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VO 여자부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이하 '페퍼')의 아헨 킴 감독이 돌연 사임했다.
창단 첫 시즌부터 고난의 행군을 해왔던 페퍼는 이로서 구단 관련 안 좋은 뉴스의 정점을 찍게 되었다.
잠깐 떠오르는 안 좋은 뉴스만 정리를 해봐도 수두룩하다.
1. 시즌 개막 후 최다 연패 기록 : 이건 뭐 신생팀이 그럴 수 있다.
2. 학폭 이재영 선수 영입 시도 : 김형실 전 감독의 노욕이었다고 생각하자.
3. 항명 조송화 선수 영입 시도 : 세터가 워낙 없었으니, 그냥 고민만 해본 걸로 치자.
4. 오지영 선수 트레이드 출전 불가 조항 : 사실 이건 페퍼 잘못은 아니다.
5. 니아 리드 대마초 젤리 소지 : 재수가 없으려면... 이런 일도 터진다.
6. 이고은 재영입 위해, 드래프트 1R 지명권 양도 : 불운이 반복된다면 뭔가 잘못되는지 의심해봐야 한다.
7. 아헨 킴 4개월 만에 사임 : 이쯤 되면 구단에서 뭘 잘못하고 있는 것에 틀림없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 원인이 다른 개별적인 뉴스지만, 이 모든 소식이 창단한지 두 시즌 밖에 안된 배구팀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쯤 되면 팬으로서 정말 굿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인데...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 궁금해지는 것은 젊고 유망한 감독이라 알려졌고, 박정아 영입 등 전력보강도 잘 진행되었던 페퍼(물론 지명권을 날린 대삽질이 있었지만)인데.. 아헨 킴 감독은 도대체 왜 갑자기 사임한 것일까?
팬들의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개인사정'이라는 대답 이외에 별다른 뉴스는 들려오고 있지 않다.
더스파이크에서는 병역법 관련 이슈를 보도했지만, 이 정도 민감한 사항을 구단에서 사전체크하지 않았을리 없고, 이는 실수가 있기도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가족 문제라는 추정만 남는데... '프로'로서 여러모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관련 추정을 더 하기위해 알려진 사실을 몇 가지 조합해 보았다.
1. 아헨 킴 감독의 아내 또한 미국 배구계에서 감독 겸 부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맡은 팀은 2022년부터 프로리그에 참여한다
2. 아헨 킴 감독의 연봉은 연 30만달러, 3년 계약이며, 계약금 규모는 따로 알려지지 않았다.
기사에서도 구단과 감독이 합의하여 계약을 해지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는데, 그렇다면 결국 아헨 킴 감독은 특별한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하고 돌아간 셈이다. 아니면 애초에 계약금 없이 계약했기에 금전적 손해가 없었을 수도 있다.
가족 이슈도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기에, 배구계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 관련 문제로 추정할 뿐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나름 괜찮은 조건을 걷어차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뿐인데... 진짜 이유가 어찌 되었든 페퍼 입장에서는 참으로 황당할 따름이다. 물론 섭섭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주어진 조건 안에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건 계약 당사자 간의 문제. 설사 프로배구 감독이 근로자 신분에 가깝다고 보더라도 직장을 그만두는 것 또한 개인의 선택 범위 안의 문제일 뿐이다. 정서상 다시는 KOVO에서 일하지 못하겠지만... 애초에 한국말을 못 하는 미국인인 아헨 킴이 이런 문제에 딱히 신경 쓸리도 없고 말이다.
어쨌든 또다시 악재는 터졌고, 페퍼는 빨리 새 감독을 구해야 한다.
곧 개막하는 KOVO컵, 선수들은 이미 동요하고 있는 상황.. 가뜩이나 가장 어린 선수단의 페퍼는 이것저것 신경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세번째 대행을 맡게 되는 갖고 있는 이경수 대행을 한 번 믿어봐야 하지 않을까..
이제 44살의 이경수 대행, 선수 시절 화려한 경력이야 차고 넘치고, 2018년부터 대학, 남자배구, 여자배구를 거치며 지도자 경력을 쌓아왔으니... 이제 전권을 잡을 때도 되었다.
물론 이런 경우 대선배이자 이미 정식 감독 경력이 있는 이성희 코치의 포지션이 애매해지겠지만, 이미 올드스쿨 이미지가 강하고, 그렇다고 감독 당시 성적이 화려하지도 않았던 이성희 코치에게 감독을 맡기기는 더 애매해다.
박정아와 야스민을 보강하고도, 대실수로 내년 1순위 지명권을 날리고, 예상치 못한 사태로 선수들이 동요하는 상황을 만든 페퍼저축은행. 이제 KOVO컵 개막까지는 불과 110일 남은 상황... 뛰어난 감독을 다시 섭외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올해는 당장 더 많이 이기는 배구를 보여줬으면 한다.
장고 끝에 악수라 했던가.
어차피 지명권을 날리며 반쯤은 팀 미래계획이 헝클어진 지금, 동요하는 선수들을 다독여줄 선택은 어쩌면 가장 스마트한 결정보다는 가장 빠른 결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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