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연경 선수가 은퇴할 이유, 혹은 은퇴를 미룰 이유
다사다난했던 여자배구 2022-23 시즌이 막을 내렸다. 결과는 흥국생명 배구단의 정규리그 우승
김연경 선수가 제대로 칼을 갈며 시즌을 준비하고, 엘레나라는 준수한 외국인을 영입했기에 당연히 우승후보로 꼽혔던 것도 사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아서 시즌초 무적함대 같이 연승을 달렸던 현대건설과 막판까지 치열한 우승다툼을 벌였다.
팬들에게는 나름 쫄깃한 재미를 선사하며, 결국 시즌 종료 직전 정규리그 우승 확정! 자연스럽게 단기전 분위기까지 끌어올리며, 오히려 막판까지의 우승경쟁은 전화위복이 되어 팀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좋아 보인다.
현대건설이 여전히 아포짓 공격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황, 흥국생명 우승확률이 매우 높아 보이는 데...
흥국생명이 통합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경우... 이는
'김연경 선수가 은퇴할 이유가 될까? 아니면 혹은 은퇴를 미룰 이유가 될까?'
아직은 알 수 없지만, 김 선수 은퇴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팬들이 아쉬워할 일... 김연경 선수의 행복해 보이는 미소에 이어 은퇴발표가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여러모로 좋지 않은 팀, 흥국생명을 떠나 다른 팀에서 행복한 배구를 단 1년만이라도 이어가길 바란다.
2. 시급하다. 권순찬 전 감독 재평가
그가 유능한 감독인지는 이제 더 알 수 없게 되었다. 남자배구 KB손해보험에서의 대실패(물론 그 기록적인 연패도 다 이유가 있고.. 그 모든 것이 권 감독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에 이어, 여자부에서도 시즌 중 경질이 되어버렸으니....
물론 그 경질시점에 분명 권 감독의 흥국생명은 리그 2위 팀이었고, 1위 현대건설을 꺾는 등 강팀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분명 실패인 남자부 경력에 뚜렷한 실적을 내기 전에 기회를 빼앗긴 여자부 이번 시즌을 두고,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으나, 올시즌 흥국생명의 막장행보와 그 안에서의 권 감독의 대응을 통해, 적어도 배구인 권순찬은 사람들이 따르고, 선수 보는 안목도 꽤 뛰어남이 분명해졌다.
이제 시즌이 끝난 시점, 배구인 권순찬은 분명히 재평가받아야 한다.
우선, 그는 '구단의 부당한 압력 때문에 경질'당했음을 폭로함으로써 진실이 밝혀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는 좁은 배구판에서 어찌 보면 지도자 생명을 걸고 나선 것... 아직은 젊은 코치로서 큰 용기를 낸 셈이다.
그가 사퇴하자, 동반사퇴하려 했으나 감독의 만류에 대행 자리를 수행했던 이영수 수석코치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행보나, 공 때릴 코치조차 없어 사퇴할 수가 없다고 진솔한(?) 인터뷰를 했던 김대경 코치를 보면, 권 감독과 팀을 이루었던 코치들이 얼마나 그를 따랐는지를 알 수 있다.
사실 코치들의 행보를 언급하기 전에, 권 감독 경질 직후, 김연경과 김해란, 두 노장 선수가 인터뷰로 구단을 직격 한 것 자체가, 선수들도 권 감독을 진심으로 따랐다는 반증이리라.
이런 인망뿐 아니라, 배구 지도자로서 안목 또한 훌륭한데, 백업으로 밀렸던 이원정을 트레이드로 영입하여, 팀 공격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나, 이제 곧 은퇴하리라 여겨졌던 김나희 선수를 과감하게 기용하여, 든든한 센터진을 구축한 것이 그렇다. 이제는 이 신구조화된 건실한 팀은 아본단자의 지휘를 받아 통합우승을 노리지만, 어쨌든 그의 안목이 단기간에 더 강한 팀을 만든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3. 위대하다 대기업의 힘(혹은 추진력)
뭐 한국에서 살다 보면, 대기업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때는 매우 많다. 이번 사태에서 흥국생명의 힘(혹은 추진력)은 실로 대단했는데...
ㅡ> 정규리그 2등이지만, 그리고 배구계 대표적 레전드 노장 김연경/김해란이 있는 팀이지만, 그냥 특별한 이유도 없이 감독을 경질했다. 상부의 지시라면 어떻게든 이행한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ㅡ> 무리한 감독 경질과 긴 감독 공석 발생, 예상외의 폭로로 여론이 안 좋아졌다. 전임자보다 뛰어난 감독을 데려와서 여론을 잠재워라!!! 유럽 배구를 평정했던 아본단자 감독을 영입! 김연경 선수의 마음과 여론을 동시에 누그러트린다.
4. 정규리그 우승 가장 큰 계기는? 결국 현대건설 야스민 부상
- IF1 : 만약 현대건설이 외국인 선수인 야스민이 부상당하지 않았다면?
- IF2 : 만약 현대건설이 리베로인 김연견이 다치지 않았다면?
- IF3 : 만약 현대건설이 외국인 대체선수로 몬타뇨를 더 일찍 뽑았다면?
- IF3-1 : 만약 현대건설이 외국인 대체선수로 몬타뇨 대신 라셈을 뽑았다면? ㅠㅠㅠ
기승전 라셈 같아서 맥락이 흐려지는 것 같지만, 어쨌든 지금 몬타뇨 선수의 어두운 표정을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팀을 위해 헌신했던 라셈 선수가 솔직히 많이 생각난다.
어쨌든 위 조건 중 하나라도 성립되었다면, 정규리그 우승컵은 현대건설이 차지하지 않았을까. 외국인 선수도 무적일 것 같았던 현대건설이 속절없이 2등으로 밀려나는 걸 보면, 역시 공은 둥글다.
김연경 선수는 이제 KOVO 복귀 후 처음으로 가장 높은 자리에서 푹 쉬며 상대를 기다리게 되었다. 단기전에서 더 힘을 낼 김연경 선수의 라스트 댄스가 어떤 배구로 남을지.... 배구팬의 기대만큼 훌륭한 결승전이 되길 바란다.
정규리그 우승까지..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김연경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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