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소중한 승리, 이제는 11승
어쨌든 이겼다. 애초에 탱킹할 생각은 없어보였고, 장소연 감독도 끝까지 1승이라도 더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기에 두 세트를 꿈틀도 못해보고 빼앗길 때는 열불이 났지만, 그래도 끝까지 따라붙어서 역전승을 따낸 것만은 칭찬할만하다.
특히, 홈구장이었고, 김연경 은퇴경기인 덕에 많은 관중이 들어온 경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을 보인 건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물론 김연경은 잠시 모습만 비췄고, 흥국생명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꼴찌를 다투는 페퍼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승리를 가져온 건 분명 의미가 있고, 선수들도 과정에서 적지 않은 걸 얻었을 것이다. 그리고 될듯될듯 계속 망해가는 느낌으로 길어졌던 연패를 끊어낸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차포 뗀 흥국생명에게 쩔쩔 맨 페퍼의 현주소
하지만 칭찬은 여기까지고, 주요 포지션에서 상당수 주전을 쉬게 한 흥국생명 상대로 1~2세트에 각각 15점, 14점 밖에 따지 못한 건 여전히 갈 갈이 먼 페퍼 현주소를 보여준다. 상대 정윤주 선수야 이 번 시즌 분명히 주전급으로 스텝업한게 확실하기에 페퍼가 제어하지 못한 부분이 이해할 수 있지만, 최은지, 도수빈 처럼 백업인 선수들도 페퍼 상대로는 공수에서 모두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불안한 리시브는 여전했다. 이한비는 또다시 이예림에게 자리를 비켜줬고, 박사랑은 여전히 장위-하혜진을 공격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구단 인스타의 승리 소식에 한 팔로워는 후반기에 속공은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냐는 웃픈 댓글을 남겼는데... 결국 시즌이 끝나가지만, 초반보다도 페퍼 세터진의 속공 토스에 대한 부담은 커지는 모양이다. 심리적 문제인지 기본기 문제인지, 아니면 정말 제대로 된 공격이 힘들 정도로 MB 속공 기량이 별로인지 알 수 없지만, 이 모든게 지금 페퍼 현주소이고.... 그래서 테일러가 제 몫을 하기 시작한 중후반기에도 꼴찌로부터 거세게 추격을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블로킹 높이라도 리그 최상위라서 약팀 상대로 승점을 근근이 챙길 수 있었던 덕에 겨우 꼴찌를 면하고는 있지만, 그나마도 장위 재계약 이슈와 하혜진 FA, 그리고 염어르헝 부상경력을 생각하면... 이나마도 전망이 밝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심각한 서브 득실 -9
사실 후반기 시합 때마다 눈에 띄었던 토스 불안은 그렇다 치더라도, 최근의 서브득점 헌납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 날도 자그만치 서브로만 10점을 실점했다. 더 놀라운 건 득점은 겨우 1점이라는 건데... 이렇게 -9라는 득실을 기록하고도 이 길수 있었던게 신기하다. 반대로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이렇게 신나게 서브를 퍼부었는데도 지다니... 싶을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엔드라인 쪽에 걸치는 서브를 쳐다만 보는 식으로 실점을 엄청나게 허용하고 있는데, 아마도 상대 팀에서 간파한 것 같다. 페퍼 리시브 라인은 엔드라인 쪽 거리감에 확신이 없다. 그래서 길게 뽑아주면 구질에 상관 없이 나가는 공에도 손을 대서 리시브가 무너지거나, 반대로 걸치는 공을 쳐다만 보기에 득점을 딸 수 있다... 이런 흐름을 막을 수 있는 한다혜는 체력이 바닥이라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이 정도 눈치를 챘다면 사실 상대 서버 입장에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목적타든 강타든 그냥 엔드라인 쪽으로 부담없이 밀어넣으면 되는데, 이러한 편안함(?)이 흥국생명 선수들에게서 느껴졌다. 내년에 갑자기 박정아가 리시브가 좋아질리는 없을 텐데, 이러한 황당한 서브 마진이 없으려면, 리시브 라인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볼 수 없는 임주은, 오선예, 이주현, 류혜선
이제 겨우 두 경기가 남은 이 번 시즌, 탈꼴지를 눈 앞에 두고 있고, 11승을 달성했기에 분명 성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여전히 임주은, 오선예, 이주현, 류혜선 같은 팀의 미래에 해당하는 젊은 피들을 코트에서 볼 수가 없다. 그만큼 탈꼴찌도 1승 추가도 절실한 순간이기는 하지만, 상하위권 팀 모두 자기 상황에 맞춰 신예들을 기용해가며 경험을 쌓게 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울 따름이다. 게다가 신예들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존 선수들이 과연 타 팀에 비추어 경쟁력이 있는 지도 의문이다.
특히, 페퍼 기세가 완전히 꺾인 건 리베로 한다혜 체력이 방전된 시점이기에 오선예, 이주현이 끝끝내 제대로된 실전 경험도 쌓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건 뼈아프다. 그만큼 모든 힘을 쥐어짜내서 달려온 한 시즌, 이해못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남은 두 경기 중 조금이라도 특히, 리베로 포지션 신예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 효율적이지만, 언젠가 뒤를 돌아봤을 때, 다른 길이 있었음을 발견하는 건 뼈아프다. 남은 정관장, 현대건설과의 두 게임, 물론 갚아줄 것도 많고, 상대 백업 상대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인 것도 알지만, 그래도 신예들과 함께 한 시즌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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