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03. 댓글 전쟁의 진정한 승자 Pali와 Telli의 무한 질주! - 미국에서 보는 현대의 모습 (2)
최근에 저는 미국 소비자들의 생생한 시각이나 의견들을 잘 살펴볼 수 있어서 자동차 리뷰관련한 유튜브 채널들을 자주 보는 편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전문가의 리뷰 영상 자체보다는 그 밑에 달린 댓글들을 보는 재미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주 열성적인 미국의 자동차 댓글러들 때문인데요, 저마다 나름대로의 주장들을 펴는 것이... 이따금씩 논리보다는 감정을 앞세워서 큰 웃음을 줍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마치 전문가 이상의 대단한 자동차 지식을 뽐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은 특정 자동차 모델에 대해서 정보나 제원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훈계를 가하는가 하면, 자기 의견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겐 팩트 폭격을 해대면서 크게 혼을 내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상대방은 순순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더라구요. 이렇게 둘의 말싸움으로 조그맣게 시작된 댓글 싸움이 눈덩이 불어나듯 여러 사람들이 달라붙어 곧 큰 논쟁으로 확대되기도 합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논쟁거리들을 지켜보는게 참 재미있습니다. 제가 모르던 좋은 지식을 배우는 경우도 많구요. 여러가지 주제로 논쟁을 벌이지만 그중에서 저의 눈에 요즘 자주 들어오는 주제는 아무래도 한국 차 VS. 일본 차 관련 이야기들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위상은 절대 깨어지지 않을 것처럼 견고하고 단단했었죠. 비단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본의 각종 첨단 제품들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믿음은, "일본이 만들면 무언가 다르다!" 처럼 국가에 대한 신용으로까지 그 범위가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곳 엘에이 지역의 길거리에 나가보면 일본 브랜드 자동차들이 정말 정말 많습니다. 오늘도 운전하는데 고속도로에 일본 자동차들이 얼마나 많은지 제 자동차 앞에, 옆에, 뒤에 곳곳에 있어서 마치 제 주위를 호위무사들이 둘러싼 줄 알았습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자동차 3강인 토요타, 혼다, 닛산을 비롯하여 그들의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 아큐라, 인피니티들도 매우 많고, 그 외에도 마즈다, 스바루, 미쯔비시 등의 브랜드도 어딜 가나 쉽게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미국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일본 자동차는 안정적인 품질과 튼튼한 내구성에 대한 깊은 확신 때문에 중고차 시장에서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강력했었죠.
그러나 요즘 유튜브 자동차 리뷰 댓글들을 보면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적어도 새로운 세대 소비자들에게는 그러한 견고했던 믿음들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조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빈자리를 은근슬쩍 한국의 현대와 기아 브랜드가 조금씩 채워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전 외국 유명 자동차 리뷰 채널 중의 하나인 Carguru를 시청했을 때의 일입니다. 그날의 주제는 대형 SUV에 대해 리뷰하는 내용이었었는데, 리뷰는 평범했지만 역시나 댓글들 속에서 한판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일본 대형 SUV의 안정성, 내구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림 없는 미국 기성세대 소비자 분들과 한국 대형 SUV의 새로운 디자인 및 럭셔리한 실내외 재질에 매료된 신세대 미국 소비자들의 싸움이었죠. 댓글에 댓글이 연이어 달리며 팽팽한 주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차가 더 나은 이유에 대해 팩트로 맞서는 이들 때문에 결국 갑론을박의 판세는 한국 자동차로 기우는 것 같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댓글들이 현대와 기아의 Palisade와 Telluride를 Pali와 Telli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이 두 모델의 뛰어난 가치때문에 기존에 일본 브랜드들이 지배하던 미국의 대형 SUV 시장만큼은 이제 현대와 기아가 접수했다고 단언하더군요. 사실 이곳에서 펠리세이드와 텔룰라이드의 인기는 아직도 역대급인 것 같습니다. 단적으로 아이들 등하교 때마다 느끼는 사실인데 학교 주차장에 가보면 여기저기 정말 많이 보입니다. 텔룰라이드는 저의 자동차 디자인 학교 한 학년 선배가 기아자동차 스튜디오에 입사하면서 컨셉카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다고 해서 초창기때부터 눈여겨보았는데, 이미 그때부터 대박의 조짐이 다분히 보였었죠.
특히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에는 텔룰라이드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신차보다 중고차 가격이 비싼 어리둥절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었습니다. 아무튼 두 모델 모두 처음 출시 될 때부터 디자인과 품질 모든 면에서 큰 인기를 얻은 부분도 있지만, 최근 모델을 부분 변경하면서 외장과 내장의 디자인 및 기능이 한층 더 성공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논쟁 중인 댓글들을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기존의 유명 일본 대형 SUV들은 새로운 모델을 내어놓아도 딱히 큰 변화 없이 따분하고 경직되어 있는 느낌이다…그들은 일본의 새로운 모델들의 실내외 디자인과 소재, 재질 수준이 이제 평범한 수준에 머무르는 것 같다고 진단하는 반면, 현대와 기아 자동차들이 그 부족한 부분을 만족시켜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세대들은 아직까지도 일본 자동차가 그래도 안정성적인 측면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일축하고 비슷한 가격대라면 더 좋은 재질 사용에 각종 실내외 편의 장치들을 기본적으로 장착한 한국 자동차를 선택하겠다고 합니다. 기아 텔룰라이드가 부분변경을 시도하면서 인테리어에 일체형 스크린을 적용했는데, 그동안 고급 차량에만 적용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재빠르게 장착한 것을 보고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댓글러들은 아직도 일본 대형SUV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묻더군요. 너희들이 그렇게 찬양하는 일본차의 안정성(reliability)이라는 실체가 과연 무엇이냐? 더이상 팩트가 없는 고정관념적인 감상에 빠지지말고 최근 뛰어난 디자인과 품질을 자랑하는 한국 자동차들을 확인해보고 현실을 자각하라고 훈계하더군요.
만약 이러한 댓글들이 소수라면 모르겠지만, 비슷한 주장들이 요즘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제 현대와 기아 자동차들이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닌 주류 자동차 브랜드에 당당히 편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 소비자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단계까지 오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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