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한국일보)
2000년대 초반의 화려한 인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이제 허씨 3부자 이외에 대중적 인기를 끄는 선수를 떠올리기도 힘든 남자프로농구. 그 중에서도 이미 매각된 인천전자랜드 다음으로 소극적인 경영을 해온 구단이 바로 고양 오리온스였다.
물론 구단 운영 관련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KBL에서 이를 대신해왔던 인천전자랜드 농구단에 비할 바는 아니겠으나, 모기업에서 농구단 운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지 몇 년째.. 결국 고양 오리온스는 이름도 생소한 데이원자산운용에 구단을 매각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인수대금이 얼마였는지 언론에 알려진 것은 없으나, 농구팬 들 사이에서는 해마다 수십억씩 적자를 감수해야하는 KBL 팀을 인수하는데 과연 돈을 냈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었다.
아마 인수대금을 지불하지 않았어도, 그저 골칫거리 구단을 인수해주는 것만으로도 모기업 오리온은 고마웠을지도 모른다. 구단을 인수한 기업이 워낙 생소하고 규모도 작다보니, 인수작업.. 구체적으로 말하면 KBL의 가입 승인에 진통이 있었지만, 어쨌든 데이원자산운용은 생소한 작은 기업임에도 이제는 정식으로 남자프로농구 팀을 운용하는 모기업이 되었다.
https://www.chosun.com/sports/sports_photo/2022/06/26/3WZKMGFYX5EW6URZ7G24LEYWVE/
기사를 보니 정치권 청문회처럼 하느냐 라는 하소연이 나왔다는 걸 보면, KBL이사회도 세간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한 모양이다. 하지만 기사를 읽은 나도 피식 웃으며 뭐 어쩌겠어. 라고 생각할 뿐.. 너무 심했네 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애초에 데이원자산운용 기업 규모로 프로스포츠단, 그것도 구기종목을 창단하면서 이 정도 통과의례만 거쳤다면 쉽게 끝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가벼운(?) 잡음 끝에 데이원은 KBL일원이 되었고, 이사회 결과 확인(예고)되었던 네이밍스폰서십이 공개되었다. 바로 '캐롯퍼마일 손해보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82516260000209
서로 간에 좋은 선택. 짧게 요약할 수 있겠다. 데이원자산운용, 캐롯퍼마일손해보험 도무 좋은 선택이다. 모기업 지원을 제대로 기대할 수 없는 규모인 데이원자산운용은 네이밍스폰서십을 통해 상당한 운영자금을 확보하면서, KBL 승인을 얻어냈다. 공개된 계약서에 따르면 연간 30억원 규모라고 하는데, 끌어낼 수 있는 최대치라고 본다. KBL 한해 운영비가 50~100억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적어도 연간 운영비의 3~40%를 한 번에 확보한 것이니 말이다.
캐롯퍼마일손해보험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물론 OTT/유튜브 등으로 광고판도가 변하기 전이지만, 공중파 TV에 광고를 내기 위해선 최소 4억원 정도는 생각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회의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현재 가입자가 계속 쌓이고는 있지만 온라인보험사로서 계속해서 전투적으로 광고를 해나가야하는 캐롯퍼마일. 30억원 정도를 부담하더라도 고려해볼만한 선택지이다.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워 세컨드카를 보유한 차주를 집중공략하고 있는 회사 특성상, 가족들을 위해 세컨드카를 가질만한 30~40대 남성 중에 농구팬이 많이 분포한 것도 어느 정도 고려했을 것이다. 아무리 프로스포츠 홍보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어쨌든 겨울시즌 내내 몇달동안 자사명이 담긴 스포츠기사를 쏟아낼 수 있는 것은 개인고객에 대해 쉴새없는 홍보가 필요한 보험업과 잘 어울린다.
여기까지도 굿 무브인데, 더 큰 재미를 주는 것은 마스코트 '대길'이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82513270533603
환하게 웃고 있는 개구리 한 마리. 대길이라는 이름은 별명인가 했는데, 놀랍게도 새 마스코트 이름이 "대길이"라고 한다.
응?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괜찮은데? 라고 생각하면서 피식 웃었다. 사실 프로스포츠의 목적 자체가 사람들 관심을 끌고, 재미있게 보여줄 거리를 만드는 건데, 마스코트로 기사가 쏟아졌다면 어느 정도 그 목적을 달성한 것 아닌가? 마침 팀명이 점퍼스이기도 하고... 물론 처음엔 실망했었다는 김승기 감독의 말도 이해가 되고..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하나 제공했으니 좋고.. 환하게 웃는 마스코트도 볼 수록 나쁘지 않다.
물론 이런 웃는 상 개구리도 팀 성적이 엉망이라면, 웃음거리가 되겠지만 말이다.
팀 창단과정에서 팀의 상징 같았던 강철포워드 이승현 선수가 FA로 팀을 떠나고,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이대성 선수도 석연치 않는 과정을 거쳐 이적했다. 몇 년 사이 그 많던 포워드들은 모두 사라지고, 이제 준수한 가드진을 앞세워 팀을 운영해야 하는 캐롯퍼마일점퍼스와 김승기 감독... 혼란스러운 와중에 평가하기 애매한 뉴스가 이어졌으니, 바로 KBL에서 두번째로 일본인 선수, 그것도 가드를 영입한 것이다.
https://www.rookie.co.kr/news/articleView.html?idxno=76359
신장 180cm, 일본 출신대학의 감독이 김승기 감독의 중앙대 2년 선배.. 그것도 드리블 보다는 슈팅 위주 2번 선수.. 2번은 이미 국대 전성현을 영입했는데.. 도대체 왜??... 라는 팬들의 의심어린 지적도 합리적이지만.. 나름 이해도 된다.
이런저런 풍문을 종합해보니, 구단에서는 최근 대세인 필리핀 선수, 빅맨 중에서 영입을 시도했던 모양이다. 그 와중에 영입에 실패하고, 다른 선수를 물색하던 중에 모리구치 선수 추천이 들어온 모양인데, 위 기사를 보면 어느 정도 학연이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더 나은 대안을 찾기도 어려웠던 것 같다. 이 와중에 모리구치 선수 출신대학 감독이 한국인 중앙대 출신 원병선 감독임이 밝혀지면서, 중대 출신 김승기 감독이 학벌 때문에 선택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는데 난 딱히 공감되지는 않는다.
팬들이야 당연히 응원하는 팀이 최대 자원을 투입해서 최고의 선택을 이어가길 바라겠지만, 세상일이 어찌 그렇게만 돌아가겠는가.. 순탄하지 못했던 팀 창단과정에서 구단프런트가 해야할 일은 산적해있었을 것이고, 짱짱한 지원을 바라기도 어려운 상황.. 연봉 6,000만원에 대학리그에서 나름 꾸준한 성적을 보여온 유망주 1명을 선택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거다. 그리고 다행히 통역이 일본어도 가능해서 통역 인건비도 아낄 수 있었다고 하니.. 특히, 캐롯퍼마일 점퍼스처럼 신생구단도 아닌 다른 구단 중 하나도 아직도 아시아쿼터를 영입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솔직히 가능한 예산에서 뭐라도 하니 다행이다 싶다.
물론 프로는 결과로 말하는 법, 모리구치 선수가 준수한 백업역할이라도 해준다면, 김 감독 입장에서는 좋은 유망주를 아시아쿼터를 통해 얻는 것이 될 것이고, 모리구치 선수가 기회를 거의 받지 못한다면, 김 감독은 소중한 아시아쿼터를 학연으로 날려버린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런저런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이면서, 캐롯퍼마일 점퍼슨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구단 대표를 맡은 허재는 농구 인기를 위해 방송출연을 계속 하겠다고 밝힌바 있는데, 나중에 마스코트 '대길이'가 그려진 티셔츠라도 입고 방송에 한 번 나왔으면 좋겠다. ㅎㅎ 사실 실현되기 어려운 바램이긴 한데.. 어쨌든 자생력 없는 운영으로 비난 받는 한국 프로스포츠구단이 모기업 지원 없이도 흑자운영에 다다를 수 있는 가능성. 어렵겠지만 그 가능성을 한 때 최고 인기를 누렸던 남자농구가 보여주길 빈다.
힘내세요 허재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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