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05. 뭐? 현대차에서 K-POP이 보인다구? - 미국에서 보는 현대의 모습 (4)
지난 2019년 전세계 주요 도시들이 보라색 빛으로 흠뻑 젖었던 그 때를 모두 기억하시나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이라 살짝 아득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당시 BTS의 열풍은 정말 엄청났었죠... 그게 벌써 지금으로부터 4년 전입니다….2019년 5월4일에서 5일까지 이곳 엘에이 지역은 공연장인 로즈볼 스타디움은 물론이고 도시 곳곳이 크게 들썩거렸습니다. 수 만 명의 사람들이 BTS 멤버 7명의 한국 이름을 정확한 발음으로 연호하고,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떼창하는 모습에… 저도 당시 전율이 흘렀네요.
미국 뿐만이 아닙니다. BTS가 가는 곳마다 신기록을 썼었죠. 전세계의 공항에서, 광장에서, 그리고 콘서트장에서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ARMY들은 BTS의 노래로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는 BTS 일부 멤버들의 입대로 인하여 각자 활동을 한다지만, BTS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케이팝의 인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BTS를 대체할 만한 케이팝 그룹 후보들도 셀 수 없이 많구요.
10여년 전만하더라도 여러분들은 케이팝이 이렇게 글로벌적으로 큰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상상을 해보셨나요? 2012년 강남스타일의 전세계 강타 이후... 케이팝은 일시적 인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좋게 깨버렸지요. 그리고 지난 12년 동안 케이팝은 한국 문화의 힘을 세계에 알리는 도구이자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선봉으로서 큰 역할을 감당하게 됩니다. 그러면 케이팝이 전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케이팝의 주소비층인 글로벌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덕분이겠죠. 여러분들은 혹시 “송캠프”(song camp)라고 들어보셨나요? 송캠프는 최근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시도하는 새로운 작곡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바로 이것에 케이팝의 발전과 속성이 압축적으로 녹아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세계적인 뮤지션들을 한곳으로 모아 며칠간 함께 숙식하면서 좋은 음악적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바로바로 음악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초스피드 협업인 셈입니다. 아티스트들은 흔히 불면의 밤을 보낸다고 하지요. 시간의 압박 속에 데드라인까지 홀로 창작의 괴로운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죠. 송캠프를 통해 그들은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 음악적으로 교류하고, 놀듯 일하듯 공동으로 음악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정제되지 않은 순간적인 아이디어들도 신속하게 캐치할 수 있고, 팀별로 브레인스토밍을 반복하면서 예상 밖의 더 좋은 결과물도 기대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른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죠.
송캠프의 장점은 무엇보다 "신속성"입니다. 송캠프는 길어야 일주일이기 때문에 뮤지션들을 개별적으로 컨택하여 정해진 기간 내에 곡을 완료하는 전통적인 방식 보다 빠르게 곡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국에서 온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를 조합하기에 글로벌한 트랜드에 훨씬 민감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언가 한국인들의 급한 성미에 찰떡같이 들어맞는 방식인 것 같기도 합니다.ㅎㅎ 함께 부데끼면서 작업하기에 각자 작업을 하다가 마지막에 만나 함께 작곡을 마치는 기존의 공동 창작 방식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송캠프 자체가 하나의 홍보 수단이 되어 해외의 유명한 뮤지션들을 한국으로 불러 모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혁신적인 방식을 접목시켜 신세대의 유행을 글로벌적으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캐치하고 그것을 신속하게 음악과 댄스에 녹여내는 능력을 발휘해왔습니다.
또한 취향의 변화가 빠른 요즘 젊은 세대들은 제품의 퀄리티와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면, 국적에 상관없이 바로 소비하는 합리적인 쿨함이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볼 때 케이팝의 발전과 최근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 편의 글에서 이야기한 “신속한 판단 하에 시장의 유행을 캐치하고 그것을 역시 재빠르게 제품에 풀어내는 능력”은 비단 자동차 산업 뿐만 아니라, 케이팝, 게임 산업 등 최근 한국인들이 세계적으로 큰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들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 글에서 최근에 현대와 기아가 역대급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던 주요인은 그들의 신속성과 과감함 덕분이었을 것이라고 서술했었지요. 그들은 그러면 어떻게 짧은 기간 동안 패밀리 룩을 완성하고 많은 모델들을 시의 적절한 시기에 출시할 수 있었을까요? 신속성과 과감함은 어떻게 그들의 장점이자 무기가 될 수 있었을까요?
통상 자동차 회사가 완전 변경 신모델을 내어놓기 위해서는 적어도 5-6년이 필요하다고 지난 글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디자인, 엔지니어링, 테스트 등의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완벽한 품질로 제품이 성숙되기까지 소요되는 필수적인 기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6년이라는 기간이 요즘처럼 유행이 쉽게 변화되는 시대에는 너무 "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6년 전이면 딱 2017년도이겠지요. 팬데믹 때문에라도 여러분들은 그 시절이 더욱 아득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의 시각으로 AI의 수준이 지금처럼 이렇게 무섭게 발달하게 될 줄 예상했나요? 그리고 그때에 비해 집값도, 물가도, 제도도 하물며 국제 환경도 많은 변화를 이루었습니다. 단적으로 그때 초등학생들이 지금은 고등학생과 대학생이 되어 어엿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각종 기술의 발전은 얼마나 빨라지고 있습니까? 그렇게 볼 때 프로젝트 초기에 조율된 디자인이 그 당시에는 최신의 유행을 "핫"하게 담고 있다해도 장장 6년의 시간이 흘러 완제품으로 시장에 나올 때쯤이면 과연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있을까요? 운이 없으면 소비자들의 최신 요구사항과는 동떨어진 헛다리를 짚거나, 자칫 평범하고 밋밋한 디자인으로 자동차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6년 미만으로 개발 기간을 “확!” 줄이면 좋겠지만, 사실 그것도 기존의 방식으로는 정말 쉽지가 않은 문제입니다. 3천억에서 4천억원의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소요되는 자동차 신모델 개발은 음악 한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죠. 사실 그동안 업계의 인식으로는 무조건 짧은 개발 기간이 능사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자동차의 품질 부분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죠. 자동차 한 모델을 개발할 때는 일단 시장과 컨셉 조사를 면밀히 시행한 이후엔 “ 디자인 – 시제품 제조 – 평가” 등 일련의 과정을 개발 기간 내내 수 차례 반복하는데요, 이것은 이러한 과정을 수차례 반복할 수록 미처 예상치 못했던 디자인적 혹은 엔지니어링적인 결함과 실수를 하나하나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발 기간 동안에는 구매, 기획, 디자인,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부서들과 이를 돕는 협력사들 간에 미리 약속된 무수한 과정들이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수백명의 인력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는데 소요되는 시간들을 당장 줄이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칫하다가는 개발 기간이 예상보다 더 늘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그것은 곧 엄청난 비용 낭비를 야기하기 때문에 주어진 스케쥴을 모든 구성원들이 엄수하도록 스케쥴 관리만 전담하는 역할이 회사 내에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요즘 전기 자동차 스타트업들의 자동차 모델 개발 기간이 많이 짧아졌다고 하지만, 단순히 개발 기간만 줄어들었다고 해서 고품질의 최종 생산 자동차를 장담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입니다. 자동차 생산에는 수만 가지 부품의 조화를 고려해야 되고, 개발 기간 내내 이루어지는 품질 관련 테스트 종류만 해도 매우 복잡하고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 개발 기간을 줄이되 품질과 디자인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혁신적인 능력이 자동차 회사에 없다면 섣불리 개발 기간만 줄이는 것은 큰 모험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후발주자로서 다른 글로벌 경쟁 업체들을 반드시 따라잡아야 했던 현대자동차는 바로 이점에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현대만의 어떤 특수한 마법이 있었던 것일까요? 타 업체 대비 현대자동차의 신차 주기는 확실히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서 실험실이나 사무실에 직원들을 밀어 넣고 갈아넣기만 한다고 글로벌 경쟁력이나 효율성이 마구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니겠지요. 한국 엔테테인먼트 회사들이 송캠프라는 혁신적인 방식을 동원하여 최신의 글로벌한 대중음악을 신속하게 만들어내듯이 현대자동차에게도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18년 취임하고 나서 1년도 되지 않아 사내 연구개발팀에 직접 지시한 내용이 바로 차량 개발 기간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하네요. 앞으로는 신차 개발을 2년으로 단축하라는 무시무시한 지시였다고 하죠. 시장 변화라던지 소비자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가 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합니다. 솔직히 현실적으로 2년은 상징적인 목표에 더 가깝다고 보여집니다만, 확실히 그 이후로 타업계 대비 현대와 기아 자동차의 모델 변경주기는 제가 봐도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자동차의 부품 수를 줄이거나 모델간 플랫폼을 공유하여 개발 기간을 절감하는 기존 방식 뿐만아니라, 현대자동차가 그동안 전세계 글로벌 생산을 해오면서 터득한 그들만의 매직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고 있겠지요. 현대자동차 직원분들 있으시면 그 노하우좀 한번 알려주세요~ ㅎㅎ
현대자동차의 신속한 개발 능력은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십여년간 테슬라가 전세계 전기 자동차 시장에서 큰 경쟁없이 독주해올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그 스스로도 경영을 잘 했겠지만,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 자동차 시장 진입이 활발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 요인도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 자동차를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라, 전기 자동차 시장의 시장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적인 투자 이후에 예상 못한 결과로 큰 손해를 보느니, 어느 정도 전기 자동차 시장이 성장한 이후에 제대로 진입을 하겠다는 생각에 서로들 간을 보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예상 밖으로 전기 자동차 시장의 위상 변화는 최근 몇 년 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고, 이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개발 기간을 단축하여 모델을 출시했다가는 품질 문제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는 리스크 때문에, 이들이 잠시 주춤한 사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이오닉 5와 EV6를 신속하게 개발하고 지난 2021년 깜작 출시하면서 보기 좋게 치고 나간 것이죠.
두 모델이 시장에 나오자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아이오닉5의 개발 기간은 고작 4년 정도였다고 하니, 기존 모델 대비 2년이나 단축된 개발 기간 동안 완성도 높은 품질과 디자인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여기에는 현대자동차 측의 면밀한 사전 시장 조사도 한 몫을 했으리라 파악됩니다. 최근 몇 년간 전기 자동차 시장에서는 테슬라의 초미니멀한 자동차 실내외 디자인이 큰 인기였고, 그것이 마치 대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이 전기 자동차를 출시하면서 테슬라 디자인을 엇비슷하게 따라했었죠. 테슬라 자동차의 실내 디자인 특징이 큰 디지털 스크린 하나에 자동차를 컨트롤하는 모든 기능을 밀어 넣는 것인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러한 방식이 미래 지향적인 감성의 중심에 있다고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조금씩 다른 의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제가 자동차 관련 유튜브 채널이나 해외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에 있는 일반인들의 댓글들을 읽어보면 요즘 테슬라를 위시한 전기 자동차의 너무 미래지향적인 감성에 오히려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완벽주의를 목표로 삼는 아이폰처럼 차량의 모든 기능을 디지털화한 방식이 기존의 소비자들에게는 좀 과하다고 느껴진 탓인 것 같습니다. 저도 테슬라 최신 모델들을 시운전해보니, 전진 후진 뿐만 아니라 냉난방 포함한 모든 기능들이 전부 스크린 안에 들어있어서 오로지 터치스크린만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더군요. 운전대도 경주용 차량들처럼 절반이 없고 밑에만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있구요. 그런데 늘 그렇게 운전을 한다? 아무래도 저에게는 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아이맥과 아이폰을 신봉하는 제 주변의 친구들과는 달리 저는 윈도우 컴퓨터와 갤럭시 폰이 더 편한 사람이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아이오닉5와 EV6를 개발하면서 이러한 소비자들도 만족시킬만한 요소 역시 잊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EV6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면, 전체적인 디자인이 충분히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손가락으로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버튼들을 약간은 살려놓았습니다. 미래 컨셉 자동차와 기존 자동차 디자인 사이에서 그 간극을 잘 조절함으로서 아날로그 감성에 목마른 소비자들의 갈증도 어느 정도 풀어 줄 만한 포인트들을 남겨둔 것입니다. 테슬라의 너무 시대를 앞선 방식들에 살짝 거부감이 드는 전기 자동차 소비자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만족할만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셈입니다.
작년 2022년의 미국 전기 자동차 판매 통계를 보면 1,2위가 테슬라 모델Y와 모델3, 3위가 포드 머스탱 마하-E, 4,5위가 테슬라 모델S와 모델X, 6위가 현대 아이오닉5, 7위가 기아 EV6 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의 체감 상 이곳 현지에서 느끼는 것은 오히려 포드 머스텡 마하-E보다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가 길거리에서 훨씬 더 눈에 많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일본 브랜드의 전기차나 독일 브랜드의 전기차들은 길거리에서 거의 보기가 어렵구요.
특히 아이오닉5는 자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워낙 강해서 수입차들의 무덤이라고 불리우는 일본시장에서 "일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 Japan) 2022-2023",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튀는 디자인으로 이곳 엘에이 거리에 출몰할때마다 행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EV6는 작년에 대기록을 세웠다는데요, 바로 유럽 16개국 5100여 킬로미터 거리를 89시간만에 완주하였는데, 이 기록은 1952년 영국의 한 레이서가 내연기관차 내구력 테스트를 위해 유럽 15개국을 달린 과거 신기록을 무려 47분이나 앞선 것이라고 합니다 . 그리고 그 장거리를 완주를 하는데 전기 충전을 9번 정도 밖에 하지 않았을 정도로, EV6는 디자인 외적으로도 발전된 기술력과 내구성을 선보일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 현대자동차는 이렇게 다져진 신속한 개발 능력을 고급차 시장에서도 쏟아 부을 모양입니다. 매년 11월에는 엘에이 시내 컨벤션 센터에서 엘에이 오토쇼가 개최됩니다. 나름 미국 서부에서는 권위있는 오토쇼로서 미국, 유럽, 일본, 한국의 완성 자동차 브랜드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커스텀 자동차 브랜드들도 함께 전시되기에 이곳에 가면 하루 종일 볼거리가 많은 편입니다. 제가 지난 십 여년 동안 거의 매년 엘에이 오토쇼에 참석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확실히 현대, 기아, 제네시스의 전시장에 모여드는 인원들이 이전보다 더욱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차 모델을 발표하는 순간에는 구름처럼 많은 인원들이 빽빽히 자동차를 둘러싸고 취채 경쟁을 벌이곤 합니다. 또한 다른 자동차 업체들의 관계자들이 출동해서 현대, 기아, 제네시스 전시 모델들의 사진을 찍거나 주요 부분에 길이를 재면서 조사를 해가는 모습도 많이 보이구요.
특히 작년에 엘에이 모터쇼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 콘셉트"는 대중들로 하여금 정말 탄성을 자아내도록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무언가 지금까지는 현대자동차가 선진 고급브랜드의 디자인을 추격하고 따라잡으려던 포지션이었다면, 이 모델을 선보이면서부터는 "앞으로 내 갈 길을 가겠다!" 라고 선언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디자인 방향성을 이제부터는 독립적으로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인 것이죠. 현지서 보는 시각도 역시 완성도 높은 디자인 수준에 적지 않게 놀라는 분위기 입니다. 만약에 이 컨셉 모델이 실제로 나온다면? 아마도 독특하면서도 존재감 확실한 디자인 때문에 구매할 사람들이 꽤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요즘 사자성어를 딱히 쓸 일이 많이 없지만, 바로 이런 데서 "격세지감"이란 말을 써야 될까요? 미국에 제가 처음 왔던 십여 년 전에 비해 한국산 자동차들에 대한 평가가 이제 눈에 띄게 달라졌고 많이 향상된 대우를 받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러한 현대자동차의 최근 퍼포먼스들을 만약에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이 볼 수 있다면 매우 흐뭇해하시겠죠? 1985년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 당시에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지금의 위상을 갖추게 되기까지 약 35년이 넘는 시간동안 보여준 부단한 도전정신이 이제 유의미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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