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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수인가 - 배구 에이전트제도 도입 요청

마셜 2023. 3. 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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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레이오프를 향해 숨 가쁘게 달려온 KOVO 2022~2023 시즌. 시즌이 막바지로 달려가는 중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뉴스가 터져 나왔다. 감독 경질 파문부터, 외국인 선수 마약성분 젤리 소지 등 탈이 많았던 올 시즌... 뉴스치고는 그다지 임팩트 있는 것도 아니지만, 스포츠산업을 둘러싼 제도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흥미롭기 그지없었다. 

 바로 한 변호사가 프로배구연맹에 에이전트제도 도입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 

 

배구도 에이전트제도 도입될까…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없어

4대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대리인(에이전트) 제도가 없는 배구계에 변화가 생길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김선웅 변호사(법무법인 지암)는 21일 한국배구연맹(KOV...

news.koreadaily.com

 일단 짧지 않은 프로역사를 가지고 있고, 외국인선수도 기용하며 긴 시즌을 치르는 프로스포츠인 배구가 아직도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른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등)가 에이전트를 인정하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만, 일단 도입을 주장하는 김선웅 변호사와 반대하는 연맹의 이야기를 각각 들어보자. 

 

 김선웅 변호사 曰,

 "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되지 않으면 해외 이적 갈등, 구단과 계약 분쟁, 임의탈퇴 강요 등 프로배구에서 반복된 문제들을 막기 어렵다."

 

 KOVO 관계자 曰, 

 "......전체 선수 풀이 넓지 않아 필요시 구단 간 협상을 통해 대부분 이적이 이루어지고 있다. 선수 계약 시 연봉 협상 이외에 에이전트의 역할은 현재 아직 미비할 것으로 판단된다"

"저액 연봉 선수에게는 부담이 될 우려도 있다. 연봉 1억 원 이하 선수가 약 70%다. 에이전트 계약에 대한 의무감과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있으며, 고액 연봉선수가 더 많은 연봉으로 계약을 체결할 시 샐러리캡을 맞추기 위해 저액연봉 선수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김 변호사의 주장은 사실 딱히 이해가 안될 것 없이 선명하다. 원하는 선수가 있으면 에이전트를 쓸 것이고, 아니면 안 쓸 것이니... 딱히 필요한 이유를 따질 필요도 없긴 하다. 

 반면 KOVO 관계자 주장은 몇 가지 부분에서 석연치 않다. 

 일단, 구단 간 협상을 통해 이적을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은 에이전트 제도와 큰 상관이 없다. 비교적 트레이드가 빈번한 타 프로스포츠에서도 감독 간 혹은 단장 간 협상으로 성사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해외 이적 문제가 있다지만, 이는 김연경 선수와 진흙탕 싸움을 벌였던 흥국생명 임팩트가 강할 뿐이지... 김연경 선수 이후 여자배구는 아직 제대로 된 해외진출 사례조차 없다. 

 에이전트 계약이 왜 저연봉 선수에게 부담이 되는지도 의문스럽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려고 이미 프로스포츠협회에서 공익 에이전트를 운영중이기도 하고, 사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에이전트가 없어도 일부 선수들은 구단과 협상 때 변호사(겸 에이전트)를 대동하기도 한다. 

 샐러리캡이 문제가 된다면, 금액을 올리면 된다. 아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거 안다. 실질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문제이고, 구단주에게 아쉬운 소리 하는 건 어느 스포츠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샐러리캡은 상한을 올린다고 해서 무조건 거기까지 예산을 따와야 하는 제도가 아니다. 당장 올해 연봉규모를 보면, 현대건설/흥국생명과 페퍼저축은행은 큰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정상적인 구단 운영진이라면, 에이전트 도입 같은 큰 비용증가요인이 있을 때, 셀러리캡을 올려놓고 신축적으로 예산을 신청할 수 있는 틀을 짜려해야 하지 않나?

 

 사실은 조금이라도 관련 비용을 더 지출하기 부담스러운 것이 솔직한 이유일 것이다. 일면 이해할 수도 있다. 사실 모든 구단이 열심히 벌어서 흑자를 내기보다는, 그저 우승으로 구단주를 기쁘게 해서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 걸 우선해야하는 프로스포츠 현실에서 '시대가 변했습니다..'라는 이유로 더 많은 예산을 달라고 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배구장에 이렇게 많은 관중이 들어찬 적이 있었던가.

 

여자배구 흥행 행진, 사상 첫 30만 관중도 보인다

KGC인삼공사 선수들이 12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뒤 박수를 받으며 코트를 나서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흥행에 날개를 단 V리그 여자배구가 사상 첫 30만

www.msn.com

 계속해서 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관중을 기록하고 있는 흥행 상황(물론 여자배구 한정...)에서도 셀러리캡을 도입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언제 할 수 있을까. 아직 필요하지 않다는 건 그냥... 그다지 시행할 생각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 

 

 물론 당장 에이전트가 도입이 최우선 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선은 2군리그를 도입해야 하고...

 어떻게든 실력 있는 선수들이 좀 더 해외에 진출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고...

 아시아쿼터제도 어떻게든 안착시켜야 하고...

 샐러리캡도 현실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김연경 선수의 라스트 댄스와 역대급 순위경쟁으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지금, 에이전트 도입까지 포함한, 이 모든 걸 해야 한다.

 지금 해야 김연경 선수도 여론 조성을 도와줄 수 있고, 국민들 관심도 이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김선웅 변호사의 액션에는 박수를 보내나... 그 시기는 다소 아쉽다. 아마도 김연경 선수가 은퇴하기 전 결행하려 한 것 같고, 이 번 시즌 종료 후, FA 계약 때부터 에이전트가 활동하길 바라며 시기를 조율한 것 같은데... 차라리 배구 기사가 마르기 시작하는 시즌 직후-KOVO컵 사이에 움직였으면, 더 오랜 기간 더 임팩트 있는 기사가 나왔을 텐데... 그즈음이면 차돌배구에 출연해서 시원하게 KOVO를 비판하기도 쉬웠을 거고.. 조금은 아쉽다.

 

 암튼 에이전트 도입은 시대의 흐름. 배구판에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얼마나 잡음 없이, 원만하게 마무리를 해내냐는 것이 바로 연맹의 실력일 터... 오지영 선수 트레이드로 제대로 체면을 구긴 연맹이 이 번에는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잘 대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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