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심각한 건 남자배구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도쿄올림픽에서 4강이라는 성과를 거둔지 얼마 안되어, VNL에서 전패를 기록한 여자배구가 더 드라마틱하게 문제점을 드러낸 것일 뿐.
https://www.mk.co.kr/news/sports/view/2022/07/586607/
프로스포츠선수의 고액연봉은 그 자체로 성공스토리이고, 모기업에서도 돈을 거저 지급할리는 없을 터, 고액연봉 선수가 많은 것도 그 자체로 문제는 없다. 다만, 그러한 고액연봉이 선수들의 기량향상(유지)를 저해한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여자배구를 쩌렁 울리는 슈퍼스타들.. 최근에 복귀한 김연경 선수를 제외하면, 해외무대에서 통할 선수는 사실 없다. 이는 김연경 선수가 인터뷰에서도 인정한 것인데, 통할만한 선수를 꼽아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딱히 없다고 대답했다가, 김해란 선수는 통할 것 같다는 답을 했다.
배구팬으로서 이 답변에 동의하면서도 조금은 달리 보고싶은 것이... 김연경 선수에게 통한다는 의미는 아마도 유럽리그를 의미했을 것 같다. 개인적 의견이지만, 양효진, 박정아 선수 같이 자신의 주무기가 분명한 선수는 일본, 중국, 태국 리그에 도전해볼만 하다고 본다.
물론 KOVO 외국인선수 급은 되어야 일본리그 외국인 선수로 명함이나 낼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실패할 가능성도 높고.. 선수로 뛸 수 있는 기간은 짧다. 새로운 리그,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까지 도전할 용기를 내기가 쉬운 건 아니다. 특히나 이미 국내에서 외국인선수보다 훨씬 많은 수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외국인선수 영입 외에는 사실상 새로운 피 수혈도 별로 없고, 우수 선수들의 더 높은 무대 경험도 연봉 등 조건으로 제한되는 이러한 리그 사정상... 7개 구단 체제에서 알아서 선수들이 수준 향상을 이뤄내기는 어렵다. 특히나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들어 신체조건이 좋은 유망주들은 모든 종목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한국현실에서 더욱 그렇다.
결국 갈수록 퇴보하는 국제경쟁력(이는 곧 리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을 생각하면, 여자배구는 뭐라도 해봐야하고, 그 무엇에는 전체적 틀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기대해볼만한, 그리고 신생팀 페퍼에서도 적극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아시아쿼터제'가 핵심이다.
사실 아시아쿼터제는 이미 축구에서 시작되었고, 남자농구에서도 일본선수 영입을 시작으로 올해 필리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2015년에는 당시 전자랜드 소속이었던 김지완 선수가 필리핀 단기리그에 진출하여 좋은 경험을 쌓은 바 있고, 라건아 선수도 최근까지 비시즌에 필리핀 리그에서 뛰면서 사이드잡을 수행한 바 있다. 남자축구 K리그야 많은 일본/호주 선수들이 아시아쿼터로 뛰면서 팀에서 효자노릇을 했고, 야심차게 도입되었던 동남아쿼터는 큰 성과를 못 냈지만, 여전히 많은 축구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아시아쿼터제가 회자될 때마다 나오는 지적이 국내선수 설 자리 축소이다. 일면 타당해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 매년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는 선수들은 늘어나지 않고 있고, 당장 6인제 배구에서 한 명의 아시아쿼터 선수가 추가되면, 16% 정도 선수가 국내선수에서 아시아쿼터로 대체된다는 우울한 계산도 가능하다.
하지만, 잊지말자. 결국 프로스포츠는 투자해서 수익을 거두기 위한 산업이고, 여자배구를 비롯한 한국 프로스포츠가 비록 투자-수익 이라는 산업적 구조를 100% 갖추지는 못했다 할지라도, 어쨌든 구단에서 돈을 투자해서 목표를 달성해해는 판이라면, 많은 투자를 하는 플레이어가 유리한 구조를 선점하게 해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공정'한 것이다.
샐러리캡과 드래프트라는 공정한(하지만 허울만 좋은) 제도 뒤에 숨어서, 우리 다 같이 투자하지말자를 외치면, 결국 모든 구단의 투자는 비슷비슷해지고, 점점 더 소수구단의 적극적인 투자의지조차도 없어질 것이다. 그저 매년 얼마를 투입하면, 나머지는 선수단에서 알아서 할 문제이다 라는 식의 고정예산 개념만 남겠지.
결국 많은 돈을 쓴 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이 프로스포츠의 제1원칙이고, 그 원칙 때문에 전체 리그의 밸런스가 붕괴되지 않도록 잡아주는 안전장치가 샐러리캡과 드래프트인데, 지금 배구판을 보면 1원칙은 사라지고, 안전장치 만이 유일한 규칙인 것처럼 회자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한 가지 더 반문해보자. 외국인 선수가 없었다면, 여자배구가 더 좋은 국가경쟁력을 보였을까? 외국인선수가 없었어도 리그는 인기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황연주 선수 같은 키 작은 라이트도 KOVO컵 뿐만 아니라 리그에서 주공으로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고, 하혜진 선수 같이 백어택 원툴 소리를 듣는 유망주 또한 진작 잠재력을 폭발시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두 가정일 뿐, 프로스포츠로서 높은 수준 경기력을 보이기 위해, 그나마도 괴기한 형태의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방식으로 유지하는 외국인선수 제도가 국제경쟁력 상실의 주원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배구인들이 외국인선수 제도 때문에 국제경쟁력이 상실되었다고 주장하려면, 2군리그 도입, 샐러리캡 현실화, 유스시스템 도입 등 프로리그 도입과 동시에 계속해서 언급되던 이런저런 발전방안이 모두 실현된 후에야 그런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국제경쟁력 상실이라는 명확하고도 거대한 현상을 앞에 두고, 이 모든 여러 가지의 '부재'가 명확함에도 외국인선수 확대에 대한 우려만 부르짖는다면, 나같은 라이트 배구팬에게도 결국 이는 돈을 더 쓰기는 싫으니, 그냥 이대로 국내선수 입지를 보장해달라는 이야기로만 들린다.
다행인 건, 한 달이 지나, 남자배구에서도 아시아쿼터 도입을 결정했다고 하니, 그래도 결국 배구관계자들도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해가는 것 같다.
https://www.inews24.com/view/1513177
그 효과는 지켜봐야겠지만, 어쨌든 결정을 환영하며, 특히 여자배구에서 기존 실업팀들과 연계하여 수련선수들을 육성하고, 고교팀을 유스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길 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수년을 실업배구에 있었던 이윤정 선수는 신인왕을 수상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시에 실업팀에서 리베로로 문슬기 선수를 데려왔다. 해외리그와 비교했을 때 경기가 많기로 유명한 KOVO, 체력 좋은 외국인 선수에게만 공격을 몰아주기보다 다양한 선수들을 활용하며, 발굴해내는 것이 결국 장기적으로 배구가 국제경쟁력을 되찾는 길이다.
https://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1041511.html
아시아쿼터제를 통해, 멋진 선수들이 많이 영입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외국인선수 중에서도 멋진 선수가 남농 라건아 선수처럼 한국인이 되어 대표팀을 리드하는 것도 보고 싶다. 다양한 가능성이 확장되어 발전하는 리그가 된다면, 인구감소 시대의 한국사회에 메시지를 주는 역할까지도 가능할 것이다.
아무쪼록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자배구가 이런 선도적 역할을 두루 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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