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세 번째 무릎부상, 염어르헝은 재기할 수 있을까
지난 페퍼저축은행(이하 '페퍼') 전에서의 패배를 철저히 복기한 걸까? 현대건설의 몸놀림은 가벼웠고, 매 세트 초반부터 앞서나가기가 너무 어렵게 느껴질 정도로 일방적으로 밀린 완패였다. 하지만,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패한 것보다, 페퍼 팬으로서 훨씬 더 안타까운 뉴스는 셧아웃 패배보다는 '염어르헝의 부상 시즌아웃'이었다.
194cm 잠재력 보고 1순위로 뽑았는데…몽골 출신 귀화선수 13개월 만에 또 수술, 감독도 안타깝다 "
[마이데일리 = 수원 이정원 기자] "마음이 아프네요." 페퍼저축은행 미들블로커 염어르헝은 194cm의 좋은 신장을 자랑한다. V-리그 여자부 국내 선수 중에서 염어르헝보다 키가 큰 선수는 없다. '배
v.daum.net
이미 두 번의 수술경력이 있었기에, 장소연 감독도 올 시즌 10경기 정도만 건강하게 뛰어주길 바랬다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10경기를 스타팅으로 소화하자마자, 다시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이미 프로 데뷔 후 3년 동안 이미 무릎만 세 번째 수술... 이제는 어떤 경기력 향상에 대한 기대보다는, 앞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한 시즌을 소화하는 모습을 볼 수는 있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
화려한 기록은 아니었지만, 그간 보여줬던 가능성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느린 발과 부족한 경험이 드러나고, 뜬금포로 넷터치 같은 범실을 저지르며 복장 터지는 면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팀에서 앞으로 가장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유망주는 염어르헝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최장신으로서의 높이와 의외로 강한 펀치력은 세터와 호흡만 맞는다면...이라는 기대치를 점점 높이는 중이었다.
이러한 기대치 상승도 이제는 과거... 팬 입장에서는 이제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다시 이 유망주의 복귀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사실 이 나이에 타국에서 온 젊은이가 아무리 프로라지만 무릎에 3년간 세 번째 수술을 하는 상황이라면, 수술 결과가 성공적이길 기원하기 전에, 선수 멘탈을 챙기기 위한 심리상담이라도 주선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여전히 국내 최장신에, 전체 1순위 기대주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번에는 좀 더 길게 재활기간을 가져가더라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코트로 돌아오길 팬으로서 기대해본다.
높이를 잃어버린 페퍼의 상대적 우위는 뭐가 남아 있을까
올 시즌 첫 선을 보인 MB 임주은, 애를 썼지만, 높이에서 손꼽히는 현대건설 상대로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팀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직 프로 수준에서 경기 향방에 영향을 줄 만한 실력이 있는 지도 의문이 드는 경기력이었다. 문제는 뭔가 분석당한 느낌의 장위, 그리고 지쳐 보이는 테일러와 박정아, 거기에 높이에서 평범한 임주은이 더해지자, 페퍼 블로커들은 상대를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물론 양효진, 이다현으로 이어지는 현대건설 MB는 리그 최고수준이기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린 거라 분석할 수도 있지만, 페퍼 라인업을 돌아보자. 지금 페퍼 라인업으로 높이 우위를 보장할 수 있는 팀이 이제 몇이나 있을까. MB 한 자리마저 휑하니 비어버리자, 이제는 높이 걱정까지 해야 하는 팀이 되어버렸고, 리시브도 블로킹도 안 되는 페퍼는 이제 다시 남은 경기 전패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래도 임주은이라도 코트를 지켜줘서 다행이다. 긴 시간 부상이었던 임주은이 복귀를 못했다면, 페퍼는 테일러가 MB로 나오는 고육지책 라인업을 쓸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더 약화된 공격력으로 더 원사이드 하게 셧아웃을 당하는 모습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박수빈-박사랑 이 날 만큼은 도토리 키재기
드디어 인내심이 바닥난 걸까? 부진했던 박사랑을 대신해 스타팅으로 박수빈이 세터 자리에 섰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부정확한 토스에 1세트가 끝나기 전 장감독은 박수빈을 다시 불러들였고, 이미 허전해진 라인업에서 세터 자리까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자 그대로 게임은 무너졌다.
오랜만에 감독에게 큰 믿음을 받았던 박수빈으로서는 잊지못할 씁쓸한 경험이었을 테고, 박사랑 또한 이원정에 이어 박수빈에게 밀린 것은 유쾌하지 않지만, 기억해야 할 만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세터 자리를 둔 두 유망주의 경쟁이 나쁠 것은 없지만, 한 명이 훨씬 나은 모습으로 경쟁상대를 밀어내는 것을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지금의 경쟁이 도토리 키재기에 가까워 보인다.
이고은을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차지할 때만해도, 리그를 대표하는 세터가 될 것만 같았던 이윤정, 그 이윤정을 실력으로 당당하게 밀어내고 보기만 해도 즐거운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는 고등학생 신인 김다은 정도라면 모를까. 엎치락뒤치락 혈전의 승자의 모습이 지금 박사랑-박수빈 정도라면 팬 입장에서 성에 차지 않는다. 그나마도 뭔가 오늘 박수빈의 졸전으로 누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조차 속단이 되어 버렸다. 아직은 적지 않은 경기가 남아있는 장소연 감독 입장에서는 고민이 더해지고 있는데... 두 선수 모두 다가온 기회를 가벼이 보지 않길 바란다. 장매튜 구단주는 선수단 구성에 그렇게 소극적이지 않은 사람... 언제든 안혜진 등 다른 세터 FA에 접근할 수 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한다혜, 쉬게 해 줄 방법은 없나
한다혜는 이 게임에서도 교체가 없었다. 게임이 터졌음에도 굳이 경기를 끝까지 뛰게 한 걸 보면, 정말 대안이 없는 모양이다. 채선아가 개인적 이유로 팀을 이탈한 후, 오선예 등 신인급 선수들은 아예 코트에서 볼 수 없는 올 시즌은 아무리 국대급 기량에 전성기 나이인 한다혜라고 해도 힘에 겨울 수밖에 없다. 특히, OH 리시브가 최악인 페퍼에서 한다혜 부담은 가중되는데... 5라운드 끝이 보이는 지금 시점에서도 다른 리베로 자원들은 웜업존만 지키고 있다.
오선예가 고교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다지만, 분명 외국인 선수들의 서브와 프로 수준의 무회전 서브를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다른 팀에서는 가끔이라도 얼굴을 비추는 리베로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왜 페퍼는 안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젊은 리베로 자원에게 조금씩이라도 기회를 줬으면 한다. 지금 페퍼는 끝까지 두 자릿수 승수를 위해 달려야 하지만, 한다혜가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 해도 모든 게임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은 8게임, 페퍼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나?
이제 다사나단했던 2024-2025 시즌도 끝이 보인다. 불과 8게임 남은 시점, 겨우 꼴찌를 면하고 있는 이 막내팀 목표는 무엇이어야 할까? 전 포스팅에서 밝힌 것처럼 탱킹은 택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기에, 그리고 이제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그야말로 바닥났기에 조금씩이라도 패색이 짙은 세트에서는 좀 더 폭넓게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경험을 쌓게 해줬으면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오선예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고, 임주은도 팀 사정으로 경험을 쌓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시켜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승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건 당연, 하지만 최근 바닥난 체력으로 아예 초반부터 무너지는 세트에서는 새로운 얼굴로 한 번 경험을 주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당연히 시즌 10승을 기록하며, 아홉수에서 팀과 감독이 좀 자유로워지면 많은 부분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눈앞에서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젊은 팀의 미래를 생각하는 운영이 남은 시즌 말미에서 나오길 바래본다.
'영원한 친구 -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는 진흙탕 싸움 - KOVO 2024-25 시즌 30차전 페퍼저축은행 2:3 승리 (2) | 2025.02.28 |
---|---|
페퍼의 미래, 박은서와 임주은 - KOVO 2024-25 시즌 29차전 페퍼저축은행 3:0 승리 (7) | 2025.02.23 |
두 자릿수 승수와 탱킹 사이 - KOVO 2024-25 시즌 27차전 페퍼저축은행 0:3 패배 (1) | 2025.02.12 |
실바에게 다 덤벼 - KOVO 2024-25 시즌 26차전 페퍼저축은행 3:2 승리 (2) | 2025.02.09 |
테일러 너 마저도 - KOVO 2024-25 시즌 25차전 페퍼저축은행 1:3 패배 (8) | 2025.0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