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아웃 패배, 점수차는 단 9점, 그리고 이소영의 9득점
묘한 경기였다. 셧아웃 완패처럼 보이지만, 경기흐름은 엎치락뒤치락이었고, 3세트 초반에는 4:0까지 앞서가기도 했었다. 실제로 두 팀 득점 차이는 단 9점이었고, 1세트 4점차, 2세트 3점차, 3세트 2점차로 한 발자국씩 따라붙다가 결국 완패하는 묘하고도 답답한 그런 패턴으로 끝났다.
그 와중에 이소영에게 알토란 같은 9득점을 허용했는데, 이는 두 팀 득점 차이와 같았다. 엄청난 연봉에도 불구하고 수비에만 가담하며 온갖 조롱과 비난을 받았던 이소영이 거의 처음으로 공격에서 제 몫을 해낸 셈인데, 정확히 그 커보이지 않는 공격 기여 때문에 기업은행은 만만한 하위권 팀인 페퍼를 가까스로 꺾었다. 여전히 고액연봉자 이소영을 보는 시각은 곱지 않지만, 기업은행 팀으로서는 반가운 일이고, 반대로 페퍼로서는 상대편 x-팩터 자원의 기를 살려주며 한 끝 차이 일격을 당했기에 더욱 아쉽다.
이소영이 이 시합에서는 OH 중 메인에 가까운 역할을 해냈지만, 어쨌든 OH 중 신장이 작고 수비 중심 역할을 하는 보조공격수로서 교과서에서 가까운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올해는 부진했지만, 이러한 발빠르고 모든 능력을 두루 갖춘 OH가 가장 아쉬운 팀이 페퍼다. 이한비가 많이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리고 체력 부담을 조금만 덜어준다면 더 잘 할 수 있다 생각하지만, 발빠르고 평균 이상 리시브를 보이는 선수가 페퍼는 진심 간절히 필요하다. 뒤집어 말하면, 이 자리가 아직 비어 있기에 페퍼의, 아니 KOVO 전체 젋은 OH 자원들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이 날 이소영에게 당한 걸 잊지 말고, 아니 리그 내내 황민경-이소영에게 당한 걸 잊지 말고, 비시즌 전력보강과 OH 실력 향상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누가누가 더 못하나 - 특히 심각해보이는 서브리시브
활발하지 않은 배구 게시판이지만, 늘 경기 때마다 대찬 비판은 쏟아진다. 하지만, 그런 척박한 풍토를 감안하더라도 지난 28일 경기에 대해서는 두 팀 경기력에 대한 날선 비판(혹은 비난)이 쏟아졌고, 실제로 두 팀은 시원시원한 몇몇 공격을 빼고는 리시브와 연결 등에서 누가누가 더 못하나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불안한 플레이를 쏟아내며 서로 점수를 헌납했다.
특히 서브리시브는 심각했다. 페퍼로 집중해보자면, 무회전 서브가 조금이라도 라인 쪽으로 걸치면 여지 없이 언더토스가 필요할 정도의 불안한 리시브로 연결되었는데, 그러다보니 그냥 해줘 식의 큰 공격이 강제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서브득점과 블로킹에서 앞서면서도 불안한 리시브로 일관하게 되었고, 오랜만에 이한비를 대신해 코트에 선 박경현까지 팀 뎁스의 부실함을 드러내며 체질 개선의 험란함을 예고하며 졸전은 끝났다.
당장 서브리시브 실력을 확 개선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집중하지 않으면 다시 최하위로 시즌을 끝낼 수도 있다. 특히, 이한비 경기력이 많이 들쭉날쭉하고... 박정아야 원래 리시브가 안되었으니... 나머지 선수들도 실수가 잦은데... 끝이 보이는 만큼, 그리고 다른 팀들이 목표의식을 잃을만한 지금 시점에서, 1승이라도 추가하기 위해, 그리고 꼴찌를 면하기 위해 좀 더 서브리시브에 집중해주길 바란다.
상대 MB는 나란히 11득점, 10득점 - 페퍼 중앙공격은 어디로?
다른 건 몰라도 기업은행의 MB는 강한 편이다. 물론 현대건설이나 흥국생명, 도로공사도 강하지만, 최정민과 이주아 둘은특히 공격 스킬셋도 다르고, MB치고는 발도 빠른 편이라 블로킹에서 신장 차나 늦은 타이밍도 잘 커버한다. 반면 장위라는 걸출한 MB를 보유한 페퍼는 중앙 공격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한심한 모습을 보여줬다.
장위가 구질이 좋은 무회전 서브로 쏠쏠한 득점을 올리고 있고, 블로킹에서도 적어도 상대 하이볼 상황에서는 신장을 바탕으로 굉장한 위협을 주지만, 속공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간혹 보이는 이동공격은 괜찮지만, 정말 어쩌다 한 번 선보이는 속공도 호흡이 안 맞기 일쑤다. 세터 탓만 할 수는 없지만, 제대로 된 중앙 토스를 아예 볼 수가 없는 건 분명 이원정-박사랑 모두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어쨌든 프로 세계에서 기싸움이라는 것도 있을진데, 신나게 점수 먹고 중앙으로 반격도 못하니.... 사기가 더 떨어지는 것도 당연해보인다. 물론 상대 두 MB에게 20득점이 넘게 허용한 페퍼 두 MB도 반성해야 하고....
괜찮을까 한다혜
이제 한다혜 체력방전이 상수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시즌 내내 리시브가 안 좋은 박정아 일부 범위까지 커버하다보니, 지치는 것도 당연하고, 아무런 백업 없이 한 시즌을 다 치르는게 가능한가 의심될 수준인데.... 이제 경기력에서 정말 느린 반응과 잔실수가 자주 보인다.
장 감독은 여전히 한다혜와 다른 두 어린 리베로간의 실력차가 크다고 보는 모양이다. 시즌 막판까지도 채선아를 생각하며 속상해할 줄은 몰랐는데... 남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갑자기 큰 폭으로 두 리베로에게 경험을 쌓게 할리는 없고, 한다혜가 좀 더 버텨주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정말 강팀에게는 셧아웃으로 져버려서 경기시간이라도 짧게 가길... 아니면 아예 이예림을 리베로로 쓰면서 뭔가 좀 분담을 해주던지... 어쨌든 여자배구 전체 문제가 되어버린 고연봉 저실력 풍토에서도 연봉 이상 활약을 보여주는 한다혜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6연패중이던 기업은행에게 의외의 셧아웃 패배를 당하면서 이제 남은 경기 전망도 매우 어두워졌다. 플러스요인이 나타나기 어려운 시즌 말미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뤘던 것, 부족한 것을 냉정하게 되돌아보며.. 조금이라도 더 집중하는 모습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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