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DAI 06. 바람과 같은 빈패스트의 패기! - 현대자동차의 미국 진출기 (1)
여러분들은 “빈패스트”(Vinfast)라는 브랜드를 알고 계신가요? 아마도 해외펀드 투자나 자동차산업에 관심이 많이 없다면 익숙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빈패스트는 바로 베트남 최초의 국산 자동차 브랜드라고 하네요. 모기업은 베트남판 삼성그룹이라고도 불리우는 “빈그룹”으로서 베트남 전체 시총의 23%를 차지하는 베트남 제1의 대기업이라고 합니다. 빈그룹은 베트남에서는 나름 혁신기업으로 통한다고 하는데요, 그들은 베트남 최초로 핸드폰 제조에 성공하고 이커머스, 리조트, 교육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다가 지난 2017년 베트남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빈패스트를 설립했습니다.
고작 6년의 역사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보통 자동차 회사 설립 초기에는 저가 소형 차량으로 시작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그들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거든요. 고가의 대형 자동차 모델들을 우선 타겟으로 개발을 시작했고, 전기 자동차 역시 고급 SUV 모델을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빈패스트의 최고급 SUV모델 "프레지던트" 는 베트남 통화로 무려 "70억동"이라고 합니다 70억이면 0이 대체 몇개인가요? ㅎㅎ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3천만원 대 수준이지만 베트남 물가로 따진다면 매우 비싼 가격이지요.
이것은 무슨 뜻일까요? 베트남 현지의 국민소득 수준 대비 다소 비싼 가격대를 목표로 삼았다는 것은 태생부터 자국시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시도하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그도 그럴것이 동남아 자동차 회사로서는 최초로 지난 2022년 미국시장에 진출하여 올해 3월 45대의 차량들을 미국 고객에게 전달했으며, 2025년까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15만대 규모의 전기차 조립공장을 완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물론 아직 부족한 기술력을 메우기 위해 주요 디자인과 플랫폼 개발, 그리고 부품들을 대부분 외국 전문업체에 의존하는 상황이긴합니다. 이를 위해 모기업인 빈그룹은 해외 유명 자동차 디자인 스튜디오들과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연일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으면서 빈패스트의 사업자금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손익분기점을 기대하기란 아직 멀었죠. 전문가들은 이미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빈패스트가 얼마만큼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그들의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정말 뜨거운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모기업이 1990년대 라면 사업으로 시작해서 이제는 첨단 전기자동차를 제조하고 해외에 수출하게 된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베트남 국민들과 재외 동포들은 매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몇 달 전, 엘에이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소나기가 엄청 내리던 어느날...저는 엘에이 남동부 지역의 얼바인시에 위치한 스펙트럼 센터 (대형 쇼핑몰)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애들 물건을 사려는데 마침 그곳에 있더라구요. 차를 주차하고 지나가는데 마침 근처 빈패스트 전시장에서 전기 자동차 모델 출시 행사를 하고 있더군요. 궂은 날씨여서 사람이 별로 없겠거니... 했지만 왠걸요, 잠시 서서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직원들은 열정적이었으며 이 행사를 다들 즐기러 온 듯한 축제 분위기가 가득했습니다. 베트남쪽 언어들이 많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베트남계 미국인들이 대다수였던 것 같고, 형형색색 아름다운 베트남 전통 의상을 차려 입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엘에이 남부 지역은 베트남 출신들이 정말 많이 살고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이후로 수많은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와서 지금은 미국 전체적으로 베트남계 인구가 약 2백만에 달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햄버거 가게와 중국 식당 다음으로 골목마다 베트남 국수 가게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것이 이해가 됩니다.
애초에 근면하고 성실한 베트남인들은 미국의 각 지역마다 잘 정착해서 이제는 그들 나름의 강력한 커뮤니티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엘에이 지역에는 많은 이민자들의 커뮤니티가 존재 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한국, 중국, 인도, 베트남, 아르메니아 계열인것 같습니다. 특히 베트남인들은 엘에이 남부 웨스트민스터, 가든그로브, 파운틴벨리라는 도시들에 집중적으로 많이 모여 살고 있어서 "리틀 사이공"이라 불리우는 거리를 가면 마치 베트남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입니다.
혹시 베트남 분들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아시나요? 제가 동네 공원에서 주말 새벽마다 친구들과 모여 테니스를 치는데...새벽 6시에 테니스장에 나와보면 이미 베트남 분들이 많이 나와서 땀을 뻘뻘 흘리며 치고 있습니다. 다른 동네 공원들을 다녀보아도 전부 베트남분들이 항상 일등이십니다.
아마도 베트남 이민자 2백만명만큼은 빈패스트의 잠재적 고객과 충실한 서포터가 되어 고국의 브랜드가 미국에 안착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 같습니다. 미국에 갓 진출한 신생 브랜드 빈패스트의 자동차들을 충실하게 구매해줄 고객들이 있다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그 약빨이 만약 떨어지게 된다면?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엇보다 빈패스트가 베트남 이민자들을 넘어서서 고객 대상을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은 앞으로 전적으로 그들의 노력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빈패스트와 베트남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흥미롭고 다룰 내용들도 너무 많아서 언젠가 연재물로 더 자세히 작성해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굳이 이번 글에 베트남 브랜드 빈패스트를 소환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그들이 보여주는 열정적인 모습에서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진출했을 38년전의 당시의 초기 상황들이 오버랩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왜 빈패스트의 모습을 보고 현대자동차의 미국 진출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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