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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04. 솨라~있네! 디자인도 팔딱 뛰는 활어처럼! - 미국에서 보는 현대의 모습 (3)

꿈꾸는 차고 2023. 5. 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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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AI 04. 솨라~있네! 디자인도 팔딱 뛰는 활어처럼!  - 미국에서 보는 현대의 모습 (3)

 

얼마 전 씨름선수 출신 이만기씨가 “대한민국 나성특별시 미국 LA”라는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엘에이 코리아타운의 이곳저곳을 소개하더군요. 저도 많이 다녀 본 곳들을 영상으로 시청하니 느낌이 또 새롭고 달랐습니다. 코리아타운에 나가보면 마치 내가 한국에 온 것은 아닌가? 하고 착각이 들 정도로 온통 한글 간판 천지입니다. 그리고 딱 90년대 초 중반의 서울 변두리 느낌이에요. 초단위로 변화가 빠른 서울에 비교하면 그곳은 아주 푸근하고 시간이 더디 가는 분위기랍니다.

 

30년전 엘에이 폭동 시기 때 지붕 위에서 총을 들고 가게와 가족을 지키던 교포들의 사진들이 얼마전 인터넷에 많이 돈 적이 있었죠, 그동안 코리아타운이 얼마나 변화가 없었으면 사진에 나온 곳들이 대충 어느 지역인지 저도 알겠더라고요... 그러나 그곳 나름의 매력이 분명히! 있어요. 비록 요즘에 낡은 인프라와 특히 학군 문제 때문에 점점 코리아타운의 한인 인구가 줄어간다해도… 여전히 엘에이와 인근에 거주하는 35만 한인들에게 이곳은 “미우나 고우나”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만기의 코리아타운 동네한바퀴 (출처 : 매일안전신문)

 

 

저는 코리아타운에 가끔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신다면~ 첫번째 ! 없는게 없어서 입니다..(없는 거 빼고는 다 있는 곳 ㅎㅎ) 저는 엘에이 중심가에서 떨어진 변두리 지역에 살고 있는데 동네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이 가끔 있어요...한국 수준으로 물건이 다양하진 못하기에 상점에 갔을때 찾는 게 없으면 확 짜증이 몰려오죠 ㅎㅎ 그런데 그럴 땐 코리아타운을 뒤지고 다니다보면 결국엔 득템처럼 물건을 손에 넣을 수가 있습니다. 두번째 ! 자동차를 좋아하는 저에겐 갈 때마다 이곳이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이유인즉슨 거미줄처럼 낡은 골목 사이사이로 다닐라치면 모퉁이에서 오래된 한국 자동차들이 이따금씩 고개를 내밀거든요. 

 

 

엘에이 코리아타운 (출처 : lifeinus.com)

 

 

한국에서는 오래전에 단종 되었을 법한 한국 자동차들이 여전히 이곳에서는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옛 그랜저, 90년대식 소나타…구세대 아방이 (엘란트라)... 그리고 구형 산타페와  벨로스터도 아직까지 당당히 길에서 질주하고 있고……얼마 전엔 빨간색 티뷰론도 봤는데 갑자기 지나가버려서 너무 아쉽더라구요.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그랬습니다…… 암튼 저도 외국에서 거주하다보니, 이렇게 한국산 자동차들을 길거리에서 마주치게 되면 정말 정말 반갑더군요. 

 

그렇다고 옛날 모델들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최신의 제네시스 SUV 시리즈들을 비롯해서 앞편 글에서 이야기한 역대급 인기 모델 펠리와 텔리 형제들!! 그리고 현대와 기아의 EV모델들인 아이오닉5와 EV6도 요즘 길거리에 정말 많이 보입니다. 이렇게 한국산 자동차가 늘다보니 한국 자동차 쇼룸들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제네시스가 최근에 엘에이 산타모니카 지역에 쇼룸을 대대적으로 오픈했는데 다른 명품 브랜드에도 손색없이 잘 꾸며 놓은 것 같더군요.  

 

 

제네시스 산타모니카 쇼륨 (출처 : genesisnewsusa.com)

 

 

앞편의 글에서 저는 이제 현대와 기아가 미국 소비자들의 감성을 터치하는 수준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이야기 했었죠.  물론현대와 기아 브랜드의 북미지역 위상은 지금 낮은 것도, 그렇다고 절정에 달한 것도 아니고… 여전히 그 변화는 "우상향의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우나 고우나” 한국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인 현대가 한편으로 차량 조립이나 서비스 운영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날선 비판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긴 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노사간의 팽팽한 긴장 상태는 잊을만 하면 나오는 한국의 고정 뉴스거리가 되고 있지요. 그리고 몇몇 국산 차종들이 북미지역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제가 길거리에서 느끼는 체감상의 느낌과 통계적인 수치 사이에는 확실히 간극이 존재하는가 봅니다. 통계를 보면 작년 2022년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 TOP25에 포함된 현대 자동차 모델은 놀랍게도 18위에 랭크된 투싼만이 유일하다고 하니까요... 그것은 미국 소비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모델 25위권 내에 확실히 진입하기 위해서는 현대에게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여전히 미국과 일본 브랜드 모델들로 많이 치우쳐 있다는 뜻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보시려면 아래 순위 링크를 참고해보세요) 현대자동차가 아직도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https://www.caranddriver.com/news/g39628015/best-selling-cars-2022/

 

The 25 Bestselling Cars, Trucks, and SUVs of 2022

Supply issues continue to plague the industry, but these are the models that managed to reach the most buyers in 2022.

www.caranddriver.com

 

 

이처럼 항상 칭찬과 비판이 모두 공존해온 브랜드이지만, 이러한 부분들이 오히려 현대의 관계자들에게는 더욱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부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외국에 거주해오면서 현대자동차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서 분투하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체감했기에… 일단 이 글에서는 그들이 이룬 성과들을 중심으로 더욱 칭찬을 해주고 싶네요.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정말 눈부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확실히 현대자동차의 체급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그 이상의 레벨로 올라선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최근 몇년 사이에 더더욱 두드러짐을 피부로 느낍니다. 과거에 "횬~다이~" 라고 현대 브랜드의 발음을 일부러 어색하게 해서 대놓고 무시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제 주위에서 그렇게 발음하는 사람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자본의 힘인지, 홍보의 힘인지 아니면 어떤 마법을 현대자동차가 부린 건지는 몰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확 변했습니다. 정말 미국인들이 또박또박 꽤 정확하게 발음하더라고요... 이것은 현대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인식이 매우 개선되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적인 예가 되겠지요.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이젠 "매우"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유력한 경쟁자로 올라섰다는 것이 외국 업계에서 보는 정확한 시각일 것입니다. 유력한 자동차 잡지나 신문들에서도 현대의 신모델들이 나올때마다 비중있는 뉴스로 다루고 있고, 그러한 분위기에 발 맞추어 엔테테인먼트 업계에서도 활발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에는 아이오닉5와 투싼이 깜짝 등장해서 전세계 관객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물론 현대와 영화사 간의 계약에 의한 출연이었겠지만서도...영화 개봉 시점이 팬데믹 절정의 시기였던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객수들이 큰 폭으로 줄어가고 많은 영화들이 폭망했던 팬데믹이라는 위기의 시절에서 영화의 안전한 성공은 영화사와 배급사들에게 그 어느때보다 간절했을 것이란 예상이 듭니다. 성공에 너무나 목마른 이들에게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한들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가 수준에 맞지 않았다면 아마도 당연히 출연이 불가하지 않았을까요?  

 

 

스파이더맨 (2021) 영화에 등장한 현대 아이오닉5와 투싼 (출처 : a24.com)

 

 

현대자동차가 지난 1989년에 미국에 진출한 이래 이제 35년이 되어가죠. 그동안 메인스트림에 합류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줄기차게 도전해온 그 꾸준한 노력이 이제는 유의미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푸조처럼 미국에 야심만만하게 진출했다가 저조한 실적때문에 투자를 철회한 유럽 쪽 브랜드들도 은근히 있다고 하죠. 이에 반해 한 세대가 흐르는 긴 시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고, 지속적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대의 저력에는 "현대의 뚝심"도 한몫을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현대의 뚝심"에 대해 좀 풀어쓴다면 이렇습니다. 그들의 저력 중에 제가 가장 놀랍다고 보는 것은 바로 그들의 "과감함"과 "신속성"에 대한 부분인데요, 현대자동차가 최근 몇 년간 타업체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의 체급으로 급성장해온 과정을 되돌아보면  1) 시의적절하고 2) 신속한 판단 하에 3) 시장의 유행을 캐치하고 그것을 역시 4) 재빠르게 제품에 풀어내는 능력을 여지 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최근까지도 얼마나 유연하지 못하고 딱딱했습니까? 저 역시도 이전에 한국에서 회사를 다녀본 경험을 되살려보자면, 날마다 "웃픈" 일들이 비일비재했었죠. 정말 사소한 이유로 결제라인이 한번 어긋나면, 하던 일도 처음부터 반복해야되서 애써 다가온 좋은 사업 타이밍을 어이없이 놓친다거나... 상명하복의 답답한 분위기 때문에 다 만들어놓은 아이디어가 묻혀 버릴때도 있었습니다. 100여페이지가 넘는 파워포인트의 마지막 단 하나의 문구를 "윗분"이 마음에 들지 않아하셔서 전 팀원들이 하루종일 그 문구 고치느라 시간을 허비한 적도 있고요... 제일 힘든 것은 위로부터의 변화보다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만을 독촉하는 분위기 때문에 지친적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것 때문에 한국 회사를 관둔건 아니에요 ㅎㅎ >.<) 그러나, 최근 몇년간 현대자동차가 보여준 급성장의 면면들은 제가 보기에 딱딱한 회사 문화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않았으면 절대 나오지 못했을 수준의 결과물들입니다. 아래로부터가 아닌 위로부터의 변화를 중심으로 해서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유연하고 신속하게 바꿔나간 과감함이 엿보입니다. 

 

그것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저는 최근 현대자동차가 보여주는 "디자인적인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들어 현대의 디자인은 상당히 파격적인 부분이 많아졌죠. 주관적일 수는 있지만,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2020년쯤에 더뉴엘란트라는 부분변경을 시도하면서 약간 구겨진듯한, 혹은 찢어진듯한 주름의 디자인을  차량 익스테리어 앞부분에 집중적으로 적용했었습니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이  "이게 뭐꼬?" “너무 나간 디자인 아니냐” "현대는 디자인 책임자가 있는 것이냐?" 등 별별 비판적인 시각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20 더 뉴 엘란트라 (출처 : voyleshyundai.com)

 

 

그런데 이 감성이 사라지지 않고 결국 이제는 현대 모델 라인업들의 패밀리 룩이 될 줄이야....그때는 아무도 몰랐겠지요. 그러나 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다음에 출시된 풀체인지 2021 올뉴엘란트라에서는 도어부분과 차량 뒷부분에까지 그 확 찢어진 디자인을 더욱 확장하더군요. 그 덕분에 온몸에 날카로운 주름이 가득 새겨졌습니다. 물론 호불호가 있었기에 이 새로운 디자인에 환호했던 이들도 있었던 반면에 공기역학적으로나 기존 자동차 업계가 수행해 오던 디자인의 문법에서 매우~~ 벗어난 이런 형태를 두고 역시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이번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2021 올 뉴 엘란트라 (출처 : kirklandreporter.com)

 

 

그러다가 가장 최근의 2022년 4세대 올 뉴 투싼에는 아예 차량 익스테리어 전체적으로 그 주름 이미지를 구석구석 적용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뭔가 신기하게도 이때부터 어라.... 차량 하나가 기능적인 자동차의 컨셉에서 벗어나서 마치 하나의 독립적인 "조각 작품"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마치 투싼을 개발할때 걸어다니는 작품을 목표로 했던 것처럼 말이죠....여기에 차량 앞면의 공룡 비늘같은 컨셉카 수준의 부담스러운 헤드램프도, 묘하게 전체적인 디자인과 어울리는 느낌을 줍니다. 이 정도 과감한 디자인은 사실 일반 양산 자동차 브랜드들에서는 쉽사리 도전하기 어려운 정말 파격X3 다운 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드러운 면과 면의 만남이 당연시 되어온 기존 자동차 디자인의 방식에서 완전 다른 방식으로 차별화가 되어버리니... 야수 같은 이 녀석이 길거리에 다닐때마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대번에 눈에 띌 수 밖에요....2022년 미국 TOP25 리스트의 18위 다운 포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날카로운 주름 느낌의 디자인은 중단되지 않고 최종적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이오닉5에도 이어져서 더욱 꽃을 피웁니다. 어찌보면 호불호가 매우 강할 수 있는 디자인인데도 이것을 하나의 디자인 방향성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있어서 현대자동차는 그들의 "전공"인 과감함과 신속성을 아낌없이 동원합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네가지 모델이 시장에 선보이게된 순서가 단지 3년 안에 이루어졌거든요.... 

 

 

2022 올 뉴 투싼 (출처 : jdpower.com)

 

2022 올 뉴 투싼 옆모습 (출처 : wallacehyundaiofstuart.com)

 

 

"너무 나간" 주름 디자인이라 비판 받았던 과거 더뉴엘란트라 시절엔 이 디자인 방향성이 대중에게 매우 어색하게 느껴졌어도, 이제는 대중의 눈에 적응된 이유 때문인지 새로운 투싼과 아이오닉5에서는 이전 만큼의 비판은 싹 없어지고 "불호"가 "극호"로 변화해가는 모양새입니다. 차분하게 하나의 패밀리 룩 디자인 방향성으로 안착이 되가는 것이죠. 아이오닉 5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주름들에 대해 오히려 이제는 차량의 전체적인 디자인과 어울려서 멋지다는 호평이 역으로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오히려 둥글둥글한 테슬라와 디자인이 "정반대"라 좋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현대 관계자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디자인 패밀리 룩을 완성해 나가고 이것으로 테슬라와 한판 붙을 계획이 다 있었던 듯 싶습니다. 그리고 그 플랜이 일단 신속하게 서자 그 과정에서 초반에 소비자들의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더라도 일사분란하고 뚝심있게 밀고 나갔고, 한편으로 사람들의 호불호가 완전히 갈리기 전에! 신속하게 올 뉴 투싼과 아이오닉5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반응을 반전시켜버리는 묘수를 보여줍니다. 정교한 플랜 선정과 신속한 이행 실력이 없으면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는 결과물들입니다. 이 올 뉴 투싼과 아이오닉5을 쳐다보고 있으면,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 건들지마라~~잉??" 이라고 외치면서 자신감을 뿜어내는 것 같습니다.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가 창조해낸 프로젝트 초기의 "싱싱한" 디자인에 이것저것 섞지 않고 그대로 최종 양산까지 이어낸 느낌도 많이 들고요.  

 

 

2022 아이오닉5 (출처 : autoexpress.co.uk)

 

 

사실 “너무 나간 디자인”을 최종적으로 채택하여 자동차 양산까지 이어나가기란 아무리 규모가 큰 자동차 회사라 할지라도 정말 쉽지가 않은 부분입니다. 여러분, 자동차 신모델 하나당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과 자본이 필요할까요? 답을 드리자면, 평균 한 모델 당 약 5~6년의 개발 기간 그리고 무려 3천억원~ 4천억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투자금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시간도 길고 돈도 억수로 많이 드는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중진들일수록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행동하기가 딱 좋을 수밖에 없겠지요. 왜냐하면 막상 신모델을 시장에 출시했는데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받는 타격이 어마어마해서... 막중한 책임을 져야할 뿐만아니라 향후에 회사 내에서 본인들의 입지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러니....대박은 못쳐도 중박은 칠 수 있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깔고서, 회사의 중진들은 아무래도 보수적이고 안전한 방향으로 주요 결정을 내리기가 쉬운 것입니다. 즉 아무리 젊고 실력있는 디자이너들이 시대에 앞선 멋진 디자인을 프로젝트 초기에 뽑아내어도, 회사 내의 수많은 의사결정권자들의 검토를 장기간 거치다보면 프로젝트 말기에는 현실과 타협된 무척 순화된 디자인으로 변경되기 쉽상인 것입니다. 장기간의 프로젝트 기간을 거치면서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이들의 의견도 합쳐져서 결국엔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토요타의 4세대 프리우스의 디자인 진행과정이 그리하지 않았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모델입니다.... 너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나머지 디자인이 외계로 가버린 듯한...반면에 거듭거듭 개선을 한 덕분에 성능만큼은 동급최강이지만요.....>.<  

 

 

토요타 4세대 프리우스 (출처 : autolist.com)

 


최근에 현대자동차가 과감하게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디자인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위계를 없애고  그것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이들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의사결정 구조를 간결화하고 단순화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앞서 예를 들은 것처럼, 너무 나간듯한 디자인을 하나의 디자인 방향성으로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그들의 과감한 능력은 단순히 운빨로만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이제는 그러한 과감한 시도가 대중들에게는 "시장의 유행에 민감하게,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잘 대처한다"는 평판으로 바뀌고 있는 듯 하고요. 다른 기성 자동차 회사들이 신모델을 내어놓을때 새로운 부분을 첨가하는 비율을 살짝만 하고 전반적으로는 안전한 디자인으로 채우는 공식에 충실하다면 현대자동차는 이제 무언가 "날 것"같은  아니면 "활어"와 같이 신선한 요소들을 그 어떤 경쟁 자동차 회사들보다 많이 보여준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디자인 철학으로 추구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에 미국의 젊은 소비자들도 이제는 낚시대를 던지며  “반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산 활어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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