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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행수 혹은 횡재 - 도로공사 배구단 박정아 FA 보상 선수 이고은 지명

마셜 2023. 4. 3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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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 이미지 출처 : 페퍼 배구단 홈페이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보통 프로스포츠에서 이해할 수 있는 트레이드 등 딜이 터지고 나면, 며칠이 지나면 그래도 뭔가 의도가 짐작이 되거나 납득될만한 썰이 흘러나오기 마련인데, 이번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이하 '페퍼')의 보상선수 명단 제출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해되는 부분이 없다. 

 FA로 박정아를 연봉 최고액을 보장하며 박수받은 지 며칠도 되지 않아서, 주전세터 이고은 선수를 보상선수에서 제외하며, 1년 만에 도로공사에 돌려보낸 것.

 

 

여자배구 도공, 박정아 보상 선수로 이고은 지명

여자배구 도공, 박정아 보상 선수로 이고은 지명 이고은, 1년 만에 친정팀 복귀

www.chosun.com

 

 KOVO 역사상 이런 적은 당연히 없었고, 이고은 선수가 연봉 3억3천만원으로 고액 연봉자에 속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배구팬들은 페퍼의 이 보상선수 제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올 시즌 당장 페퍼는 주전 세터가 없다. 박사랑 선수가 주전을 맡아야 할 판인데, 한 두 게임 풀로 뛰어본 경험. 그리고 부상 회복 후 원포인트 블로커로 출전한 경험을 가지고 KOVO 여자부 강행군을 책임져야 한다니.. 그것도 이제 2년 차의 부상경력자가... 게다가 백업세터로 볼 수 있는 선수는 이현 한 명... 점프토스를 전혀 하지 않으며, 무난하지만 뻔한 토스만 추구하는 이현.. 여전히 젊은 선수이기에 기량 향상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페퍼의 세터 뎁스는 이제 1년 만에 다시 한숨이 나오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 뎁스가 두꺼워서 트레이드 등 추가적인 트레이드도 어렵고, 아시아쿼터에서도 미들블로커를 지명하며 세터 보강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도대체 왜 이고은 선수를 보상명단에서 제외했을까?

 

1. KOVO 트레이드 관행에 대한 이해 부족

 KOVO여자부가 선수 이동이 활발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선수이동이 절대적으로 적은 리그는 아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는 GS칼텍스 차상현 감독과 친분을 바탕으로 트레이드를 자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고은 선수 정도 레벨 세터라면 복수 구단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아헨 킴 감독은 대학배구 지도 경력이 전부인 젊은 감독. 나름 성과를 낸 감독이고, 자기 색깔도 있고, 젊기에 어린 선수들과 소통이 유리할 거라는 예상 모두 좋지만.... 샐러리캡과 트레이드 가능성, 보상선수 지명을 통한 상대 전력 약화 기도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해서는 전무한 프로 경험이 발목을 잡은 것은 아닐까 싶다. 

 

2. 장 매튜 구단주의 결정?

 젊은 아헨 킴 감독 이외에는 김형실 전 감독처럼 강한 의견을 낼만한 코치 혹은 프런트가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일설에 따르면 FA등 굵직한 결정을 구단주인 장 매튜 대표가 직접 하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그럴 만도 한 상황이긴 하다) 박정아 FA 영입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때야 구단주가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이렇게 큰 오판을 한 경우에는 책임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프런트-코치-선수가 모두 인맥/학맥으로 얽혀 있는 좁은 바닥 KOVO에서, 전혀 인맥이 없는 구단주 혼자 판단한다면, 데이타 이면에 있는 이해관계를 짐작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KOVO 여자부는 2군도 없고, 셀러리캡 제도는 엄격하여, 때로는 공격적 투자보다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의 끼워 맞추기 식 세밀한 전략이 필요한 리그.. 

 큰 돈을 투자하여 전성기 국대 공격수를 영입해 놓고, 이렇게 실수에 가까운 판단으로 주전 세터를 잃게 되는 판단에 구단주 지분이 들어가 있다면... 단지 쓴 맛을 본 경험으로 생각하기에는 대미지가 너무나 크다.  

 

 

 

“가능성 낮다 봤는데…” 주전 세터 잃은 페퍼저축銀, 악수 된 보호명단 전략

여자배구 베테랑 세터 이고은이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한 지 1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한다. 리그 최고의 공격수 박정아를 영입한 페퍼저축은행은 다음 시즌 도약을 위해 보호명단 전략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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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 당장 다음 시즌 세터는?

  사실 당장 박사랑으로 버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기껏 거액을 투자해서 그럴듯한 라인업을 갖춰놓고 신인 세터에게 경험치를 먹여야 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세터진 최약체인 팀이 우승에 도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물론 리그에 상대적으로 가용 가능한 세터를 2~3명 거느리고 있는 팀이 없지 않지만, 이제 페퍼는 더 이상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는 팀도 아니고, 상대팀을 혹하게 할 만한 유망주를 많이 거느리고 있지도 않다. 게다가 여자배구에서 신인들 기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오는 상황... 지명권을 가지고 트레이드하기도 쉽지 않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세터를 지명하는 것은 그야말로 자폭... 아마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다가올 신인드래프트에서 김세빈 선수를 지명한 후 2픽부터 세터를 줄줄이 지명하여 자원이라도 확보하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고은은 더 이상 페퍼 선수가 아니다. 고액연봉자이자 내보냈던 선수를 설마 다시 지명하겠냐 생각했던 페퍼의 요행수는 그야말로 한국도로공사의 횡재로 끝났다. 

 

 아마도 이 횡재는 곧 트레이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GS칼텍스 김지원 선수 등 준수한 (준)주전급 세터와 딜이 언뜻 생각해도 매우 그럴듯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도로공사가 박정아의 공백을 매울 다른 공격수를 영입한다면, 그야말로 내실 있는 딜로 이어지는 것이고...  어차피 도로공사는 이윤정+안예림 세터로 우승까지 한 팀.. 느긋하게 이고은 선수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고 기다려도 될 입장이다. 

 

<이제는 볼수 없는 선수단 사진 - 출처 : 페퍼 배구단>

 아무쪼록 페퍼 구단주 이하 코치 및 프런트는 이 번 기회에 KOVO 판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더 열심히 실업배구 세터들도 알아보고, 김형실 전 감독이 호소(혹은 읍소)를 통해 아시아쿼터를 현실화시켰듯이, 앞장서서 2군 리그 창설을 주장해서 유망주한테 적극적으로 경험치를 부여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반면교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덧붙여 조급하게 트레이드에 나서지는 않길 빈다. 어차피 당장 우승을 바랬던 팬도 없었을 터.. 물론 탈꼴찌? 정도 기대에도 설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1~2년 더 늦춰진다고 떠날 팬도 없다. 외국인 드래프트와 이어지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차근차근 정도를 걸어가며 선수들에게 경험치를 부여하며 재밌는 배구를 하길 빈다. 

 

 페퍼 선수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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