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jtbc)
6. 서동욱(유틸리티, 경기고)
KBO에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선수를 한 명만 꼽으라면, 단연 서동욱 선수이다. 고교시절 3대 유격수로 불리웠지만, 프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다가,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기 시작한다. 상무시절에 포수까지 봤다고 하니, 정신적으로는 이미 어떤 포지션이든 소화할 각오가 되어 있었을 테고... 거기에 스위치히터로서 두 차례나, 좌우타석 연타석홈런을 날릴 정도로 장타력까지 겸비했으니... 야구팬들에게는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유틸리티였다.
실제로 이 글을 쓸 때도, 내야수? 외야수? 헷갈릴 정도로 여러 포지션에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당연히 유틸리티, 스위치히터이다 보니 선수로서 재미있는 일화는 생각보다 많고, 많이 알려져 있다. (포수가 다 떨어지자 갑자기 포수로 출전했다 등)
그 외 경기장 외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자면, 우선 지금 아내 주민희씨와 거의 10년에 가까운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는데, 주민희씨는 선수 인터뷰를 하는 아나운서였다. 경기 외에 인터뷰를 잘 보지 않기에 주민희 아나운서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당시 야구판에서도 이 연애는 꽤 화제였는데, 실제로 서동욱 선수도 장신에 훈남이다. 그리고 LG시절 서 선수는 끝내기안타를 치고, MVP로서 당시 여자친구인 주민희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한 적도 있는데, 진정 이 커플의 연애역사의 최고장면이 아니었을까 싶다. 부부가 스톡킹에 출연하기도 했으니, TMI를 원하시면 참조를...
두번째 일화는 본의아니게 찐야구팬으로서 한참 전에... 후배에게 도움을 줬던 기억인데, LG는 야구에서 늘 그렇듯 죽을 쑤던 시절, 한참 야근을 하고 있을때, 대학후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도 모 은행에 다니는 후배, 가끔 여럿이 어울려 한잔하면 반갑기는 해도 서로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었기에, 무슨 일이 있나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반가움에 안부를 주고 받고, 무슨 일이 있는지를 묻자.. 갑자기 후배는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해왔다.
"형, 야구 좋아하죠?"
"응"
"형, LG팬 맞죠?
"응, 왜?"
"형, 그러면 서동욱 이라는 선수 알아요?"
"아 알지~~ !@$%&%^*&@#@^~~~~~~~(당시 LG야구에 대한 답답함에 혹평). 그런데 왜?"
"아 형.. 그게요... 그 선수가 대출을 신청했는데요.... 앞으로도 고연봉 받을 선수인가 해서요?
"응?!?!"
갑자기 급 신중해진 난 대출신청금액이 얼마인지를 물었다. 프로 은행원으로서 업무를 철저하기 때문인지 끝까지 신청금액을 말하지 않은 후배는 다만, 엄청 큰 금액은 아니라 말했다. 1억원 이하인가 보다 짐작한 나는... 나름 또 오지랖이 발동하여, 야구팬으로서 최선을 다해 냉정하게 평가했다.
"사실 괜찮은 선수야. 일단 군필에 나이도 젊고, 보기 드문 스위치히터에 잠실에서 두 자리수 홈런을 칠 장타력이 있는데, 선구안도 나쁘지 않아. 수비는 좋지는 않은데, 내야외야 이것저것 다 할 줄 알기에, 엔트리에 넣기에 낭비가 아닌 선수야. 그리고 몸도 유연해서 큰 부상 당할 가능성도 적어보여. 단, 단시일에 억대연봉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본인이 그만두지 않으면 향후 5년 안에 방출당할 선수는 아냐."
대략 이렇게 설명했고, 팬이라서가 아니라 냉정한 평가라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일개 팬이니 참고만 하라는 내 말에 후배는 웃으며, 자기도 야근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물어봤다며 고맙다고 전화를 끊었다.
몇 년 후이던가, 망년회에서 그 때 서 선수 대출 받았냐라고 물었을때, 후배는 다른 은행에서 받은 걸로 안다라고 답했고, 야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후배에게 더 물어보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갑자기 선수평가를 해달라는 말에도 술술 답이 나왔던 걸 보면, 당시에 정말 야구에 빠져 살긴 했었다.
7. 정의윤(외야수, 부산고)
또다른 부산고 4번타자 정의윤, 홈런 친 날은 에릭이라고 불리우기도 했다. 실제로 보면 가수 신화의 에릭과 닮긴 했다. 우타로서 정말 날카로운 스윙을 가진, 간결하게 휘두르지만 의외로 비거리도 좋은 거포형 선수이다.
하지만, 하필 지명받은 구단이 당시 거포에 목말랐던 LG, 야구판에서 회자되었던 오거정의 시작이었다. 정의윤과 LG는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던 것이, 정의윤은 대포적으로 홈런을 잘 치지만, 초대형 홈런을 치는 선수는 아니다. 박병호와 조금은 다른 점인데, 비거리를 비교해보는 것은 무리지만, 하필 가장 구장이 큰 LG에 지명 받아서, 홈런을 양산하는데 부담을 느끼게 되면서, 가뜩이나 안 좋은 선구안에 마음껏 휘두르지 못하고 많은 부담을 느낀다. LG흑역사 속에서 그래도 늘 기대주로서 100안타도 기록하는 등 개선의 여지를 보이긴 하지만, .
외야수비도 평균 이하, 주루도 별로이니, 타격의 날카로움이 없다면 매력적이지 않은 선수... SK로 트레이드된 후에는 기량이 만개하여, 4번타자 면모를 보여줬다.
LG, SK 두 구단에서 떠나면서, 부정적인 언행으로 욕을 많이 먹었고, LG시절 특히 싸이월드 등 사생활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던 걸 생각하면, 고향팀인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면 더 큰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선수.
여전히 최강야구에서도 스윙은 정말 간결하고도 날카롭다. 그리고 여전히 2% 부족하다.
8. 이홍구(포수, 장충고-단국대)
최강야구에서 가장 섭외하기 어려운 포지션은 단연 포수였을 것이다. 5~10명은 선수를 보유하는 내야수, 외야수와 달리 한 팀에 포수는 3명, 적은 경우 2명이 엔트리에 들어가기도 한다. 사실상 특수포지션이다보니, 해마다 은퇴하는 선수도 적은데, 최근에는 귀해진 자원 때문에 수비만 괜찮으면, 30대 후반까지도 선수생활을 한다. 그리고 코치나 전력분석요원으로도 각광받으니, 아마 30대 후반 즈음 은퇴 포수를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홍구 선수가 더 고통받고 있다. 실제로 이홍구 선수는 대학리그에서도 가장 강한 타자 중 하나였지. 뛰어난 포수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포수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KBO 입성 후 기나긴 시간 동안 수비로 인해 고통받았다. 또 하나 불운이 상무/경찰청에 입대하지 못하고... (김태군에 밀림) 현역으로 군생활을 하는데, 안정적으로 리그를 소화하면서 이것저것 교정해볼 수 있는 상무/경찰청 시절을 보내지 못한 것이 결국 입스 포수로 트레이드되길 거듭하는 결과를 낳진 않았나 싶다.
실제로 최강야구에서도 포수 포지션에만 들어오면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하며, 프로에서 외야수로만 뛰었던 이택근만도 못한 수비를 보여주는데, 입스 때문에 상담을 받아볼까를 송승준 선수에게 진지하게 의논하는 걸 보면, 그 괴로움이 이해도 된다. 도저히 해결이 안되어 은퇴를 했더니, 방송에서 다시 하라고 하니 원...
그래도 스포츠는 한계를 뛰어넘는 것에 재미가 있는 법. 포수로서든, 아니면 공격형 1루수로서든, 최강야구에서 하나의 스토리를 계속 더해주길 빈다.
9. 김문호(외야수, 덕수고)
고교시절 천재타자로 불리웠던 김문호, 하지만 고교에서 외야수가 아무리 잘쳐도, 홈런왕 포텐을 보여주지 못하면, 일단 주력과 수비력을 갖추는 지를 본다. 그리고 주력과 수비력이 평균 이하라면 굳이 상위라운드에서 뽑지 않는다. 이 공식을 증명한 살아있는 전설이 바로 LG 김현수, 궁금하신 분은 김현수가 드래프트 어떤 순위에서 지명 받았는지 찾아보시길,...
오히려 김현수보다 더 높은 순위에서 지명받은 김문호, 그만큼 타격에 재능이 있었고, 실제로 롯데에서 어깨, 주루 모두 애매함에도 불구하고 타격 솜씨 하나만으로 주전 좌익수를 차지하고 3할을 기록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수비, 주루 능력치로 KBO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으려면 김현수 정도는 되어야 하는 법... 그래도 15년간 선수생활을 한 걸 보면, 진정 타격능력만은 야구판에서 매우 인정받은 것이다.
지금은 대학야구 코치를 하면서 최강야구에 출연하고 있는데, 실제로 아마야구를 쩌렁 울렸으나, 프로에서 필요한 여러 능력 중 하나의 절대우위도 가지지 못해, 2~3년 밖에 주전으로 뛰지못한 경험을 했으니, 진정 아마야구 선수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난 지도가 가능하리다. 타격이던 수비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어야 살아남는 프로의 세계, 타격 하나 만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했던 대타자 김문호, 앞으로도 대타자에 걸맞는 클러치 능력을 기대한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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