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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가입비는 내지 말기를 - 프로농구 캐롯점퍼스 사태

마셜 2023. 3. 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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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이미지 출처 : 캐롯 점퍼스 유튜브 채널>

 

 아무리 다이나믹 코리아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프로농구인데, 단 1년도 안되어 이렇게까지 사태가 급속도로 악화될 걸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 남자농구 KBL 캐롯점퍼스 사태를 생각하면 이런 말이 나오고도 남는다. 

 

 야심차게 네이밍스폰서라는 마케팅 방법을 표방하면서, 농구계에 새로운 기대를 불러왔던 캐롯 점퍼스는 한 시즌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작년 6월 말 허재를 대표로 영입하고, 캐롯퍼마일손해보험이라는 광고가 절실한 보험사를 끌어들여서 KBL일원이 되었을 때만 해도, 걱정이 컸던 만큼 많은 기대를 했었다. 

 

 

네이밍스폰서, 침체된 KBL의 돌파구가 될 것인가 - 캐롯퍼마일 점퍼스 창단

(이미지 출처 : 한국일보) 2000년대 초반의 화려한 인기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이제 허씨 3부자 이외에 대중적 인기를 끄는 선수를 떠올리기도 힘든 남자프로농구. 그 중에서도 이미 매각된 인

george-marshall.tistory.com

 

 그 과정에서 주축 선수들이 떠나고, 팀 스쿼드가 다소 약해졌지만, 여전히 5위를 달리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플레이오프 진출이 더 문제가 될 줄은 정말 몰랐으니... 가입비 15억원 중 10억원을 미납한 캐롯점퍼스가 플레이오프 진출 자격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리그 운영의 근간을 흔드는 초유의 사태에, 파행적인 구단 운영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에 외려 손해를 입은 캐롯퍼마일손해보험이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해지한 것은 뉴스 축에도 끼지 못했다.

 

  그 와중에 KBL이사회를 거치지 않아서, 구단 명칭이 정식으로 변경되지 않은 것 또한 코미디라면 코미디...

  선수들의 급여는 이미 여러 차례 늦게 지급되었고, 기사에 따르면 협력 업체에 걸린 부채만 해도 2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구단 소유주 오리온이 못 받은 매각대금을 받기 위해 가압류를 걸고, 입장 수입(약 7억원 추정)을 점퍼스가 가져가는 것을 막고 있는 것 또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허재를 포함한 두 공동대표가 사비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것 또한 농구팬의 한숨 섞인 비난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구단 부단장의 잔여 가입비(10억원)를 내겠다는 인터뷰는 일면 당연해 보이지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캐롯’ 간판 떼는 프로농구 고양, 사상 최초 6강 티켓 박탈?

[앵커] 팀 매각을 추진 중인 프로농구 캐롯이 캐롯손해보험과 네이밍 스폰서십 계약을 일찍 끝냈습니다. 남은 시즌 캐롯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한다는 얘긴데요. 총체적인 자금난에 플레이오프

n.news.naver.com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가입비를 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부단장 표현대로 자금을 이리저리 긁어모아 가입비 10억원을 내면, 선수단 허탈함은 덜어질 것이고, KBL 역사에 길이 남을 파행과 구단역사의 오명은 막을 수 있겠지만... 그럼 무엇이 달라지나?

 오히려 잔여 자금을 가입비로 소진해 버리면,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고, (혹시나 있다면) 캐롯점퍼스를 인수할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풍설에 따르면 기업과 지자체 중 관심을 가지고 인수 논의를 하는 곳이 있다는데... 지자체가 인수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건실한 기업체가 인수하여, 적절한 운영비를 써서 장기적으로 흑자를 도모하면 너무나 좋겠지만, 기업도 흑자를 도모하기 어려운 비즈니스를 지자체가 인수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축구 K리그가 잘 보여주고 있는 터... 과격하게 이야기하자면 지자체가 떠맡을 정도 상황이라면, 그냥 구단을 해체하고 9구단 체제로 운영해 보는 게 낫다. 그 과정에서 또 해체하고자 하는 구단이 나온다면... 어쩔 수 없다. 차라리 6~8 구단 체제로 건실하게 리그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농구발전에는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농구판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하고도 무책임한 발상이라 비난할 사람도 많겠지만, 모든 문제 해결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 지금 농구 현실이 연 운영비 수십억을 쓸 프로구단 모기업을 찾기가 어렵다면, 받아들이고, 리그를 축소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수익사업에 취약한 지자체나, 데이원처럼 지속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을 다시 끌어들여 억지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캐롯점퍼스'로 대표되는 대참사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지금 점퍼스는 급여도 밀려있고, 전 소유주는 가압류를 걸었으며, 협력업체 외상값까지 잔뜩 밀려있는 악성매물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과격하게 말한 김에 한 걸음 더 나가보자면, 2군 리그인 D리그에조차 참여하지 않는 구단은 이 번 기회에 해체하는 게 농구발전을 돕는 길인지도 모르겠다. 현재 여섯 구단만 2군에 참여 중인데, 이 사실 자체가 네 구단은 농구단 투자의지가 얼마나 약한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건실한 기업이 점퍼스를 인수하길 간절하기 바라지만, 2군도 운영하지 않을 심산이라면, 운영비로 그냥 광고를 하는 게, KBL이나 그 기업이나 서로 윈윈일 것이다. 

 

 어쨌든 캐롯점퍼스는 31일까지 가입비를 납부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플레이오프에 출전할 수 없다. 어찌 보면 차라리 빨리 큰 폭탄이 터짐으로써 사태의 결말은 날 분위기인데... 아무쪼록 대기업은 바라지도 않고, 건실한 중견기업이나 IT강자 등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라도 농구단 인수를 통해서 브랜드 가치를 올리고, 중장기적으로 농구단 흑자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지금 인수에 나서게 되면 몇 남지 않은 올드팬의 지지와 충성이라도 받을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외국인 농사만 잘 지으면 우승도 도전해 볼 수 있는 선수단과 코치진을 보유하게 되니... 나름 좋은 면도 있다. 아무쪼록 31일 날 캐롯점퍼스 관련 좋은 뉴스가 나오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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