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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호란이 연상되는 대참사 - 2023 WBC 한일전 참패

마셜 2023. 3. 1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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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몇 년동안, 최근 며칠처럼 야구 얘기를 많이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야구를 안 본 지 오래된 친구부터, 별 관심이 없는 동료, 가족들까지.... 그렇게 화제에 올랐던 WBC, 이제는 그 결과, 충격적인 한일전 패배로써 더욱 화제에 오르고 있다. 

 

 오타니 출전여부와 한국팀의 메이저리거 키스톤콤비 출전으로 기대를 모았던 야구 한일전은 콜드에 가까운 패배로 끝났다. 

 13:4라는 스코어도 그렇지만, 올라오는 투수마다 농락당하는 모습은 대참사라는 표현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WBC 3연속 조별리그 탈락’ 한국, 중국에 20점차 콜드게임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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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고교야구팀이 겨우 80개 수준이고, 일본은 4000개가 넘는다는 단순비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인데, 아재 야구팬들에게 아직도 한국 야구팀이 일본을 이겼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기 때문이고, 한국야구팀 주전 선수들이 프로야구선수로서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쿄올림픽에서 수준 낮은 경기로 많은 비난을 샀던 한국야구, 아니 그 전 WBC에서도 실패를 경험하고도, 다시 대참사를 반복하고 만 국가대표팀을 보며, 문득 병자호란이 떠올랐다. 

 

 한국사에 있어서의 국치를 야구게임 패배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정묘호란에서 패배를 경험하고도, 9년만에 다시 같은 길로 쳐들어온 같은 적군에게 굴욕적인 항복을 하고만 병자호란.. 국제대회에서 잇다라 실망을 안기고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한국야구대표팀의 2023 WBC는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남겼다는 점에서 묘한 공통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사실 병자호란이 떠올랐던 이유는, 유튜브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 임용한 박사가 지적했던 병자호란 원인 때문이리라. 병자호란을 본인이 역사학자가 되었던 계기로 뽑았던 임 박사님은 어린 시절, 조선이 10년도 안되어 같은 청나라에게 더 큰 패배를 당한 이유가 참으로 궁금했다고 밝혔다. 

 역사학자로서 임박사가 방송에서 밝힌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명료했다.

 '정묘호란 패배 이후, 조선도 군사적으로 많은 대비를 했다. 단,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했다. 해야 하지만 힘든 것은 거의 안 했다.'

 열심히 국경의 산성을 보수하고, 남한산성과 강화도 군사시설을 점검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결국 '이괄의 난' 이후 없어진 예비대는 결국 복구하지 못했고, 빠른 속도로 진격해올 후금군을 저지할 대책도 세우지 못했다. 사실 청나라의 침입을 막을 근본적인 대비는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미온적인 대처는 결국 삼전도의 굴욕으로 이어졌다. 

 

 한국야구도 이와 비슷하다. 

 2006, 2009 WBC와 북경올림픽 영광을 뒤로 하고, 국제무대에서 연달아 패배하며,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체질개선은 없었다. 

 

 허구연 총재가 의욕적으로 발표한 MLB선수 대표 발탁은 '토미 에드먼' 발탁으로 결과를 내나 싶었지만, 그는 타선을 전혀 리딩하지 못하며, 허 총재의 정책을 실패로 만들었다. 

 엄정한 원칙에 따라, 학폭경력 선수를 배제했던 결정도, 형편없는 투수진 실력에 빛이 바랬다. 

 한국이 자랑하는 투수라며, 내세웠던 영건들은 한일전 등판에서 제대로 스트라이크도 던지지 못하며, 한국야구 투수 육성이 근본적으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증명했다.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했다는 사전훈련도, 토미 에드먼 발탁도, 원칙을 세웠던 안우진 배제도 모두 할 수 있는 노력을 열심히 한 것이지만, 일본 등 야구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등한시해 온 건 아닐까..

 

 수십억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가 수두룩한 리그이지만, 결국 한 두 게임에서 중압감을 이겨내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는 드문 이 현실이 대표팀을 조롱하는 여론에 더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국가대표팀 경쟁력이 형편없지만, 리그에서 열심히 승부를 겨루며 스타선수들이 치열하게 레이스를 펼치는 한국야구가 당시 '소중화'임을 자처하며 현실을 외면하려 했던 명청교체기 조선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어쨌든 이제 한국팀의 WBC 대회는 끝이 났고, 시범경기를 시작으로 프로야구가 개막된다. 리그 흥행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을지, 그래도 한국팬들은 여전히 야구를 사랑해 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정도 결과가 단순히 이강철 감독이나 몇몇 선수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한국 투수들은 왜 이렇게 구속이 느린지, (심지어 평균신장이 훨씬 작은 것도 아님에도) 왜 이렇게 제구력이 형편 없는지, 메이저리거 테이블세터는 왜 아무 역할을 못했는지.. 전반적인 반성과 다른 계획이 필요하다. 

 추후 따로 포스팅하겠지만, 야구팬 입장에서  '응원 팀 우승-리그 흥행-야구 경쟁력'은 모두 연관된 저글링 같은 것이다. (물론 응원팀 우승이 가장 중요하다.) 응원 팀이 우승을 하더라도, '리그 흥행'과 '야구 경쟁력' 중 하나라도 놓치면 다른 두 개도 결국 언젠가는 깨지게 마련이다. 팀을 위해 충성을 바치는 팬들도 필요하지만, 그리고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팬을 즐겁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야구 경쟁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의미를 잃게 되지 않을까. 

 

 이제 밑바닥을 경험한 한국야구 대표팀이 처절한 반성 위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모색에 KBO리그 전체가 동참, 아니 앞장서주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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