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면 잘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여자배구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연경 선수 복귀와 도로공사의 드라마틱한 우승으로 인기 상종가를 기록했던 여자배구, 하지만 국제경쟁력은 날로 바닥을 치다 못해... VNL 대회에서 27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것.
전적은 복기가 불필요할 정도로 형편없다. 세트를 따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수준차이가 느껴지는데... 이 정도면 이런 대회 출전을 통해서 선수들 경험이 축적될 수는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한 발 더 나아가 너무나 잦은 패배에 선수들 자신감만 떨어지고, 패배의식만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해야 할 시점이다.
사실 여자배구의 국제경쟁력 추락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일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4강을 기록하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지만, 그 대회를 마지막으로 김연경-김수지-양효진이 은퇴하며 전력이 크게 약화된 것은 당연했다. 올림픽에서 강팀을 연달아 격파하며 4강에 올랐지만, 세 베테랑에 대한 의존도는 절대적이었고.. 이제는 한국 배구계에서 볼 수 없는 이재영-이다영 선수의 공백 또한 작지 않다.
또한, 늘 그랬듯이 부상자는 있고, 감독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뭐... 어쨌든 대회는 끝났고, 이제는 되돌아볼 시간이다. 여자배구 인기가 절정임에도 어떻게 이런 처참한 국대성적이 나온 것일까?
한 번 찬찬히 생각해보았다. 이렇게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실력이 되어버린 것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다.
1. 선수 연봉이 과하게 높다.
특정 선수 연봉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 외국인 선수들이 받는 연봉과 국내 스타급 선수들 연봉을 보면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팀 공격의 3~40%를 담당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즉 주공격수 역할을 하지도 못하는 선수들에게 과한 연봉을 주고 있다.
물론 이 선수들의 스타성에는 이견이 없다. 나부터 팬이니까... 하지만 이러한 과한 연봉은 바로 두 번째 지적과 이어져 계속되는 리그 질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
2. 그러므로 스타 선수는 해외리그에 도전할 이유가 없다.
여자배구가 유럽에서 선진적 리그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나, 그런 리그에서 바로 뛸 수 있는 선수는 현재 없다... 가능성을 가지고 선진 리그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한국 배구 선수 중 해외리그에서 뛰는 이는 이재영-이다영 둘 뿐이다. 학폭 징계로 인해 국내에서 퇴출되고 유럽 리그로 향한 둘은 각각 3억 원, 4억 원씩 받던 연봉이 5000만 원대로 줄었다. 물론 절박했던 둘의 사정을 감안해 후려친 것일 수도 있고, 그리스 리그가 터키처럼 수준 높지도 않지만, S급 외국인으로 대접받지 않은 이상 평균 연봉은 7천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응원팀인 페퍼저축은행 선수 중 비슷한 연봉을 찾아봤다. 문슬기, 박경현 선수 연봉이 7천만원, 김해빈 선수가 6500만 원이다. 국대급 선수들이라면.... 한국처럼 많은 연봉을 챙겨주는 한국 리그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3. 장기적 선수 육성이 불필요 아니 불가능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배구리그에는 2군이 없다. 가능성이 있는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가 대단히 어려운데... 그러다 보니 감독들끼리 비공식 연습경기를 정기적으로 가질 정도이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또한 트라이아웃으로 공정하고 공평하게 선발한다. 올해부터 아시아쿼터를 선발하지만 이또한 트라이아웃이다.
그러다보니 총 7팀이 흑자보다는 우승을 통해 회장님을 기쁘게 하는 것에 전념해야 하는 프로리그 현실에서 장기적으로 선수를 육성할 여유는 거의 없다. 물론 감독들이 호소하는 것처럼 선발된 신인들도 기본기가 안되어 있어, 다시 가르쳐야 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결국 각 팀 감독과 프런트는 신인 육성에 신경쓸 예산과 시간이 있으면 그냥 그 시간에 상대팀 분석을 더 많이 하고, 외국인 대체후보군이라도 알아보는 게 낫다... 결론적으로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를 발굴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쓰다보니 여기까지만 해도 우물 안개구리가 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그외에도 얇은 선수층에 비해, 과하게 많은 경기 수, 턱없이 부족한 국제교류전 등 지적할 것이 많지만... 그러다 보면 끝이 없을 듯 해 일단 줄인다.
그렇다면 이 절망적인 국가대표 경쟁력을 향상시키려면 뭘 해야 할까?
1. 귀화선수라도 영입하라.
뭐라도 해야 되지 않겠는가...
2. 2군 리그에 참여하는 팀에 대해서만 셀러리캡을 상향조정하라
명색이 프로라면, 2군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3. 해외 진출 시 FA연한을 단축하라.
결국 경험이다. 선수가 용기를 내어 도전할 수 있도록 , 해외리그에 도전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FA연한을 단축하라.
4. 유스팀 제도를 도입하여, 학생배구 육성을 측면 지원하라.
유스팀 제도를 도입하여, 의지를 가진 프로팀이 어린 선수를 육성하면, 지명에 있어서 우선권을 부여하라.
결국은 모두 돈 문제이다.
국가대표 감독 연봉도 협회장 개인돈을 보태어 해결하는 협회 재정을 생각하면 1번은 가능성이 없어 보이고, 국내 배구인 반발도 엄청날 것이다.
2번도 다 같이 안 쓰면 될 돈을 굳이 써야 하느냐고 모든 구단이 대동단결하겠지.
3번이야말로 구단에게 장기적으로도 도움이 안 되고, 소중한 인적자원을 빨리 잃어버리게 되니.. 결사반대하겠지.
4번도 다 같이 안 쓰면 될 돈을 굳이 써야 하느냐고 모든 구단이 대동단결하겠지..
결국 국대팀을 주관하지도 않는 KOVO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회원사 구단에 불이익한 일을 할리 만무하고, 지금 재정도 여유롭지 않은 협회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하면, 반쯤은 해탈한 것 같은 외국인 감독과 어린 선수들만 믿어야 하는 상황인데.... 태풍 속에 조각배 띄워놓고 나 몰라라 하듯 외면하지 말고, 협회와 연맹이 같이 의논하며 전체 배구판에 대한 개혁을 추진해 보길 바란다.
그 개혁이 잘 되어서, 레베카 라셈 같은 선수가 귀화선수로 국대에 합류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ㅎㅎ
각설하고, 언젠가는 사라질 이 배구인기를 어떻게 계속 이어갈 것인가, 그중 가장 중요한 팩터인 국대성적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협회와 연맹이 머리를 맞대고 이 공동 현안에 대해 같이 고민한 결과로 팬들의 절망감을 덜어주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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