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VNL 공식 홈페이지 캡쳐)
선수의 '아이돌'화, 열렬함에 담긴 달고 씁쓸한 이면 (daum.net)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띄었다.
여자배구 선수에 대한 열혈 팬심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드러낸 기사는, 조금은 직설적이어서 신선하기도 했고, 여자배구가 인기를 얻게 된 과정을 소신있게 잘 짚어냈다.
그런데 읽으면서.... '좀 이상하다....' 라는 느낌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상대적으로 초라한 성적을 거둔 야구/축구에 비해서, 거의 유일하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여자배구 팬에 대해, 갑자기 '과몰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더니, 외모관리를 못한 연예인에 빗대어 팬들의 비판을 거론하고,
준엄한 한 구절이 등장한다.
"이처럼 특정 분야에서 받을 수 있는 사랑은 그 분야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 열정, 노력을 기반으로 탄생한다.'
언뜻 보면 당연하잖아? 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환상이고... 이 또한 편견은 아닌가? 그냥 다른 것보다 별로여도 내가 좋아할 수도 있고, 다른 것보다 이쁘지 않아도 내가 사랑할 수도 있고, 다른 것보다 특별하지 않아도 어떤 사람은 그것 없이 죽고 못 살수도 있다.
물론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사람, 상품, 트렌드는 나름의 이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특정 분야의 사랑'은 어떤 기준에 부합해야만 한다는 공식 자체가 조금은 고루한 명제이고, '최소한'이라는 주관적 기준 뒤에 숨어서 남을 비난할 수 있는, 위험한 공격만능무기는 아닌가?
좀 더 기사 내용으로 들어가보면, 선수들의 체력훈련을 싫어하는 팬들 목소리와 팬들의 간식 공세 등을 언급하면서, 이숙자 코치의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내용의) 인터뷰를 실은 후, 선수들에게 분별력을 거론하면서 끝을 맺는다.
진정 배구에 대한 애정과 염려에서 기반한 기사일 것이라고 믿는데, 그런 거라면, 익명으로라도 선수들이 보여준, 이런 기준으로 비난받을만한 행태를 설명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기사 내용을 보면, 팬들이 당분이 들어간 간식을 보내고, 과한 관심을 보이면서 부적절한 여론을 형성한다는 건데, 이건 선수들 잘못이 아니고, 선수들이 열심히 배구를 한다면, 이런 관심을 참으로 소중한 거다.
무플보다는 악플, 악플보다는 선플이 낫다는게 비즈니스 통념인데, 엄연한 프로스포츠인 배구가 팬들의 관심을 경계해야한다는 것은 선뜻 와닿지가 않는다.
음식 맛이 평범하지만 인테리어가 좋아서 사람을 끄는 식당이 있다면, 인테리어라도 좋으니 다행이다, 이제 음식 맛만 신경을 쓴다면 정말 맛집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이렇게 봐줄 수 있는 것 아닐까? 음식 맛이 평범한데 인테리어가 좋아서 사람이 줄을 서는 걸 보니, 이 식당 큰일 났다. 식당 사장 마인드가 걱정된다.. 이렇게 분석한다면 미식가구나 할 수 있는 겠지만.. 경영컨설턴트로서는 별로다. 더구나 식당 사장이 음식 맛에 노력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확인도 안해봤다면 말이다.
여자배구, ‘전패’ 우려가 현실 되나? [2022 VNL] (naver.com)
차라리, 국제대회 전패 기록을 세울 판인데, 큰일이다.. 이런 기사를 썼다면 배구를 좋아하는 나 같은 팬들이 한숨을 쉬면서 동감했을지도 모르겠다. 기사를 보니 진짜 심각하긴 하니 말이다.
난 어떤 스포츠 스타에게도 한 번도 선물이나 편지를 보내본 적이 없지만, 기사에서 언급된 열성팬들이 프로스포츠를 발전시키는 동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선수와 팀은 자기와 팀을 위해 지갑을 여는 팬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선수 마인드에 악영향이 있을까 우려하는 기자분 생각도 염려와 애정이겠지만, 프로스포츠는 실력으로 말하는게 진리. 아이돌 코스프레에 실력이 쳐진다면, 바로 도태되고, 냉정하게 실력에서 밀릴수 있는 건전한 경쟁시스템을 리그에 도입하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고, 제언하는 것이 지금 이 시점 스포츠 전문기자에게 필요한 소명은 아닐까?
기자분께서 다음 기사에서는 좀 더 여자배구판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지적해주시길, 혹은 실망스러운 선수 행태를 (익명으로라도) 적나라하게 폭로해주시길 기대한다.
ps. 그리고 어렵겠지만 vnl 1승도 기원한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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