선발이 전혀 보강되지 않았는데도, 2루수가 필요하다면서 선발을 내주는 '정찬헌-서건창' 트레이드를 했다. 야구판의 진정한 요행수... 결과가 어땠는지는 누구나 알것이다.
KBO 한시즌은 수백억이 소요되는 장기프로젝트다. 꼭 해야하는 일을 쉽지 않다고 미루고.. 요행수를 바라면... 결과가 좋지 어렵다...
어찌되었든 작년에 비해 강해진 팀을 바라볼 수 있었던 올해 정규시즌은 즐거웠다. 우승을 못하더라도 즐거운 기억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올해 스토브리그만큼은 좀 힘들어도 근원적인 문제(2루수 혹은 S급 타자 영입) 해결에 나서고, 요행수(트레이드, 외국인 2루수 영입)는 피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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