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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정과 김다은의 차이- KOVO 2024-25 시즌 32차전 페퍼저축은행 2:3 패배

마셜 2025. 3. 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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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페퍼저축은행 배구단 인스타그램)

 

 접전이었다

 
 각각 장점과 한계가 명확한 하위권 두팀은 승리가 간절했고, 가진 전력을 모두 총동원해서 풀세트 접전을 벌였다. 3월 3일 월요일 휴일에 벌어진 두 팀의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결국 홈팀 페퍼는 웃지 못했다. 
 체력이 현저히 떨어져 보인 건 페퍼저축은행(이하 '페퍼')이었다. 물론 페퍼팬인 내 시각에서 본 것에 불과하고, 시즌 말미를 향해 가는  도로공사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페퍼처럼 여러 자충수와 트레이드 실패로 뎁스를 스스로 내팽개친 건 아니지만, 도로공사 또한 강소휘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샐캡이 폭발하면서, 이예림을 내보낼 정도로 선수단 뎁스가 예전만 못하다. 특히, 리베로 혹사는 페퍼와 함께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로 심하다. 물론 도로공사는 전새얀 정도 되는 백업을 거의 쓰지 않고, 아직 저연차 저연봉인 김다은-김세빈이 나란히 주전을 차지하며 팀에 젊음이라는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기에 팀 상황은 약간 낫다고 하겠다. 덧붙여 샐캡에도 숨쉴 구멍을 만들어줬기에 둘은 진심으로 팀의 일등공신이다. 
 그러한 약간의 변수가 일단 승부에 영향을 줬다. 갈수록 드러나는 기본기 밑천이 100% 체력소진에서 기인한 건 아니겠지만, 시즌 종반으로 올수록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어느 정도는 몸과 마음에 모두 여유가 없는 힘든 상황 때문인 것도 맞다. 그래도 어떻게든 홈에서 시즌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승리를 거뒀으면 좋으련만, 순위를 하나라도 올려서 강소휘-김다은-김세빈 이라는 이 참신하고도 뻔한 고액-신인 라인업 구성이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자 하는 도로공사도 결사적이었다. 아마 도로공사 선수들이나 김종민 감독도 알았겠지. 페퍼전이 어찌보면 승점을 딸 수 있는 시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걸. 이쨌든 이 결사전에서 페퍼는 졌고, 실력 차이는 크지는 않아도 분명해보였다. 그리고 나름 직설적인 해설로 유명한 한유미 해설은 특유의 쿨한 말투로 페퍼의 한계를 예리하게 지적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왜 페퍼는 속공을 제대로 쓰지 못하나?

 
 홈경기였던 탓일까 아니면 경기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까. 한유미 해설과 캐스터는 어느 정도 페퍼를 응원하는 듯한 멘트를 자주했다. 끝끝내 경기가 풀리지 않자 답답했는지, 한유미 해설은 솔직한 심정을 툭 털어놓듯 이야기했다. 

 "속공을 쓰기엔 세터가 자신이 없는 걸까요?"

 
 설마 그래도 프로선수이고, 신인도 아니고, 나름 억대연봉자인데, 이원정 기량이 그 정도는 아니다.. 라고 나도 말하고 싶다. 하지만, 5세트까지 이어지는 경기에서 이원정은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미스를 저지르고 말도 안되는 높이의 속공 토스를 장위에게 띄워주면서, 한유미 해설의 지적이 아프지만 사실임을 보여줬다. 부상 때문에 시즌 전반기를 통으로 쉬어서 체력 이슈도 없는 이 베테랑 억대 연봉 세터의 속공 토스 기량을 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물론 페퍼는 두 MB간 신장 차이도 크고, 둘 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제대로 때리지 못하는, 바꿔 말하면 공을 매우 가리는 MB이지만, 한 시즌을 풀로 뛴 장위와도 손발이 맞지 않고, 비시즌 주전 MB로 수없이 합을 맞췄을 하혜진과도 손발이 맞지 않는다면, 이원정은 제대로 속공 토스를 할 수는 있을까? 
 물론 이원정은 업다운이 심한 편이기에 다음 GS칼텍스전에서 다시 괜찮은 속공 토스를 올려주길 바래보지만, 해설에게 저런 지적을 당할 정도로 형편 없는 모습을 보였다면 선수 본인과 코칭스태프는 냉정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왜 페퍼는 시간차를 제대로 쓰지 못하나?

 
 도로공사나 페퍼나 서브리시브에서 애를 먹으며 언더토스로 간신히 연결하는 공격이 많이 나왔지만, 그래도 도로공사 김다은 세터는 간간히 강소휘와 타나차를 활용한 시간차를 쓰면서 아쉬울 때마다 득점을 빼갔다. 그에 비해 페퍼는 5세트 내내 시간차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물론 서브리시브가 더 불안했기에 세터가 이런 약속된 플레이를 하기가 어려웠겠지만, 간혹 나오는 무난한 리시브에도 기껏해야 테일러의 이동 정도가 약속된 플레이였다. 
 공격루트가 이렇게 빈약하다보니, 상대는 사지선다, 오지선다를 출제할 때, 난 OX 퀴즈를 내는 듯한 불리한 싸움으로 상대방과 맞서야했다. 그럼에도 높이의 우위와 제 몫을 한 테일러 덕분에 어떻게어떻게 5세트까지 버텨냈지만, 시간차 속공까지 섞어 쓰는 팀 상대로 승리를 가져오기엔 많이 부족했다. 
 이원정의 기량 부족인가? 글쎄... 지금 1위를 굳힌 흥국생명 이고은 세터도 페퍼에 있을 당시에는 속공 시간차는 커녕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공을 멀리 보내기 바빴다. 결국 약속된 플레이를 하기엔 여전히 리시브가 엉망진창이라는 건데... 비시즌 동안 뭔가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내년에도 하위권은 예약된게 아닐까... 아니 남은 시즌 더 리시브에서 집중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6라운드 전패 후 다시 꼴찌로 시즌마감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언론을 장식하지 않을까. 
 
 

 세터의 차이, 승패를 가르다.

 
  이원정이 시간차 토스를 못할 정도의 기량은 아니지만, 상대 김다은 세터와의 기량 차이는 분명해보였다. 이제 갓 고교를 졸업한 신인에게 기량으로 밀리는 것도 슬프지만, 긴장된 상황에서도 시간차를 세팅하고, 결정적 상황에서도 패스페인팅을 구사하는 김다은에 비해 정신을 못차리는 이원정 모습은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는 비관적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물론 타나차와 임명옥 위주로 돌아가는 도공 리시브는 이한비와 한다혜 중심 페퍼보다는 분명 반 수 위다. 이 것도 이한비가 제 컨디션을 발휘할 때 얘기지. 체력이 방전된 이한비가 밀려나가면, 그 다음에 출전하는 박은서-한다혜는 그야말로 서브 하나하나에 기도를 요하는 리시브를 한다. 거기에 이미 한다혜 또한 체력이 다 떨어졌다. 결국 조금은 혹은 많이 더 나은 리시브를 업고 김다은은 할 거 다하면서 쫓기는 듯한 이원정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듯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다은의 그 재능이 배짱이라 할 지, 기본기라 할 지... 아니면 신인의 패기라 할 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은 한창 나이 이원정을 트레이드해오면서 그래도 이제 상대 세터를 부러워하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리시브는 개선이 필요하고, 세터는 정신줄을 놓고 있다. 이게 리시브 문제인지, 세터 기량 문제인지.. 아니면 둘 다 문제인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전히 승리를 위해 필요한 박정아, 이한비

 
 그래도 다른 시즌에 비해 배가 넘는 승리를 기록한 페퍼다. 승리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늘 박정아 그리고 이한비(혹은 박은서)가 공격에서 제 몫을 해줬다. 천덕꾸러기였던 테일러는 늘 15점 정도 득점을 하면서 준수한 공격성공률로 제 몫을 하는데, 국내 OH들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눈앞의 승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 김연경 세대가 은퇴하며 최고참급이 된 적지 않는 나이의 박정아, 역대급으로 낮은 외국인 공격 점유율에 많은 부담을 떠안았던 이한비를 생각하면 두 선수의 체력방전은 당연하고, 그로 인해 경기력이 들쭉날쭉한 것도 당연하다. 그래도 어쨌든 팀의 주축이자 베테랑에 속하는 둘이 좀 더 앞장서주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승리를 위해 모든 걸 짜내는 장 감독 스타일로 봤을때 남은 경기도 중용될 두 OH 선수가 좋았던 리듬의 경기력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이제 남은 기간 전패가 어른거리는 일정

 
 이제 남은 건 겨우 네 경기. 최하위 GS칼텍스 전을 패하는 순간 다시 꼴찌가 되어 남은 세 경기에서 승점 1점도 더 따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하는 것도 그저 불길한 느낌이 아니다. 시즌 중반부터 힘들어도 신예 오선예도 리베로로 좀 써봐야한다 주장했고, 임주은도 경기경험이 더 필요하다 노래를 불렀지만, 다음 GS칼텍스전만은 100% 총력전이 필요하다. 반쯤 포기했었던 시즌, 예상외 탈꼴지 기회를 잡은 GS도 필수적일 터, 정말 몸 생각하지 않고 헌신하고 있는 실바의 공격을 초반에 끌어내고, 권민지 리시브를 조금 더 흔들어야 한다. 
 어떻게든 다음 시합에서 1승을 더 추가해야 남은 세 경기 강팀(흥국생명-정관장-현대건설)과의 연전에서 편안하게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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