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출처 : KBL 홈페이지>
6월 15일 KBL 이사회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KBL 데이원 점퍼스(혹은 그냥 점퍼스)가 해체될지, 아니면 어떤 형태로든 팀이 존속될지 일단 15일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태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급여가 체불되며 구단 이미지가 엉망이 되자, 캐롯퍼마일손해보험이 네이밍스폰서를 포기한지도 몇 달째... 사태는 생각보다 장기화되어.. 6월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에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실 이미 농구계에서 점퍼스는 공공의 적이다. 공동 구단 대표를 맡고 있는 허재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농구팬의 비난을 함께 받고 있는 지경인데.... 소문으로 흘러나왔던 포항 연고이전은 마땅한 기업이 없어서 물 건너간 모양이다.
사실 야구를 제외한 한국 모든 (구기) 프로스포츠는 흑자가 불가능한 상황. 적자를 감수하고 점퍼스 구단을 누군가 인수해주지 않는 한 연고이전은 아무 의미도 없다. 물론 구장 사용료 감면 등으로 구단의 부담을 덜어주고 지역주민들이 즐길 거리를 확보해 주는 것은 의미 있는 움직임이고, 이러한 비용 절감 노력은 스포츠구단으로서 필수적인 것이긴 하나, 어쨌든 냉정하게 봤을 때 부차적인 것이다.
농구팬들을 통해 흘러나온 소식을 보면, 아직도 점퍼스 구단은 구단 매각보다는 네이밍 스폰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구단 운영(소유)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의중이라 한다. 사실 비즈니스 마인드로 보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데이원자산운용이 실제로 KBL 남자농구단을 인수하기 위해 얼마를 썼는지 (혹은 돈은 안 쓰고, 그저 여러 노력만 기울였다 할지라도) 알 수 없지만, 이미 자신들이 가진 자산을 그저 농구계의 공공연한 비난을 받았다고 그저 내려놓을 리는 없다. 생각해 보자. 많은 기업들이 사정이 어려워서 부도 혹은 폐업에 다다르더라도 그 마지막 순간까지 생존(혹은 기업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버티기가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건, 바로 이 바닥이 특별한 멤버십 바탕의 의사결정에 의해 운영되는 프로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 속성 자체가 원래 그렇듯 KBL 또한 각 구단 단장으로 구성된 이사회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특히, KBL은 흥행을 통한 자생력이 전혀 없고, 중계권료 수입 등도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KBL 권위는 특별할 것이 없으며, 각 구단의 단장이 의사가 합치되면, 그것은 곧 KBL의 결정이 되는 것이다. 물론 팬들의 여론이 매우 강하다면 단장들을 압박할 수 있겠지만, 이미 마니아 스포츠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남자농구는 이런 압박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결국 이대로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가기 전에 네이밍스폰서를 구해 운영자금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KBO 키움 히어로즈처럼 흑자운영으로 도모할 계획인 듯 한데.... 안타깝지만 실현가능성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야구와 농구는 산업 규모, 게임 수부터 완전히 다르다. 지금은 몇 년째 조용한 히어로즈 구단도 리그 참여 초기에는 주축선수들을 모두 팔아치우며 편법 운영을 했었다. 그보다도 환경이 훨씬 열악하고, 선수 이적료 규모도 작은 농구에서... 네이밍스폰서를 통한 운영이 점퍼스 구단 입장에서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은 맞지만... 현실성이 없는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확인되지 않은 설이지만, 허재 대표 인맥을 통해 구단 인수에 관심을 보이기 있는 기업들도, 네이밍 스폰서 참여보다는 구단 인수를 원한다는데..데이원자산운용 측에서는 구단을 넘기기보다는 네이밍스폰서 유치를 원하는 모양이다.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고, 농구팬 중 한명으로서 굳이 부정적 예측을 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임금체불 등으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점퍼스를 통한 광고를 위해 거액을 낼 기업이 있을까.... 물론 그렇게만 된다면, 구단 수완에 박수를 보낼 일이고, 새로운 시작을 또다시 응원해야 하겠지만... 작년 캐롯퍼마일 손해보험의 스폰서 참여시점보다 구단 가치는 추락하고 체불임금 등 해결해야 할 부채는 쌓여있다. 가능성을 따져본다면... 스폰서 모색을 통해 이 사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결국 최종선택은 KBL 이사회의 몫... 이제라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구단은 퇴출되어야 한다. 그 귀결이 구단 해체가 되더라도 어쩔수 없는 문제. 그렇게 되더라도 구단 운영에 소극적이거나, 운영능력을 가지지 못한 구단은 퇴출되는 게 농구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와 동반되는 결과가 리그 축소라 학생선수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더라도, 그 모든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농구계가 지금 고민해야 할 길이 아닐까.
이제 이사회는 3일 남았고, 그 결정을 주목하는 기사는 그렇게 많이 나오고 있지 않다. 이 쓸쓸한 파행으로 가는 국면이 지금 사람들의 농구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듯 하여, 입맛이 쓰다. 어떤 쪽의 결론이 나든, 이사회에서 이번만은 엄격하고 원칙에 부합하는 판단으로 한국 농구의 장기적 발전에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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