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 흥국생명 배구단 인스타그램>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여자배구 FA 김연경 선수가 원소속구단인 흥국생명 잔류를 선택했다.
연봉은 7억7천5백만원, 옵션이 3억 원 포함되어 있지만, 세부적인 조건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여자부 FA 최대어인 김연경 선수 바로 첫 계약으로 잔류를 발표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행보는 예상보다는 빨라질 것 같다. 구단 중 큰 손들은 이제 최대어 영입이 아니라 다른 선수들을 노려야 하니, 상대적으로 샐러리캡 압박도 덜해질테고....아직은 소문에 불과하지만, 배유나 선수처럼 구단과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이번 FA 시즌은 기대했던 것 보다는 빨리 마무될 듯 싶다.
그래도 조금은 아쉽다.
불과 몇 달 전에 흥국생명 배구단이 모든 배구팬들의 공공의 적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리고, 옹졸하게도 해외이적시에 김연경 선수의 발목을 잡은 것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만도 아니다.
다만, 작년 FA에서 페이컷과 '현대건설의 별도 예우' 세트를 선택했던 양효진 선수가 그렇듯이... 너무나 보수적인 선수들 이적 관행이 고착화될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프로라면, 돈을 많이 쓰는 팀이 더 많은 우수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로 인해 리그가 퇴행되는 것을 막고자 샐러리캡이 존재하는 것인데, KOVO에서는 여전히, 그저 샐러리캡으로 다 같이 모기업들이 돈을 덜 쓰도록 막으면서, 선수들을 잘.. 다독여서 이탈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 먹히고 있다.
물론 김연경 선수의 결정은 100% 이해할 수 있고, 이제 35살, 선수 이후 커리어를 생각해야하는 나이에 눈앞에서 우승컵을 놓친 입장에서는 세계적 감독이 있고, 이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원소속 팀에서 최고대우를 약속했는데, 굳이 팀을 떠날 이유를 찾지 못했을 것이다.
진정한 프로이자 대인배인 김연경 선수 입장에서는 올해 흥국생명이 보였던 감독경질 관련 막장 행보나, 전에 해외진출 관련 기나긴 분쟁도 다 과거 이야기, 잊어버린지 오래일 것이다.. 수원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김연경 입장에서 1년 정도 더 뛸 선수생활을 위해 원거리로 이적하거나, 뭔가 큰 변화를 주기도 망설여졌을 것이다.
이제는 오피셜이 나왔기에, 그저 배구팬의 망상이 되었지만, 김연경 선수가 선수생활 연장을 발표했을 때, 몇 년 전 NBA를 뜨겁게 달구었던 카와이 레너드-폴 조지의 LA클리퍼스 이적이 떠올렸었다. 김연경 선수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조건이 정말 우승에 가까운 팀 구성이라면, 정말 한국 여자배구에서 보기 어려운 슈퍼팀 결성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다. 카와이 레너드가 이적 조건으로 폴 조지 영입을 걸었던 것처럼, 김연경-김수지 혹은 김연경-양효진 혹은 다른 조합 같은 슈퍼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즐거운 상상을 했었다.
(물론 카와이 레너드의 이적은 우승이 가능한 슈퍼팀 결성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고, 이런저런 지저분한 요구가 많았다는 후문도 있고, 단순 비교는 어렵다)
어쨌든 리그 많은 팀이 슈퍼 팀 결성을 위해 동시에 나선다면, 보기드문 뜨거운 에어컨리그가 있을 수 있겠구나 기대가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단기간 슈퍼 팀 결성 움직임은 없을 거고, 최대어이자 우승청부사를 놓친 다른 팀들의 각자도생으로 전력보강(혹은 유지)에 나서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에 만족해야 하겠다.
가장 적극적으로 끝까지 제안을 했던 건 현대건설 배구단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대건설은 사실 올해 외국인 선수 자리에서 큰 균열이 생기면서 한 해 농사를 망친 거지. 외국인 선수가 평균 정도만 해줬다면 바로 우승에 근접한 팀이다. 그리고 이제 처절하게 문제점이 드러난 정지윤 선수 리시브가 박정아 선수 정도로만 향상되어도 더 강팀이 될 것이다. 팀 내 FA를 단속하면서 자기 노선을 간다면 (물론 외국인 선수 선발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어차피 우승권... 미련 없이 외부 FA 영입은 철수할 가능성도 높다.
우승팀인 도로공사는 사실 자체FA 잔류도 힘겨운 상황이다. 배유나 잔류계약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박정아가 중요한 시기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듯하고, 페퍼저축은행 등 타 팀 링크설이 나오고 있다. 만약 박정아 선수가 떠나게 되면, 2인 리시브에 특장점을 가진 문정원 선수가 애매해지는 것도 사실... 여전히 문정원은 대단히 강점이 큰 선수이지만, 엄청난 클러치 능력을 가진 박정아 선수 부재 시, 리베로급 리시브 능력만으로 문정원의 주전 필요성이 여전히 클까...라는 의문이 든다.
암튼 늘 그렇듯 FA는 재미있다. 그리고 작년처럼 충격적인 페이컷이 재현되지 않는다면, 뒷 맛이 쓰진 않을테니, 이러나 저러나 나름 꿀재미다.
다만, 나름 커가는 재미로 응원하고 있는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이 과연 적극적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상대적으로 어느 선수를 영입해도 무조건 전력이 보강되는 페퍼가 이제 전쟁의 서막을 올린 FA대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뚜렷한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제발 줄부상과 습자지 뎁스에 문슬기 선수까지 아웃사이드히터로 뛰는 안타까운 상황만은 앞으로 더 이상 없길 팬으로서 바란다.
페퍼에 대한 희망사항은 따로 포스팅 하기로 하고...
김연경 선수 통큰 결단에 박수를 보냅니다. 내년에는 든든한 감독과 함께 한 시즌 행복배구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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