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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진 개편 필요성 - KOVO 2024-25 시즌 33차전 페퍼저축은행 2:3 패배

마셜 2025. 3. 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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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인스타그램)

 

개편 reorganize, restructure

 

 페퍼는 그간 세터 포지션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창단 당시에 세터로 영입했던 이진은 냉정하게 봐서 프로 기량이라 보기 어려웠고... 기대를 걸고 특별지명한 신인 박사랑은 부상으로 데뷔 자체가 늦었다. 그 공백기가 꽤 힘들게 느껴졌는지, 팀 첫 FA로 거액을 주고 이고은을 영입했지만, 그 후 지금 돌아봐도 황당한 '보상선수 지명 사태'에 휘말리며, 무려 김세빈을 반대급부로 주고 되찾아오는 큰 출혈을 감수하게 만들었다. 그 후 꾸준히 팀에서 활약했으면 김세빈이 덜 생각났으련만, 감독이 연달아 바뀌는 북새통 속에 다시 이고은은 이원정과의 1:1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다. 물론 그전에도 박사랑 출전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에 어느 정도 납득은 되는 무브였지만...  지난 금요일 시즌 마지막 GS칼텍스와의 맞대결에서 이원정-박사랑의 토스워크는 지난 이진-이고은 과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제는 주전급 세터가 둘이나 있고, 박수빈도 실전 경험을 쌓았기에 미래를 보며 조금 기다려도 되겠다 싶었는데.. 시즌 말미 그나마 괜찮았던 세터 포지션이 완전히 무너진 느낌이다. 지난 도로공사 전에 이어 이 날 경기에서도 세터 기량 차이는 아쉽게 느껴졌다. 저쪽 김지원도 크게 나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뒤를 받친 안혜진은 차원이 다른 안정감을 보여주면서 실바의 기를 살렸다. 

 장 감독도 어떻게든 세터의 기량을 베이스업 시키며 시즌을 마치고 싶었는지, 2세트에서 중앙 공격을 연달아 시도했는데, 처참하게 실패한 이 도박은 결국 경기흐름을 바꾸며 GS의 반격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패배는 패배고, 부족한 기량을 탓하기에는 이미 시즌은 거의 끝났지만, 수년간 많은 돈을 투자하며 개선을 도모했던 포지션마저 개편이 떠오르는 상황이 되니 입맛이 쓰다. 개편은 영어로 reorganize, restructure로 표현된다. 다시 조직화, 구조화한다는 이 표현은 뒤집어 말하면 조금씩 개선을 도모하기엔 지금 구조나 조직이 희망이 없다는 뜻도 된다. 떠나버린 이고은이 그야말로 날아다니며 1위 팀 흥국생명을 이끌고 있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제는 적은 나이도 아닌 이원정의 정신 나간 토스워크가 개선의 여지가 없고, 박사랑도 B퀵 속공 토스 하나 두려워 올리지 못한다면.. 장감독은 다시 다른 세터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 남은 시즌 둘을 데리고 어떻게든 솔루션을 찾아보려는 시도 자체는 의해하지만, 이대로 엉망진창인 토스로 시즌을 마무리한다면, 과감하게 비시즌은 박수빈 중심으로 팀을 리빌딩하던지... 황량한 FA시장을 포함 다른 팀 세터라도 기웃거려봐야 할 것이다. 

 

 

빛이 바랬던 박정아 고군분투

 

 박정아도 참 고생이 많다. 여전히 리시브효율은 11.1%, 형편없지만, 사실 국대 클러치박이라는 별호는 수비로 받은 게 아니다. 이 날 경기에서도 블로킹 7개로 실바를 방해하며, 본인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지만, 실바의 44 득점, 그리고 경기가 터질 때쯤 갑자기 나타난 신예 OH 이주아의 12 득점에 박정아 혼자 힘으로 맞설 수는 없었다. 

 (영플레이어상 후보로도 거론되는 이 닥공 신인 이주아도 페퍼의 삽질 트레이드가 없었다면, 페퍼 신인이었을 텐데... 보면 볼수록 속이 쓰리다)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 박정아가 언제까지 이런 활약을 해줄는지 슬슬 걱정이 되기도 하고, 박정아 리시브를 커버하다가 더 빠른 속도로 방전되어 버린 한다혜를 생각하면 이러한 스타팅으로 페퍼는 내년 상위권 도약을 목표로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최고 FA 대우를 하며 박정아를 데려왔으면 그 계약기간 동안 윈나우에 가까운 성과를 냈어야 하는데, 한 경기 한 경기 고군분투를 하고 있음에도 승수 쌓기가 너무나 힘든 팀이 박정아 어깨에 큰 짐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인터뷰에서 33살까지 선수생활하고 싶다 했는데.. 갑자기 은퇴하지 않을까 문득 걱정도 된다. 

 

 

'응?' 싶었던 한유미 해설

 

 이제는 방송 경력이 꽤 되어, 꽤 화려한 언변을 선보이는 한유미 해설이지만, 여전히 장단점이 좀 있다. 장점은 정말 솔직해서, 선출들이 막연하게 긍정적으로 말하거나 염려를 담아 말하는 게 별로 없다는 점이고, 단점은 너무 툭 던지듯이 좀 이상한 말도 한다는 점이다. 

 이 날도 GS홈경기에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실바가 활약을 하다 보니, 해설이 실바 얘기로 집중되었는데, 공격 성공시마다 괴성을 지르며 상대를 응시하는 실바를 변호해 주는 게 좀 지나쳤다. 무표정하게 경기에 집중하는 걸로 유명한 박정아도 부심에게 항의를 할 정도였고, 물론 룰북에 있는 건 아니겠지만 공격 성공 후 상대 코트를 응시하지 않는 건 일종의 불문율인데, 언젠가부터 실바의 이런 공격 세리머니에 대해서는 어떤 심판도 제지하지 않는다. 

 뭐 그것까지는 그렇다 치는데,  (KOVO 로컬룰이 한두 가지인가) 해설까지.. 실바를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느니... 화나게 하니 더 강한 공격을 넣고 있다는 둥... 코멘트를 한 건 분명 아쉬웠다. 캐스터가 그런 방향으로 재미있는 코멘트를 하더라도 선출 해설로서 선수 입장에서 이렇다는 식으로 어느 정도 정정하며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하는데.. 적당히 맞장구쳐주며 흐지부지 넘어가는 모양새가... 별로 전문가답지 못했다. 

 

 

이제는 뚜렷이 보이는 테일러의 장단점 - 훌륭한 체공력, 아쉬운 파워

 

 테일러가 시즌 마지막 도로공사 전 직전에 니콜로바, 타나차와 인사를 나누는 장면을 포착한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이 사진이 재미있는 건 여러 이유로 재계약이 미지수인 셋이 서로 심정을 공감하듯 손을 맞잡았다는 점이다. 

 

"내년에도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V리그의 인연, 이제는 작별의 시간 [곽경훈의 현장]

[마이데일리 = 광주 곽경훈 기자] 우여곡절 끝에 V리그에 활약하는 외국인 3인방이 손을 맞잡고 우정을 나눴다....

mydaily.co.kr

 

 서브 1위에 빛나는 니콜로바이지만, 크지 않은 신장으로 높이를 지적당했고, 공격에서도 에이스다운 파워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타나차는? 물론 지금 도로공사를 그야말로 하드캐리하고 있지만, 올해 재계약에 실패했던 타나차가, 지원자가 엄청 늘어난 내년 아시아쿼터 선발에서 살아남을지는 의문이다. 

 페퍼 팬으로서 이제 테일러는 이미 아픈 손가락이 되었다. 대체로 들어와  적응에도 고생하고, 외국인 때문에 올시즌 모든 게 망했다는 자조적인 지적 속에서 이리저리 분전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정이 들었지만, 쉽게 디그를 허용하는 파워는 여전히 아쉽다. 이 날도 훌륭한 체공력을 바탕으로 토스만 제대로 세워주면 블로킹 위에서 방향을 꺾으며 쉽게 득점을 올렸지만, 2세트 공격리듬이 흐트러지자 계속해서 수비에 걸리는 모습을 보이며, 피니셔로는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아픈 손가락이지만 이제 더 나은 해결사를 찾아 팀을 개편할 때가 되었다. 생각해 보면 시즌 초에 비해 가장 기량이 향상된 것도 외국인 테일러라는 게 지금 팀의 불편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아픈 손가락 하나 늘어났다는 게 올해 시즌이 꽤 볼만했다는 반증이라고 위안하자. 

 

 

높이 우위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인가? 

 

 유일한 절대우위 포인트인 MB 장위의 내년 거취는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아시아쿼터 움직임과 묶어서 나중에 따로 다루기로 하고, 이 날 속공과 시간차 공격 없이, 서브득점도 별로 없이, 오로지 날개 큰 공격과 블로킹만으로 힘들게 득점을 쌓아가는 페퍼를 보면서, 내년에도 높이 우위를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물론 181cm 하혜진을 MB로 놓고도 이 경기 블로킹 21개를 기록할 정도로 높이가 있는 페퍼다. 하지만, 당장 내년 장위 거취가 불투명하고, 염어르헝은 올해도 다쳤고, 임주은은 아직은 경험이 더 필요하다. 결론은 이다현을 영입하자로 귀결되는데, 이는 돈만 가지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비시즌 동안에는 결국 1. 장위 마음을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2. 이다현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돈을 준비한다. 3. 염어르헝의 재활을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 4. 임주은의 기량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네 가지 포인트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네 가지 모두 구단 맘대로 되는 건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어쨌든 변수가 많은 드래프트와 FA 시즌에서 우선순위를 작위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순리대로 최선을 다해 높이 우위를 지켜주길 바란다. 

 

 

 이제 남은 건 3경기, 강팀들이 확정된 순위표 때문에 주전을 빼고 성의 없는 경기를 하고 있다지만, 지금 페퍼는 상대팀에서 외국인이라도 빼준다면 모를까 비주전 상대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여러모로 신내다가 다시 꼴찌로 시즌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지만, 솔직히 어차피 6등이나, 7등이나... 상대편 김세빈, 이주아를 바라보며 한숨 쉬게 만드는 지난 트레이드 흑역사를 생각하면, 과감하게 할 거 다 해 보고 꼴찌해서 드래프트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게 나아보이기도 한다. 

 어떻게든 세터진을 질책하며 미션을 줘보는 장 감독 스타일을 생각하면 끝까지 1점이라도 승점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할 듯 하지만, 이제 남은 경기에서 박수빈도 오선예도 코트 경험을 쌓으며 마무리하는 선택지는 없을지.. 조금은 아쉬워진다. 방법은 하나 비주전을 내보내며 여유를 부리는 상위권 팀을 초반에 박살내고, 여유로운 점수차에서 경험이 필요한 신예들을 우르르 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으면 된다. 남은 3경기 아직은 최선을 다해야 할 때, 지금 시점에서 가질 수 있는 큰 목표로 '압승'을 설정하고, 목표달성을 통해 좋은 경험을 나눠가지는 좋은 마무리를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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