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이미지 출처 : 기아 타이거즈 야구단 홈페이지>
야구가 개막하고, 축구는 순위경쟁이 불타오르며, 농구는 플레이오프가 막 시작되고, 배구는 우승컵까지 한 경기만을 남겨둔 지금... 모든 구기 스포츠 팬들에게 어려운 질문 하나가 주어졌다.
"어느 종목의 막장 행보가 가장 심한가?"
각각 만만치 않은 규모로 장기레이스 리그를 치르는 종목이기에 다사다난한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 각 종목에서 들려오는 뉴스는 그야말로 막장 행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어느 행보가 가장 막장에 가까운지... 살펴보기 전에 먼저 종목별 후보를 살펴보자.
그야말로 용호상박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든 순위를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으로서, 어떤 뉴스가 가장 충격적인지 한 번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4위 : 배구, 흥국생명 구단주 선수기용 개입 논란
지난 1월 초 정규리그 2위로 순항하고 있던 여자배구 흥국생명 배구단이 갑자기 권순찬 감독을 경질했다.
물론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무적함대 현대건설에 첫 승을 거둔지도 얼마 안되었고, 적절한 트레이드(이원정 세터 영입)까지 성사시킨 직후라, 팬들은 매우 당혹해했는데... 권 감독의 용기있는 행보로 인해 전말이 드러나게 되었다. 바로 단장이 감독에게 선수기용에 대해 지시를 내렸고, 이를 감독이 거부하자 시즌 중 경질한 것...
권 감독은 흥국생명 배구단 윗 분들이 생각한 것처럼 물렁물렁한 사람이 아니었고, 노장 김연경/김해란 선수도 이런 사태에 침묵할만큼 강단 없는 고참이 아니었다.
결국 '감독 사퇴 -> (감독대행인) 코치도 사퇴 -> (내정된) 감독 후보자 자진 포기 발표 -> 감독 대행의 대행 임명'까지 이어지는 코미디 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고, 결국 위 기사처럼 구단 수뇌부는 선수들과 팬들에게 백기를 들었다.
아무리 결과를 내는 감독이라도 윗분 뜻을 거스르면 필요없다는 절대자 중심 구단운영이 그대로 드러난 뉴스. 그 자체로 충격적이긴 하나, 예상 이상의 여론 악화에 대기업다운 수습 능력을 보여주며, 아본단자 감독을 영입하며 구단 스스로 논란을 스스로 종식시켰기에 타 종목의 뉴스를 넘지 못하고 4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3위 : 농구, 캐롯 점퍼스 운영 파국
네이밍스폰서를 도입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KBL 캐롯 점퍼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는 데는 긴 시간이 결리지 않았다.
가입비 1차분을 납부를 연기하려 하면서, 의혹을 한눈에 받더니, 계속해서 들려오는 선수/직원들의 임금체불 소식... 그 와중에 전 구단 소유주 오리온의 입장료 가압류 소식은 뉴스 축에도 끼지 못했다.
그 와중에 선전한 선수단은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가입비 2차분(10억원)을 미납한 캐롯은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진행되기 직전까지도 돈을 짜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오며 농구계를 전전긍긍하게 만들었다.
프로농구 네임밸류를 믿고 네이밍스폰서에 나섰던 캐롯손해보험은 브랜드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스폰서 계약을 해지하려 했지만, 그나마도 절차상 문제로 취소도 안되어... 이 농구단의 막장행보는 여전히 스포츠 뉴스에 캐롯 이름을 달고 보도되고 있다.
프로농구단 소유권이 더 이상 매력적인 상품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줌과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기업을 믿고 가입시켜준 KBL이나, 농구계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막장팀의 대표를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허재 대표, 그리고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농구단을 인수한 데이원자산운용 모두 사태에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일단 우승컵이 가려진 후에 구단 인수가 되던 말던 하겠지만, 그간 농구계가 외면해왔던 진정한 근본적 체질개선을 이제 정말로 시작할 때가 되었다. 그 시작이 프로구단 해체라 할지라도 말이다. 아직도 결말 나지 않은 이 막장드라마가 바로 3위
2위 : 축구, 축구협회 승부조작 사범 사면령
섬네일 사진이 아주 그림 같이 잘 나왔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자를 가장 경멸해야하는 사람은 바로 그 스포츠에 종사하는 관계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업계의 격을 떨어뜨리고, 신뢰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축구협회의 사면 시도는 그야말로 반전이었고, 3일만에 철회되었기에 최종 장르는 코미디라 하겠다.
모든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만한 대표팀 평가전 당일날 발표되었기에 극중 장치 등도 치밀했고, 3일 정도 만에 철회했기에, '간보기'라는 목적에 충실한 그야말로 완성도 높은 코미디 드라마였다.
이 와중에 최종 사면을 결정했던 이사회에서 반대의사를 표시한 건 '프로축구연맹'이 유일하며, 축구발전을 위해 현실적인 비판을 해줄거라 기대했던 스타출신 부회장(이동국, 이영표) 또한 침묵했다는 것은 더욱 놀랍다.
여전히 궁금한 것은 축구협회에서는 이 정도의 여론 악화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아니면 이렇게 되더라도 해볼수 밖에 없는(?) 어떤 사정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암튼 '3일 사면'으로 끝난, 이 번 해프닝은 축구협회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보여준 동시에 그래도 여론반응을 보긴 하는 구나 싶은 생각을 들게 했다. 어쨌든 전면철회되었기에 최종 순위는 2위
1위 : 야구, 장정석 기아타이거즈 전 단장 뒷돈 요구 사태
사실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축구, 승부조작 사범 사면'이 더 충격적일 수 있지만, 철회되어 큰 실망감을 안기고 해프닝으로 끝난 것에 비하면 야구 장정석 전 단장의 뒷돈 요구 사태는 크나큰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단 가장 놀라운 것은 도대체 장 전 단장은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본인은 농담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데... 2005년부터 프런트로 일하며, 해설위원-감독-단장까지 해본 사람이 이런 농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몰랐을까? 더구나 아들이 현역 선수...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 뉴스의 여운이 가장 긴 이유는 이런 악습이 박동원 선수 대상 한 명이었을까? 혹은 장 전 단장 뿐일까 라는 합리적 의심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다. 당장 그가 개입했던 어떤 계약도 의심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나또한 혹시 다른 종목에서도 이런 비리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까지 하게 된다. 사실 '업둥이'라는 관행도 있는데, 더 큰 돈이 오고 가는 프로야구에서 돈이 이러저리 오고가는 비틀린 형태의 관행이 있었을 가능성.... 전혀 없다고 자신하긴 어렵다.
어쨌든 2023 프로야구는 개막전 만원을 기록하며 성공리에 개막되었고, 후속보도가 나오겠지만, 또다른 내부고발자가 나오지 않는한, 뭔가 다른 비리가 보도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검찰 압수수색'이나, '선수 도박 의혹'까지 가볍게 눌러버린 '단장의 위험한 농담'이 가장 충격적인 뉴스 1위를 차지했다.
역시 다이나믹 코리아!!!! 이 모든 뉴스가 모두 2023년도.. 불과 4개월만에 다른 종목들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제는 정말 많이 먹었으니... 막장 뉴스는 여기까지만 들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정말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치열하게 만들어내는 경기 관련 뉴스를 듣고 싶다.
스포츠팬으로서 소박하지만.... 상황이 극한에 몰리면 소박했던 일상 조차 그리워지는 셈이니까.
이제는 정말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치열하게 만들어내는 경기 관련 뉴스를 먼저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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