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접전, 페퍼저축은행 vs 한국도로공사, 스코어는 2:3
2월 23일 일요일 한국도로공사 전은 하위권 팀 간 경기지만, 치열한 접전이었다. 풀세트 접전의 마지막인 5세트가 다소 어이 없게 도로공사 쪽으로 기울기는 했어도, 박정아-강소휘, 테일러-니콜로바, 장위-김세빈으로 대표되는 포지션 매치업이 흥미진진했던 만큼, 경기 흐름은 엎치락뒤치락 했다.
최종 승자는 한국도로공사였다. 행운이 따른 5세트 첫 득점부터 뭔가 기운이 홈팀으로 흐르는 듯 했고, 힘내서 긴 랠리를 벌여봐도 힘으로 한 점을 책임져줄 피니셔가 이미 지쳐버린 페퍼 팀 선수들 중에는 없었다. 에이스 노릇을 하는 공격수가 없어도 견실한 수비와 팀 플레이를 바탕으로 슬리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방전된 듯한 한다혜의 리시브와 불완전한 토스로는 하위권 팀 한국도로공사도 끝끝내 꺾을 수가 없었다.
진흙탕 싸움이었다. 헛심만 빼면서 험한 모습으로 싸우는 그런 볼썽사나운 싸움은 아니었다. 작년까지 상대팀에 몸풀기 연습게임 정도의 느낌으로 끌려다니다 승점을 헌납해오던 페퍼 기준으로 보면, 이제 승점을 가져가려면 함께 진흙탕에서 치열하게 싸울 각오를 해야한다는 느낌을 주는 시합이었다. 끝끝내 승리를 가져오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니콜로바의 서브컨디션이 최상이었음에도 두 세트를 빼앗으며 접전을 벌인 팀 전력이 이제는 적어도 어떤 팀 상대로든 진흙탕 싸움을 벌일 수 있는 리그 일원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꾀돌이 타나차, 무려 27득점
늘 말하지만, 페퍼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선수는 타나차와 같이 작고 빠른 공수겸장 타입이다. 실제로 이 날 타나차는 27득점에 48% 공격성공률, 그리고 32% 리시브효율을 보이면서, 블로킹을 제외하면 안되는 게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팀 블로킹이 13개로 도로공사보다 3개 앞섰지만, 하고 싶은 공격 다 하는 듯한 OH에게 피니셔가 약한 페퍼는 5세트에서 일방적으로 무너졌다. 그나마 이 날 MB 중 발이 빠른 하혜진이 복귀했음에도 이 정도 당한 걸 생각하면, 만약 임주은으로 맞섰다면 더 많은 득점을 허용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MB 포지션에 김세빈이라는 걸출한 신인이 없었다면, 도로공사도 자신있게 아시아쿼터에서 단신 OH를 택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도로공사 전에서 김세빈과 타나차의 활약을 볼 때 마다 속이 더 쓰리다. 그리고 배울 점은 계속 MB를 장위로 채울 거라면, OH에 반드시 공수겸장 선수가 있어야 한다. 물론 이한비도 훌륭한 선수고 많이 성장했지만, 이 날따라 타나차와 이한비의 차이가 아프게 다가온 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패배 원인은 서브득점 11실점
결국 끝내 경기을 가져올 수 없었던 이유는 무력하게 허용한 서브에이스다. 총 11점을 서브로만 허용했는데, 상대 강한 서브에 속절 없이 허용했던 연속득점이 모두 세트 패배로 이어졌다. 이 날 니콜로바의 서브 컨디션은 그야말로 대단해서, 총 6득점을 기록했는데, 서브 1위 다운 모습이었고, 버티기 힘들어하는 페퍼 리시브진의 부담이 중계를 통해 느껴질 정도였다.
잡을 수 있었던 경기에서 니콜로바의 컨디션이 최고였던 건 불운이지만, 지쳐버린 한다혜가 전처럼 박정아 리시브를 넓게 커버해주지 못하는게 더 큰 위험요소다. 이제 시즌도 막바지, 1승이라도 더 올리겠다는 장감독은 아마 오선예, 이주현 선수에게 기회를 줄 여유가 없어보이는데, 한다혜가 마지막까지 잘 버텨줄 수 있을지, 팀 차원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반가운 얼굴 하혜진, 장 감독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아무리 높이와 공격에서 엄청난 선수는 아니라지만, 분명 하혜진은 임주은보다 나아보인다. 좋은 블로킹과 함께 승리 경험을 쌓은 임주은이지만, 이날 진흙탕싸움에는 선배인 하혜진이 나섰고, 6점에 블로킹 2개라는 기록으로 복귀사실을 알렸다. 압도적 높이도 없고, 대단한 파워도 이제는 보기 어렵기에 여전히 최장신 염어르헝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그래도 타나차 같이 발빠른 OH 공격을 견제하기엔 하혜진처럼 빠르고 (그나마) 경험 많은 MB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어쨌든 A팀으로 이원정과 시즌 개막을 열심히 준비했을 터, 조금 더 과감한 속공으로 페퍼 공격진의 부담을 덜어준다면, 장 감독 입장에서는 장위-하혜진-임주은 이라는 다른 색깔 MB를 조합해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마지막 한 라운드
길었던 시즌도 이제 한 라운드만을 남겨놓았다. 아직까지 꼴찌 GS와 승점은 4점 차이에 불과하고, 5위 기업은행과는 6점으로 벌어졌기에, 남은 시기 낯선 지키기 싸움을 해야하는 페퍼 팀이다. 어쨌든 이 또한 가보지 않았던 길이고, 하나하나가 페퍼에게 성과이자 기록임은 분명하다. 많이 지쳐보이는 주전에게 휴식을 주기에 순위도, 뎁스도 여의치 않은 것이 아쉽지만, 어쨌든 조금만 더 애를 쓴다면, 두 자릿수 승수에 이어 탈꼴찌라는 좋은 실적을 내며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다.
당장 다음 경기는 시즌 목표를 상실한 듯한 IBK기업은행, 황민경이 부상으로 공격이 어렵다지만, 또다른 꾀돌이 스타일 이소영이 아무리 공격컨디션이 바닥이이어도 강타가 부족한 페퍼 상대로는 철벽수비로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의외 변수에 너무 동요하지 말고, 주득점원인 빅토리아를 장위를 앞세워 잘 봉쇄한다면, 마지막 6라운드를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다.
힘들지만 한 발 더 움직이면서, 1승을 추가해주길, 이 경기를 승리함으로써 남은 강팀들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전력을 쏟아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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